▲오마이뉴스 남소연
'악성필자'의 명성에 걸맞게 언제나 마감에 쫓겨 원고를 쓰다보니 그에게는 예기치 않은 일이 생기기도 한다.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린 열린우리당의 386 형님들에게 친구 유시민을 말하다'는 문제(?)의 글이 대표적인 경우인데, 이 글이 발표되자 인터넷을 한바탕 뜨겁게 달구었고, 강준만 교수까지 그의 잡지 <인물과 사상>에서 비판글을 실을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왕 얘기가 나온 김에 이런 비판들에 대한 그의 입장을 들어봤다.
"문제의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마감에 쫓겨 글을 쓴 탓에 오해가 커진 느낌도 듭니다. 제가 그 글에서 얘기하려고 했던 의도는 친구 유시민을 변호하려 한 것이 아니라 386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그런데 급하게 글을 쓰다보니 유시민에 관한 이야기가 과도하게 들어갔고, 그 원고를 다시 수정할 겨를도 없이 곧바로 잡지사에 넘겨야 했었습니다."
그 유명한 '항소이유서'의 주인공답게 유시민이 2002년 여름 "바리케이드 앞에 화염병을 들고 다시 서는 심정"으로 날렸던 또 하나의 격문을 평가한다는 한홍구는 그러나 이라크 파병에 찬성한 유시민의 생각엔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유시민이 적어도 386들로부터는 "싸가지 없고, 독불장군이고, 독선적이고, 말을 함부로 하고, 동지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하고…" 하는 식의 비난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대신 그는 "학생운동의 역사로 볼 때 세대로서의 386은 너무 웃자랐다"며 386들에게 "사회가 부여한 상징성만큼 역할을 하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그는 "유시민과 너무 빨리 어른이 돼버린 386"에게 오지혜가 '오지혜가 만난 딴따라'에서 윤민석에게 했던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제발 철들지 말고 살라고….
그의 386에 대한 비판은 "도저히 '뉴'를 붙일 수 없는 낡은 모델"인 '뉴 라이트'에 대해서도 가해졌다.
"그들은 왼쪽으로 치달아 사람들을 놀라게 하더니, 지금은 오른쪽으로 치달아 놀라게 하고 있다. 그들이 각광받는 것을 보면서 서글퍼지는 것은 그들이 딱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설치는 바람에 진짜 합리적인 보수세력 출현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지금 뉴 라이트 문제는 이념이 아니라 주체사상식으로 말하면 품성의 문제이고, 우리의 일상의 말로 바꾼다면 '싸가지' 문제일 뿐이다."
"기회 되면 <김일성 평전> 쓰고 싶다!"
내친김에 정형근 의원이 김승규 국정원장 인사청문회에서 그를 '김일성 찬양론자'라고 했던 주장에 대한 입장도 들어봤다.
| | | 한홍구는 누구인가 | | | |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난 한홍구는 <한국사시민강좌>로 유명한 출판사 ‘일조각’집 넷째이다. 늘 책 더미 속에 파묻혀 있던 그는 어려서부터 역사를 좋아했고, 열 살 무렵부터 생각했던 역사공부를 하기 위해 서울대 국사학과에 들어갔다.
유시민 의원과 친구 사이인 그는 대학시절 운동을 하기도 했고,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대학에 유학했다.
강연회에 나갈 때면 으레 듣게 되는 ‘김일성 가짜 여부’에 대한 질문에 자극받아 김일성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현재 성공회대에서 교수로 있으면서 사이버NGO 자료관장을 맡고 있다.
오지랖 넓기로 유명한 그가 현재 관여하는 일은 베트남 진실위원회 집행위원을 비롯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공동 집행위원장, 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 규명을 위한 발전위원회 민간위원 등이다.
낸 책으로는 '한겨레 21'에 연재하면서 골수팬을 확보한 ‘한홍구의 역사이야기’를 묶은 <대한민국사(史)> 1, 2, 3권이 있다. / 조성일 기자 | | | | |
"솔직히 제 글을 읽지도 않고 하는 비판에 대해 코멘트 할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 의원은 제가 '김일성을 민족의 영웅으로 찬양했다'는 식으로 주장했는데, 제 글을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 글의 논지는 그런 게 아니잖습니까."
1980년대 후반 현대사 강의 자리에 서면 박정희 얘기를 하든 학생운동사를 강의하듯 으레 받게 되는 질문 "김일성이 진짜예요, 가짜예요?" 때문에 아예 김일성 연구자(그의 박사학위 논문은 <상처받은 민족주의 : 민생단 사건과 김일성>)가 되었다는 그는 김일성은 "공산주의자였지만, 또한 민족주의자였다"면서, "20세기형 지도자"로 평가했다. '김일성이 20세기형 지도자'란 평가는 김일성이 21세기의 지도자가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부정적인 의미이며, 나아가 현재적 인물이 아니라 역사적 인물로 정리하려는 의도였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일성에 대한 평가가 남쪽 사회 내에서 갈릴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한 가지만은 분명히 해야 한다"며, 그것은 "친일파와 그 후예들이 김일성의 항일투쟁을 깎아내리는 일만큼은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아울러 한홍구는 한반도의 분단 극복을 위해서 "남과 북이 서로 고무하고 찬양하자"고 했다. 박정희와 김일성에 대한 비판은 남과 북 각각의 자기 몫으로 두고, 대신 남은 김일성의 긍정적인 면을, 북은 박정희의 긍정적인 면을 서로 평가하자는 것이다.
또한 한홍구는 "김일성은 민족의 태양일 수는 없지만 형제들의 수령"이었음을 인정해야 하고, 기회가 된다면 <김일성 평전>을 쓰고 싶다고도 했다.
"역사는 자기 눈으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