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로 쓴 사랑 연서 (5)

등록 2005.07.20 12:40수정 2005.07.2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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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치고 나서 나뭇잎에 맺힌 빗방울을 들여다보면 아름답긴 하지만 아울러 안타까움이 함께 합니다. 바람이 많고 햇볕이 좋으면 빗방울이 금방 사라질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 아쉬움을 곰곰히 곱씹어 보다 이번 사랑 연서를 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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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간밤에 빗소리가 밤새 창문을 두들기더군요. 빛이 아침을 열어주기가 무섭게 밖으로 나갔습니다. 당신이 왔더군요. 언제나처럼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온통 아침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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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사람들이 말하더군요. 사랑은 영원한 거라구. 그렇게 영원히 당신을 이 아침의 느낌 그대로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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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정말 사랑은 영원한 걸까요. 쨍한 햇빛이 그 무성한 나뭇잎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면 그때부터 나는 조바심입니다. 이제 당신은 곧 사라지고 말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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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쨍한 햇빛에 당신을 내놓고 머지 않아 사라질 당신을 지켜보아야 할 내 심정은 당신을 만나게 해주었던 세상의 아침이 싫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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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때로 당신을 보내야 한다는 안타까움에 그늘로 당신을 덮어 안간힘으로 당신을 붙들어 봅니다. 하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죠. 어떤 발버둥도 당신을 내 곁에 영원히 둘 수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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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아침에 당신을 만난 기쁨이 내 운명이라면 이렇게 당신을 보내는 것도 정녕 내 운명인가요. 운명처럼 숙명처럼, 그렇게 당신은 내게 왔다가, 그러고는 가버립니다. 이럴 때면 사랑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 그저 속절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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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오늘밤, 또 밖에 비오는 소리가 가득하군요. 세상의 나뭇잎들이 온몸으로 빗줄기를 뒤집어 쓰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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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아침 햇살이 한밤 내내 드리웠던 어둠의 장막을 걷어냈을 때 황급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죠. 당신이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어제처럼 빛나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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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당신께 약속하겠어요. 이제 떠나는 당신을 슬퍼하지 않을 겁니다. 사랑이란 어제의 그 느낌으로 오늘과 내일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늘과 내일 그리고 매일 매일 새롭게 부활하는 것이란 사실을 알았으니까요. 생을 마감한 장미꽃도 이제는 슬프지 않습니다. 대신 이제부터는 내년 봄의 화려한 만남을 한해 내내 꿈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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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사랑하는 당신, 당신은 매일 사라지면서 사랑이 오늘의 영원이 아니라 매일매일의 부활이란 것을 내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렇게 당신의 사랑은 매일매일 부활합니다.

아마도 죽어서 다시 산다는 그 전설의 새는 불새가 아니라 혹 물새가 아니었을까요. 그 부활의 뜨거움을 전설 속에 녹이느라 물새의 물대신 불이란 말만 잠깐 빌린 것은 아닐까요.

그러고 보면 당신의 사랑은 잉태하는 사랑입니다. 당신의 속엔 그 잉태의 자궁이 있음이 분명합니다. 그곳에 매일매일 새롭게 잉태되는 당신의 사랑이 그득한게 분명합니다.

나는 오늘 당신을 보내면서 새롭게 올 당신을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는 여느 때와 달리 당신을 보낸 서글픔이 아니라 내일의 당신을 생각하며 설렘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습니다. 블로그 -->김동원의 글터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습니다. 블로그 -->김동원의 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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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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