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3개 일간지 명예훼손 손배소 항소 기각

대법원, <경인> <인천> <기호> 등 항소 기각 결정

등록 2005.08.02 17:31수정 2005.08.02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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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00년 12월 이주협씨가 경찰에 구금되었을 당시의 신문기사들

2000년 12월 이주협씨가 경찰에 구금되었을 당시의 신문기사들 ⓒ <2005 인천뉴스>

경인지역 대표급 언론사들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패소한 뒤 손해배상청구에 대해 이의를 제기, 항소했으나 최근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지방일간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온 이주협(당시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인천지역본부 해고특별위원장)씨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재판장 유지담, 대법관 배기원, 주심 대법관 이강국, 대법관 김용담)는 지난 7월 15일 선고를 통해 <경인일보> <인천일보> <기호일보>가 제기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 판결문을 전해 받았다고 2일 밝혔다.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언론매체의 기사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여 불법행위가 되는지의 여부는 일반 독자가 기사를 접하는 통상의 방법을 전제로, 그 기사의 전체적인 취지와 연관, 기사의 객관적 내용,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문구의 연결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기사가 독자에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또 기사의 배경이 된 사회적 흐름 속에 표현이 가지는 의미를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이 사건의 각 신문기사는 제목이 본문에 비해 활자의 크기나 지면 면적에 있어 훨씬 크고, 피의자였던 원고의 범행을 단정하는 듯한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인용한 3개 언론사의 당시 기사 제목은 <경인> '택시회사 노사문제개입 금품갈취', <인천> '퇴직자 각종 訴 금품 받고 대행', <기호> '위원장, 직분이용 금품갈취' 등이었으며, 기사의 본문 내용도 피의자의 범행동기와 그가 대행한 법률사무 및 갈취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는 점을 제시했다.

또한 <경인>과 <기호>는 '원고가 자격 없이 소송수행의 대가로 택시기사들로부터 돈을 받고, 사용자측을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였다'는 사건 피의사실에 대해 '근로자와 회사측으로부터 금품을 뜯어낸 혐의', '택시회사 근로자 및 기업인 등을 상대로 금품을 갈취해오다 경찰에 적발', '소송대행금 명목으로 345만여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 등의 표현을 사용, 원고가 사용자측뿐만 아니라 근로자들로부터도 금품을 갈취한 것으로 피의사실을 왜곡 보도했다고 판결문에서 밝혔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이 사건보도의 경우 원고가 소송비 명목으로 돈을 수수하고, 위원장 직위를 이용하여 금품을 갈취했을 것이라는 인상을 받을 것으로 보여진다"며 "원고가 소송서류 등을 작성해 주고 돈을 받은 것과 택시회사 등을 협박, 금품을 갈취한 사실증명이 없는 이상, 신문보도로 인해 원고의 명예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현저하게 훼손됐다고 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 <인천일보> 김아무개 기자와 <경인일보> 이아무개 기자가 당시 인천서부경찰서에서 취재 중 경찰서 당직대장, 업무보고서 등 경찰내부문서를 통해 이 사건 피의사실을 알게 된 후 강력계 경찰관들을 상대로 비공식적인 사실확인만 거쳤을 뿐 원고를 직접 면담한다거나, 피해자 등 관련자들의 취재를 통해 피의사실의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으므로 피의사실을 보도함에 있어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일간신문이 신속성을 요구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기사의 취재 과정에서 기사의 내용이 진실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언론·출판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또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 영역에 속하는 사안인지 등에 따라 공공적·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표현의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한다"고 공공성과 사적영역에 대한 한계를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당시 기사를 작성했던 <인천일보> 김아무개 기자(언론노조 인천지부 사무국장)는 "당시 최선을 다해 취재했으나, 미비했던 점도 있었다"며 "그러나 당시 민택노련 해고특위의 활동이 많았으며, 또한 이에 대한 관심이 많아 여느 기자보다 취재를 열성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일부라도 사실 확인 등에 소홀했던 부문에 대해서는 인정한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이 사건 이후 경찰에서 내는 보도자료도 많이 강화됐으며, 수습기자 교육 때도 명예훼손에 대해 집중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인일보>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로 다 끝났다. 1심결과에 따라 회사는 공탁금을 걸었고 원고는 공탁금을 찾아가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호일보> 김정배 편집국장은 "대법원 확정판결에 대해 무슨 할 말이 있는가, 대답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영우 인천대 신방과 교수는 "언론은 사실여부를 정확히 파악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해야한다. 사실 확인을 소홀히 한 보도는 명예훼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지방일간지들의 인력부족 등 열악한 언론환경에 처해있는 점이 간과돼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사실 확인 절차 없는 취재 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주협씨는 지난 2000년 이들 3개 언론사를 상대로 인천지법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을 청구, 2002년 <경인> <인천> 각 2천만원, <기호> 1500만원의 손해배상을 이끌어 냈다. 1심 판결을 근거로 3개 언론사에 강제집행에 들어갔으나 해당언론사들이 공탁금을 내고 '강제집행가처분신청'과 함께 고등법원에 항소했고 고등법원은 지난 2004년 9월 이들 언론사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씨는 지난 1일 인천지방법원에 동산집행신청서를 접수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독립군이 만드는 <인천뉴스>www.incheonnews.com에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뉴스독립군이 만드는 <인천뉴스>www.incheonnews.com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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