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장사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은 관습과 충돌하는 법

등록 2005.07.20 16:20수정 2005.07.2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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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서울시 장묘문화센터의 추모의 숲(화장한 유골을 가루내어 뿌리는 장소)

서울시 장묘문화센터의 추모의 숲(화장한 유골을 가루내어 뿌리는 장소) ⓒ 장묘문화센터

2001년 1월 13일 개정·공포된 장사등에관한법률(그 전신은 1961년 12월 5일 공포된 매장및묘지등에관한법률)은 그동안 나름대로 화장의 확산과 묘지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왔으나, 사회적인 변화에 대응키 어려운 조항이 많아 개정의 목소리가 높아왔다.

이에 금년 초 보건복지부내에 '장사제도 개선 추진위원회'가 조직되어 개선방안에 대한 건의, 토론회, 공청회 등을 수차례 진행해 왔으며, 최근에는 장사등에관한법률의 개정안을 발표, 9월 정기국회 상정을 앞두고 있다.

개정안은 '장사등에관한법률'의 제명을 '장례등에관한법률'로 변경하고,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수목장 등의 산골행위를 '자연장'으로 정의하여 그 설치기준을 정하였으며, 사설봉안(납골)시설·사설자연장시설의 설치·관리주체를 민법상의 재단법인, 종교법인, 공공특수법인 등으로 제한해 위반 시 5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개정안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도덕 내지 예(禮)에 맡겨두어야 할 분야에 대하여 국가가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되고 만다. 개정법률안은 그동안 우리가 관습적으로 행하여 온 화장이후의 '산골행위'를 일종의 장법(葬法)으로 간주, 법률에 의해 강제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며, 국민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여 위헌의 소지가 있다.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게끔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개정안의 화장이후의 또 다른 장법이라 정의한 '자연장'이란 개념이, 화장한 유골을 가루 내어 뿌린다는 행위가 어떻게 시신을 처리하는 장법과 같은 개념이 되는 것인지, 장법의 참뜻에 맞는 것인지는 종래 우리 관습상 화장이후 유골을 가루 내어 뿌리는 행위를 볼 때 쉽게 예상되기 어렵고, 그간 장례등에관한법률이 오랫동안 시행되어 자연장의 참뜻에 대한 인식이 확립되었다고 볼 수도 없어, 결국 그 대강의 범위를 예측하여 이를 행동의 준칙으로 삼기에는 부적절한 것이다.

또한 장례의례 자체가 우리나라의 관습 내지 풍속에 속하는 것이고, 화장 이후의 유골처리 방법에 있어 봉안(납골)과 산골(수목장, 해상장 등)등 다양한 선택의 범위가 존재하므로, 자연장의 정의 및 시설규정을 강제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범위인지를 일반국민이 판단하기란 어려울 뿐 아니라 그 대강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이 개정안은 결국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위배하여 국민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것이다.

보건위생상의 아무런 해가 없는 화장이후 분골의 자연장(산골)행위는 인류의 오래된 보편적인 사회생활의 한 모습으로서 개인의 일반적인 행동의 자유 영역에 속하는 행위이며, 헌법 제10조가 정하고 있는 행복추구권에 포함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으로서 보호되어야 할 기본권인 것이다.


현재의 장사등에관한법률(개정안)은 우리의 오랜 관습과 충돌하는 실정법이다. 법과 관습은 사회규범으로 우리들이 지켜야 할 행위의 준칙을 정하는 점에서는 같으나 국가에 의해 강제되는 면에서는 엄연히 구별되고 있다. 장례의례에서 법으로 규정할 것은 보건위생을 위하는'시신의 처리' 즉, '염습'부분과 '매장' 및 '화장', 그리고 이를 다루는 시설부분이다. 나머지는 법으로 규제할 성격이 아니라 국민의 행동자유권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관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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