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 'u-드림관'에 개인 인권은 없다

[取중眞담] 사생활보호 가이드라인 무시... 정보보호 인식 제고하는 장 돼야

등록 2005.07.29 19:21수정 2005.07.3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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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보통신부 유비쿼터스 드림관을 찾은 외국인들.

정보통신부 유비쿼터스 드림관을 찾은 외국인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라틴어로 '언제 어디서나'라는 뜻의 유비쿼터스. 이게 현실화 된 시대에는 모든 사물이 지능화되고 네트워크로 연결돼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눈으로 볼 수는 없는 공기를 우리가 호흡하고 살아가는 것처럼 유비쿼터스 시대에는 촘촘히 짜여진 네트워크를 호흡하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유비쿼터스 시대가 일부나마 현실화된 공간이 있다. 서울 세종로 정보통신부 청사 1층에 마련된 유비쿼터스 드림관(u-드림관)이 바로 그 곳이다. 세계 각국의 정보통신 장관, 외국의 IT업계 거물 등 국내외 귀빈들이 찾아 한국의 정보통신 기술을 보고갔다며 정통부가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첨단 정보통신 기술과 미래의 생활상을 경험해 보기위한 일반인들의 발걸음도 꾸준하다.

이 곳에 가보면 홈네트워크, 텔레매틱스, 전자태그(RFID) 등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이 될 기술과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유비쿼터스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전시관에 있는 모든 사물들은 네트워크로 모두 연결이 되어 있다. 집 안에 있는 텔레비전을 비롯해 냉장고, 화장실의 거울, 집안 일을 돕는 로봇, 집으로 통하는 문의 자물쇠까지 모두가 네트워크로 하나가 돼 있다.

사람도 손목에 찬 다기능 PC를 통해 네트워크 상의 일원이 된다. 또 옷, 식료품 등에도 모두 RFID라는 전자태그가 붙어 있어 네트워크와 함께 호흡한다.

이 전자태그를 통해 냉장고는 그 안에 들어 있는 제품의 유통기한 등 제품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부족한 식료품은 자동으로 주문하기도 한다. 또 입고 나갈 옷을 고를 경우에도 지능화된 거울은 선택한 옷에 붙은 전자태그에 있는 정보를 파악해 그것과 어울리는 다른 옷이나 악세사리 등을 추천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슈퍼마켓에 가서도 제품을 구입하고 계산대를 지나기만 하면 모든 계산 과정이 끝난다. 계산대가 제품에 붙어있는 전자태그를 읽어 구입한 제품들 목록과 가격을 파악해 결제까지 끝마치기 때문.

이처럼 유비쿼터스 세상은 생활이 더욱 편리해지고 개인의 업무의 효율성이 크게 높아지는 꿈의 세상이지만 그만큼 개인의 사생활과 정보가 침해당할 가능성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사람마저 네트워크상의 한 점으로 편입되면서 홀로 떨어진 개인은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첨단 기기들 뒤에 숨은 사생활 침해 위험

a 유비쿼터스 드림관 내부 모습.

유비쿼터스 드림관 내부 모습.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러나 u-드림관에 구현된 유비쿼터스 시대에는 기술만 있을 뿐 개인의 사생활 보호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인다. 새로운 세상이 가져올 사생활 침해 위험성은 호기심을 자아내는 기술과 전자기기들 뒤에 꼭꼭 숨어 버렸다.

특히 u-드림관에는 정통부가 스스로 만들어 발표한 'RFID 프라이버시 보호가이드라인'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물품에 전자태그가 부착되어 있을 경우 그 사실을 알리고 이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표시해야한다. 또 전자태그에 담긴 정보를 읽을 수 있는 리더기가 설치돼 있을 경우 그 사실을 이용자가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표시해야한다.

하지만 전시관에 마련된 슈퍼마켓에는 리더기 설치 사실이 표시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제품에도 전자태그 부착 사실이나 그 제거 방법 등이 전혀 표시돼 있지 않다. 때문에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RFID의 편리함만을 볼 뿐 프라이버시 침해 위험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따뜻한 디지털 세상을 만드는 첫 걸음

정통부가 자랑하고 있는 것처럼 이 전시관은 국내외 고위 인사들과 시민들이 한번쯤 들러보고 싶은 명소가 됐다. 특히 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그럴수록 이 곳은 첨단 기술만 홍보하는 장소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개인정보보호 의식을 높일 수 있는 장이 되어야한다. 사회전반의 개인정보보호 의식이 낮아 이로 인한 사회문제가 점차 심각해져가는 상황이라 그 필요성은 더욱 크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이곳에서 유비쿼터스 시대의 편리함만 보고 그 이면의 사생활 침해 위험성을 보지 못한다면 사회 전반의 정보보호 의식 제고는 머나먼 일이다. 이 곳을 찾는 외국인들에게도 미래 유비쿼터스 사회의 기술 발전 뿐 아니라 개인의 사생활 보호 노력을 기울이는 균형잡힌 한국의 모습을 홍보해야 하지 않겠는가.

진대제 장관이 강조하는 '따뜻한 디지털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한 첫 걸음은 300여평이 넘는 전시관에 유비쿼터스 시대의 사생활 침해 위험성과 이를 해소하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 마련 노력 등을 알리는 부스를 하나쯤 만드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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