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롯데백화점... 잇단 사고 '나몰라라'

[제보취재] 분당점 개폐기 안전사고... 백화점 "과실 판단 어렵다"

등록 2005.07.20 18:41수정 2005.07.22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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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27개월된 아이가 머리를 맞은 분당 롯데백화점 지하1층 식품매장의 자동 개폐기. 아이는 자동개폐기 밑쪽 쇠부분에 머리를 맞아 뒤로 넘어졌다
생후 27개월된 아이가 머리를 맞은 분당 롯데백화점 지하1층 식품매장의 자동 개폐기. 아이는 자동개폐기 밑쪽 쇠부분에 머리를 맞아 뒤로 넘어졌다오마이뉴스 박수원
"분당 롯데백화점 지하1층 식품매장에 들어가는데 쇠막대기가 생후 27개월된 아이의 머리를 쳤어요. 순간 깜짝 놀랐어요."

17일 정오께 아이와 함께 롯데백화점을 찾았던 김민정(가명, 32)씨는 갑작스런 사고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식품매장 입구 쇠막대기에 어린 남아가 머리를 부딪혀 '퍽' 소리와 함께 뒤로 넘어졌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지하1층 식품매장 입구에는 70cm 높이 정도의 자동개폐기가 설치돼 있다. 백화점은 매장내 카트기과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과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자동개폐기를 설치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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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확인한 결과 분당 롯데백화점 지하1층 식품매장 2곳에 설치된 자동개폐기는 사람이 접근할 경우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15초 정도 열린 상태로 있게 된다. 단 들어갈 때는 문이 자동으로 열리지만, 나갈 때는 열리지 않는다.

"사고를 당하고 항의하니까, 식품팀 당담직원이 와서 '아이가 천천히 걸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며 변명하는데 정말 화가 났어요. 더구나 아이를 왜 카트에 담아서 움직이지 않고, 걷게 하느냐고 말해 책임을 떠 넘기는데 할말이 없더군요.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안내문이라도 붙여 놨어야지요."

항의하던 김씨는 사건 당일 관리팀 직원과 처음 통화를 했다가, 현재는 관리팀 매니저와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백화점쪽 "100% 과실인정 문서 못 보낸다"


롯데백화점 분당점.
롯데백화점 분당점.오마이뉴스 박수원
"맨 처음 관리직 직원은 100% 과실을 인정한다면서 정중하게 사과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아이를 롯데백화점 지정병원으로 데려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서 거부했어요. 믿음이 가지 않아서. 월요일(18일)에 동네 병원에 가서 진찰받고 항생제와 해열제를 처방 받아서 먹이고 있어요.

문제는 관리팀 매니저와 통화하면서 롯데백화점 입장이 180도 바뀐 점이예요. 제가 100% 백화점 과실을 인정하는 문서를 보내라고 했더니, 관리팀 매니저가 지점장과 의논한 결과 100% 과실을 인정한다는 내용을 보내주기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자꾸 병원에 함께 가서 진단결과를 보고 의논을 하자고 하는 거예요."


김씨에 따르면 사고를 당한 아이는 17일 이후 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계속 보챈다고 했다. 걱정이 된 김민정씨는 결국 아이를 데리고 대학병원에 다녀왔다. 일요일 사고로 인해 직장인인 그는 밤에는 보채는 아이에 치이고, 낮에는 백화점측과 실랑이를 벌이느라 녹초가 된 상태다.

김민정씨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롯데백화점의 안전 불감증과 안이한 태도가 더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백화점은 마치 제가 돈을 뜯어내려는 사람처럼 취급하면서, 계속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데 이해가 잘 안 되요. 아이들이 쇼핑을 오는데 출입구에 완충장치라도 만들어놔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 분당점 관계자는 "센서가 움직이기 때문에 사람이 감지되면 식품 매장 입구 개폐기가 자동적으로 열리고 닫힌다"면서, "현재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기 때문에 과실 여부를 정확하게 설명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같은 사고는 한 번도 없었다"면서, "시스템적으로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롯데백화점 분당점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파문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21일 급하게 관련 안내문을 붙이고 수습에 나섰다. 분당점은 이 안내문을 통해 "어린이 동반 고객은 스윙게이트(자동개폐기) 센서로 인해 문이 빨리 닫혀 아이가 다칠 위험이 있으니 진입시 어린이 안전에 주의해 주시기 바란다"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번 사고가 자동 개폐기 센서에 의해 발생했음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롯데백화점, 안전사고 빈번

롯데백화점은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여러차례 비판을 받았다. 지난 6월 30일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에서 높이 2m의 유리 출입구 문짝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길가던 한아무개(28)씨를 덮쳐 머리와 팔에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롯데백화점은 다친 한씨를 병원이 아닌 경비실로 데려고 들어갔다는 목격자 증언이 나와 비난을 자초했다.

이 뿐 아니라 지난 3월에 영등포점에서는 에스컬레이터가 급히 작동하는 바람에 70대 노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백화점은 에스컬레이터가 철도공사 관리 책임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조사 결과 백화점 용역업체의 관리 소홀로 드러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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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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