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오 비자금 폭로는 가족에 대한 반역"

박용성 회장 긴급 기자회견 "이번 사태는 경영권 탈취 미수사건"

등록 2005.07.22 17:02수정 2005.07.22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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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박용성 두산그룹회장은 22일 오후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12층에서 박용오 전회장이 제기한 비자금 의혹과 경영권 분쟁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박용성 두산그룹회장은 22일 오후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12층에서 박용오 전회장이 제기한 비자금 의혹과 경영권 분쟁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번 사태의 본질은 두산산업개발 탈취 미수사건이다."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박용오 전 회장을 맹비난했다. 또 박용오 회장이 검찰에 제출한 진정서를 통해 폭로한 1700억대 규모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서도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하는 한편 검찰 조사에 떳떳히 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용성 회장은 22일 서울 중구 두산타워 12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부에서는 이번 일에 대해 두산가 형제들의 경영권 분쟁이라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박용오 회장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두산산업개발을 가져가려다 안돼서 몽니를 부린 것이므로 경영권 탈취 미수 사건이라고 불러야한다"고 밝혔다.

박용성 회장은 "박용오 회장이 2002년까지만 해도 두산산업개발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데 구조조정으로 부채비율이 떨어지고 영업실적이 좋아지니까 그때부터 마음이 바뀌었다"며 "이는 회사를 키워보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개인적인 사유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박용오 회장의 두산산업개발 계열분리 시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정황도 포착됐고 실제 증거도 가지고 있다"며 "박용오 회장은 두산산업개발 지분을 자신이 추천하는 특정인에게 넘기라고 하는 등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왔다"고 밝혔다.

"비자금 조성 말도 안되는 이야기... 검찰 조사 응할 것"

a 두산그룹 가계도

두산그룹 가계도 ⓒ 오마이뉴스 고정미

하지만 "선친의 '공동소유, 공동경영'에 위배되고, 또 두산그룹 전체의 발전에 저해되는 두산산업개발 분리 추진을 감지한 박용곤 명예회장이 박용오 회장에게 회장직 은퇴를 권유해 회장직 이양이 결정됐다"며 "이로 인해 자신의 요구가 좌절되자 전혀 근거없는 협박을 가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어제는 음해성 짙은 투서를 검찰과 언론에 뿌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용성 회장은 "이는 우리 가족 전체와 두산그룹에 대한 반역행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실제 기업이름과 인명을 적시해 제기된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관해 "지난 95년 국제유도연맹 총재가 된 뒤에는 밖으로 떠돌고 또 지난 2002년 상공회의소 회장이 된 다음에는 여기(두산타워)에 1주일에 한번 정도만 나오고 있어 세세한 부분은 모른다"며 "혹시 내가 모르는 부정이나 비리가 있을지 몰라 물어보니까 실무자들도 말도 안된다는 소리를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박용오 회장이 내가 그런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고 주장하지만 제 양심상 그럴 수는 없다"며 "검찰에서 조사를 하면 거기가서 해명을 다 할 것이며, 조사에 떳떳히 응하고 책임질 것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박용오 회장 쪽의 검찰 투서에 대한 맞고소 여부에 대해서는 "법률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열손가락 중 하나 잘려 나간 것... 나는 성자가 아니라서 같이 못간다"

a 박용성 두산그룹회장은 22일 오후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12층에서 박용오 전회장이 제기한 비자금 의혹과 경영권 분쟁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박용성 두산그룹회장은 22일 오후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12층에서 박용오 전회장이 제기한 비자금 의혹과 경영권 분쟁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박용성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거침없는 표현으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박용성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거침없는 표현으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박용성 회장은 특히 박용오 전 회장과 차남인 박중원 상무, 또 고소인인 손아무개씨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갈 때는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박용곤 명예회장도 '이제부터 박용오는 내 동생이 아니다, 우리 가족도 아니니 퇴출 시켜야 한다'고 해서 오늘 이사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해임안을 결의하게 됐다"며 "박중원 상무도 그동안 한 행위들을 봐서는 도저히 조직의 일원으로 같이 갈 수 없다는 판단이 들어 해임했다"고 말했다. "돈 앞에는 피도 눈물도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이번 해임건은 원칙 앞에는 형제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소인인 손아무개 상무에 대해서는 "춘천CC에서 골프장 관리만 하던 사람이 회사 사정에 대해 뭘 알겠느냐"며 "그는 도박 등으로 도덕성이 의심됐지만 박용오 회장이 개인적 친분에 의해 데리고 있던 사람"이라고 깎아내렸다.

또 "일부 언론보도에서 두산그룹이 창립 109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손가락 열개중 한개만 잘려 나간 것"이라며 "6형제 가운데 한 사람이 나머지 다섯사람에게 반하는 행동을 했을 때는 같이 못간다, 나는 성자가 아니라서 그렇게 못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웃기는 소리"라며 "책임질 일을 했어야 책임을 질 것 아니냐"고 일축했다.

"그룹에 수류탄이 터졌다"
'형제의 난'을 바라보는 두산그룹 직원들

▲ 두산그룹이 '형제의 난'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사진은 서울 동대문의 두산타워 빌딩
ⓒ오마이뉴스 권우성

'형제의 난'으로 창사 109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두산그룹 본사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22일 (주)두산 본사가 있는 서울 중구 동대문 두산타워에서 만난 직원들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몰고올 후폭풍을 걱정하면서도 말을 아끼는 모습이 역력했다.

두산타워 앞 벤치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한 직원은 "박용오 전 회장이 검찰에 비자금 조성에 관한 투서를 제출한 것은 그룹에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한 행동과 같다"며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경영 위기가 닥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자신을 두산의 과장급 직원이라고 소개한 한 직원은 "삼성·현대도 그랬듯 경영권을 둘러싼 재벌 오너들의 싸움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 않느냐"면서 "그런데 형제들간 재산 싸움이 엉뚱하게 회사 내부 비리 폭로와 수사로 이어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자금 조성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관행이었는데 우리만 깨끗했다는 보장도 없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또다른 직원은 "이런 일이 벌어지면 우리같은 월급쟁이들만 힘들어진다"며 "어떤 식으로든 지금의 갈등이 하루빨리 매듭지어졌으면 하는 바람 뿐"이라며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한편, 두산그룹 홍보실은 갑자기 터진 '폭탄'에 분주한 모습이다. 홍보실이 있는 두산타워 18층에는 기존에 마련된 기자실 외에 임시 기자실까지 만들어졌다.

김진 홍보실 부사장은 박용성 회장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을 본 뒤 "두산그룹 창사이래 가장 많은 수의 기자들이 온 것 같다"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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