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용인술 "각 세우지마, 다쳐!"

등록 2005.07.20 20:06수정 2005.07.2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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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김기춘 신임 여의도연구소장에게 임명장을 준뒤 악수하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김기춘 신임 여의도연구소장에게 임명장을 준뒤 악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기춘 여의도연구소장이 취임 이후 연구소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작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첫 타깃이 4·30 재보선 대외비 보고서를 작성한 실무자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로 드러나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이하 여연)가 지난달 4·30 재보선 압승 요인으로 '사조직 동원'을 꼽고, '박풍'(박근혜 바람)의 실체가 '동정론'에 기초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 외부로 유출돼 파문이 인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여연이 4·30 보고서를 작성한 기획팀 소속 연구원들에게 해고를 통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복 인사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책임연구원 A모씨는 평소 반박 성향이 강하다는 눈초리를 받아왔다.

이에 대해 정진섭 운영본부장은 "공식적으로 사표를 제출하거나 수리된 것은 아니"라며 "신임 지도부와 상의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 위원장은 "오비이락(烏飛梨落)인 측면은 있으나 문서파문에 대한 인책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4·30 보고서 파문 이후 박근혜 대표가 여연의 역할을 순수한 정책개발에 한정한 터라 이같은 구조조정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신임 소장단은 여연이 담당해온 당의 중장기 전략 수립과 현안 논평 등의 업무가 사라진 만큼 인력 재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보고서 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임 소장단이 사표를 냈고, 더욱이 문서 유출의 진원지가 연구소가 아닌 지도부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제3의 손'을 거쳤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실무자에게 해고를 종용하는 것은 지나치는 지적이다.

"결국 4·30이 독약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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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같은 소식을 접한 한 의원은 "결국 4·30이 독약이 되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박세일 소장 체제 하에서 여연의 업무를 도운 적이 있는 이 의원은 "코드 인사를 통해 당의 장악력을 높이려는 것 아니겠냐"고 김기춘 소장 임명 배경을 해석했다.

작년 한해 박 대표를 지근 거리에서 보좌해온 한 의원 역시 김기춘 의원을 기용한 데 대해 "결국 박세일 체제는 실패했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냐"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인사를 통해 지도자가 잡고있는 당의 방향이 드러나야 한다"고 전제한 뒤 "박세일 소장을 임명했을 때 어느 정도 큰 그림이 잡혔고 또 후임 윤건영 소장은 그의 연장으로 비춰졌지만, 김기춘 소장에 와서는 갈피를 잡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지도자에 대한 평가기준은 두가지이다. 자신이 세운 원칙과 방향이 과연 시대정신을 담고 있는가와 어떤 사람을 중용해 실천하느냐이다. 확고한 원칙이 없으면 인사는 흔들리게 되어 있다. 박 대표가 잡고 있는 방향이 뭔지 모르겠다. 깨끗한 정치를 한다고 했으면 깨끗한 사람을 써야지 그렇지 않으면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아울러 이 의원은 "자기 말 잘 듣는 사람을 쓴다고 당이 장악되는 시대는 더이상 아니"라며 최근 영남 출신, 이회창 전 총재 측근들이 박 대표 주변으로 모이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각 세웠다가는 당장 아웃?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박 대표에 각을 세웠다가는 당장 아웃!'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김덕룡 원내대표와 박세일 전 정책위의장이 그랬다. 4대 법안 처리 과정에서 박 대표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나와 원내대표의 생각이 달랐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자 김 원내대표는 사퇴서를 준비하기도 했다.

또한 박세일 당시 정책위의장이 행정도시특별법 통과 후 의원직을 걸고 반대하자 박 대표는 "나와 만나서는 당론결정의 불가피성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가 왜 갑자기 바뀌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 전 의장과 교분을 유지하고 있는 한 의원은 "그 말에 상처를 심하게 받았더라"고 전했다.

당 3역에 속하는 한 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박 대표는 꼭 소총의 가늠쇠로 사람을 보는 것 같다"고 평했다. 포용력 부재를 꼬집는 얘기였다.

확실히 챙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한 피아 구분이 분명한 점은 박 대표의 온화한 대중적 이미지에 상반되는 이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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