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들녘
간단한 설명만 보고도 선뜻 이 책을 택하게 된 것도, 책 속에 등장하는 부흐하임이라는 도시 때문일 것이다. 도시 전체가 서점으로 가득하고, 각 서점마다 가득히 책이 쌓여 있는 곳, 시작을 알 수 없는 때부터 지하에 가득 메워져 있는 책들. 실제로 그런 곳이 있다면, 꼭 한번 찾아가보지 않을까? 책으로라도 찾아가 볼 수 있으니 무턱대고 따라나선다.
책의 첫 문장은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로 시작된다. 단첼로트 숙부로부터 받은 원고의 가장 독창적인 문장 또한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이며, 원고의 지은이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서는 미텐메츠의 모험 또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부흐하임의 고서점에 가득 쌓여져 있는 책의 방대한 양을 너무 힘껏 상상하여 그리지 말자. 부흐하임의 아래 지하통로에 숨어 있는 갖가지 위험한 책들과 지하의 책을 제대로 먹고 사는 괴물 부흐링의 창고에 가득한 책들, 한 단계 더 지하로 내려가면, 걸어 다니고 잉크로 된 피를 흘리며 죽을 수 있는 책들이 곧 등장할 것이기 때문에 상상력을 적당히 나누어서 써먹어야 할 필요가 있다.
만화가와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다는 지은이의 약력을 증명하듯, <꿈꾸는 책들의 도시> 책 전체에는 기발한 상상력과 만화적 구성이 넘친다. 일단 우리의 주인공 미텐메츠 역시 린트부름 요새에 사는 공룡족의 일흔 일곱의 젊디젊은(?) 청년이다. 공룡뿐만 아니라, 갖가지 동물을 연상시키는 등장인물들, 지하에 사는 여러 종류의 괴물, 그리고 사람은 없는 곳이야? 라고 생각하는 순간 결정적인 인물로 등장한 인간 등이 어우러져, 재미를 한층 돋운다.
책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는 삽화는 귀엽지는 않지만, 독자의 상상력을 다채롭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아무리 봐도 미텐메츠의 얼굴은 주인공 감은 아닌데 하면서도, 조금 모자란 듯한 그의 모습이 이번 모험에는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