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철거민 "경찰초소 공격, 경찰 탄압 때문"

피고인 "살인 고의성 없었다" 주장... "시너 뿌리지 않았다" 부인

등록 2005.07.22 19:56수정 2005.07.22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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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경기도 오산 세교택지개발지구에서 발생한 경비용역업체 직원 이아무개(23)씨 사망사건과 관련 농성자들이 54일 동안 농성을 벌이는 과정에서 국도변 민간 차량을 향해 새총을 쏘거나 경찰 초소에 화염병을 던진 것은 경찰의 극심한 탄압때문이었다는 법정 진술이 나왔다.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김의환 부장판사)는 이씨를 화염병으로 던져 불타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 기소된 성아무개(39)씨와 살인 등 혐의로 추가로 구속기소된 정아무개(34)씨 등 24명에 대한 사건을 병합해 22일 오후 2시 수원지법 110호 법정에서 심리를 열었다.

이날 공소 사실에 대한 검찰 측 심문과 관련, 피고 최아무개(32)씨는 농성 과정에서 "경찰이 밤에 서치라이트를 켜고 새총을 쏘았고 우리는 보이지 않아 피해를 입었다"며 "경찰이 우리에게 골프공을 쏘면 국도로 골프공을 쏘겠다고 경찰을 향해 소리친 뒤 골프공을 쏘았다"고 진술했다.

정씨도 검찰 측 심문에서 "경찰초소에 화염병을 던진 것은 경찰이 골프공을 쏘고 야간에 잠을 못 잘 정도로 탄압이 심했기 때문"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와 경찰서장, 전철연 간부가 협상을 통해 물품 반입을 원활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해 놓고도 경찰은 나중에 물품반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게 했다"면서 "전경들은 다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항의차원에서 사람이 없는 컨테이너에 화염병을 던졌다"고 말했다.

사건 당일 경비업체가 농성장 진입을 시도하던 과정에서 페인트 통을 던졌다고 진술한 김아무개(50)씨는 "6kg 정도 되는 페인트 통을 던진 것은 사실이지만 인화물질은 뿌리지 않았다"며 "통 안에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는 알지 못했다"면서 "불을 끄기 위해 나중에 물을 부은 적은 있다"고 검찰 측 심문에 답변했다.

검찰 측은 심문에서 사건 당일 경비업체 직원들이 농성장 맞은 편인 102동 건물에서 소화기를 던진 것을 본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고 피고인들은 아무도 답변을 하지 않았다.

피고인들은 변호인 측 심문에서 "경비업체 이씨가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불이 옮겨 붙어 쓰러져 있는 이씨 주위에 계속 시너와 페인트를 던지고 부었다는 점, 경비업체 직원들이 사건 당일 철거민들을 향해 건물 주변과 102동 건물에서 행한 폭력에 대해서는 은폐하면서 오로지 철거민들의 일방적인 폭력으로 보는 점 등에 대해서는 수긍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피고인들은 또 "숨진 이씨에 대해 사죄한다" "잘못된 법과 제도를 개선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 "더불어 함께 살 수 있는 개발정책이 되었으면 한다" "경찰과 주공의 안이한 태도가 문제였다. 경찰과 주공 관계자도 이 자리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일 주공 측에서 찍은 비디오테이프 2개와 지난달 8일 경찰특공대가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압수한 농성자들이 찍은 비디오 테이프 등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측의 검증 요청에 따라 이를 다음달 8일 오후 2시에 검증하기로 했다.


검찰 측은 사건 당일 화재를 진압한 소방대원과 사진촬영을 한 화성경찰서 정보과 소속 경찰관을 다음 공판 증인으로 채택했다. 다음 공판은 8월12일 오후 2시 수원지법 110호 법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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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진실을 버겁게 받아들이려고 할 때가 많다. 하지만 항상 진실의 무게는 실천하는 사람들의 조그마한 생명력으로 존재하곤 한다. 함께 나누고 함께 진실을 캐내는 속에서 가까이 하고 싶다. 이제는 선,후배들과 항상 토론하면서 우리의 자리를 만들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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