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경제관이 지구를 지킨다

[서평] <지구를 구하는 경제 책>

등록 2005.07.27 00:00수정 2005.07.2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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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구를 구하는 경제책> 표지

<지구를 구하는 경제책> 표지 ⓒ 봄나무

방학이 가까워지자 엄마들끼리 아이들을 '경제관 키우는 캠프에 보내자' 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폼새가 워낙 경제논리로 되어가니, 이런 캠프에 엄마들 마음 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래서인지 출판사에서도 나름대로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 설 수 있는 경제와 관련된 책들을 경쟁적으로 펴내고 있다.

나 역시 어려서부터 경제관을 키워 주자는 것에는 동의하는 바라, 방학을 이용해 아이와 함께 동화 몇 권과 여러 가지 자료를 모아 돈에 관한 생각을 정리하는 기회를 얻을까 한다.


첫째, '돈은 어떻게 버는 것 인가'라는 주제를 통해 시장경제 용어와 경제흐름을 익힌다. 둘째, 화폐의 역사와 문화적 흐름에 대해 알아본다. 셋째,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고 돈 때문에 양심을 파는 일은 잘못임을 알게 한다. 마지막으로 용돈을 관리하는 법을 생각해 본다.

여기까지가 내가 우리 아이와 할 수 있는 경제에 관한 이야기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익혀 왔던 경제이야기고 내게 제공된 자료들이었다. 이렇게 경제에 관한 책을 살펴보던 중 강수돌의 <지구를 구하는 경제 책>이 손에 들어왔다.

이 책은 아주 색다른 경제논리를 전해 주고 있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는 그가 상식적인 시장경제, 기업논리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기업논리, 땅 투기 따위가 당연시 되는 것을 막고 아이들이 부모들의 잘못된 경제관을 지적하게 하는 책을 펴낸 것이다.

이 책은 소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경제를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왜 자꾸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할까?' '공부를 잘하면 돈을 많이 벌까?' '돈이 많으면 정말 행복해질까?'

사실 이런 경제구조 문제를 부모들이 알고 있다 하더라도 아이들에게 알려 주기는 조심스럽다. 그러나 모른 체 한다고 해서 모르게 되는 것도 아니고 일단 문제를 인식한다면 그것을 여기저기에 공론화하여 해결 방법과 철학(논리적)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저자는 어린이용 경제 책을 만들어 변화의 과정에 어린이들을 참여시키려 한다.


저자는 빈부격차라든지 임금의 차이, 집값이 오르는 원인, 쌀 수입 반대의 근거, 경제로 푸는 환경 먹거리, 도농 간 격차, 자전거 예찬, 신용불량자 문제, 국제관계 속에 엉킨 경제와 환경문제 따위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경제와 관련된 문제를 전반적으로 다루어 건전한 해결책을 모색한다.

그 중 인상 깊었던 부분은 '베스킨 라빈스'라는 우리에게도 알려진 미국의 사업가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는 많은 돈을 벌어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어 했다. 그러자 아들이 거절하며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사업가가 돈을 많이 버는 건 맞지만 저는 하고 싶지 않아요. 젖소들한테서 나오는 저 엄청난 오물을 좀 보세요. 그리고 젖소들이 뭘 먹고 사는지도 생각해 보세요. 결코 깨끗한 풀을 먹이는 게 아니잖아요? 병들지 말라고 주사하는 항생제는 또 어떻고요.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더 이상 해서는 안 될 일 같습니다."

이 아들의 짧은 이야기 속에는 복합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부의 세습을 거부하고, 동물에게 행하는 인간들의 잔인한 행동을 지적했으며 환경에 관한 문제(바른 먹거리)와 더불어 기업논리를 부정했다. 또 그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전하는 강한 메시지로 잘못된 부모의 모습을 답습하지 말고 정직하게 부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세계 모든 나라가 '국내 총생산'에 총력을 기울이며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가운데 '부탄'이라는 작은 나라는 '국민 총 행복'이라는 말로 국민들의 행복수치를 측정했다고 한다. 국민의 '행복 수치'는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 내 몸이 얼마나 건강한지 그리고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집이 있느냐 없느냐가 기준이라고 한다. 그 결과 도시에 사는 사람보다는 농촌에 사는 사람이 더 행복했고, 또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좀더 행복했다고 전한다.

이런 경제 가치로 따지면 개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명이다. 그래서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서 쾌적한 주거 환경과 건강한 먹거리 확보는 무엇보다 높은 경제가치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젠 더 이상 기업전략에 놀아나지 말고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살펴볼 때다.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은 우리가 서양의 모습을 답습했듯이 우리의 경제적 성장만을 습득하려 한다.

그들에겐 환경문제는 뒷전이다. 지구 총 인구의 4분 1을 차지하는 그 많은 중국 인구가 만들어내는 환경오염을 생각해 보라. 이런 환경문제는 생각하면 세계인이 한 몸뚱이에 존재한다는 것이 실감난다.

더 늦기 전에 우리도 행복수치를 측정해 나가자. 그리고 중국인들도 우리와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말고 더불어 살아갈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도서제목 : 지구를 구하는 경제 책
          저자 : 강수돌 
          출판사 : 봄나무 

- 리더스 가이드, 알라딘에도 실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도서제목 : 지구를 구하는 경제 책
          저자 : 강수돌 
          출판사 : 봄나무 

- 리더스 가이드, 알라딘에도 실었습니다.

지구를 구하는 경제책

강수돌 지음, 최영순 그림,
봄나무,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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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경제'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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