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경제검찰' 공정위에 힘 실어주나

지난달 28일 만나 출총제 등 경제현안 의견 교환... 재벌개혁 힘 실릴지 관심

등록 2005.08.02 19:11수정 2005.08.02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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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오른쪽)과 강철규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회동을 갖고 논란이 되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대통령(오른쪽)과 강철규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회동을 갖고 논란이 되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이종호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과 청와대에서 단독으로 만나, 최근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등 경제현안과 관련한 의견을 나눴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기업의 출자총액제한제도 유지 등 공정위가 추진중인 재벌개혁 로드맵에 대해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삼성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과 두산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재벌개혁 필요성이 다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은 '경제검찰'로서 공정위의 입지에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노 대통령과 강 위원장이 만난 것은 사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달 28일 노 대통령과 강 위원장이 청와대에서 업무보고 형식을 빌어 만난 것은 사실"이라며 "최근 기업들의 지배구조 등 경제현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과 공정위원장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도 이날 오후 "위원장과 대통령이 함께 식사를 하면서 경제현안 등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대기업들의 지배와 소유구조에 관한 문제와 공정위의 경쟁력 확보 방안 등이 주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CBS <노컷뉴스>는 "노 대통령이 강 위원장에게 재계에서 요구해 온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에 대한 의견을 물었으며, 강 위원장은 '출자총액제한제를 없애면 제2의 대우사태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지금 단계에서 출총제 폐지는 안된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노 대통령도 이같은 강 위원장의 출총제에 대한 의견에 이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노컷뉴스>는 밝혔다. 따라서 출총제는 공정위가 밝힌 시장개혁 로드맵 계획에 따라 오는 2007년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또 공정위의 인사적체에 대한 강 위원장의 해법을 묻기도 했다. 강 위원장은 "인사적체와 함께 공정위의 역량 강화 방안으로 '경쟁정책연구원'을 신설하는 방안을 고민중"이라는 의견을 냈으며, 노 대통령은 실무진과 의견을 나눠볼 것을 지시했다고 <노컷뉴스>는 전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등 공정위 주장 힘 실릴듯


대통령과 공정위원장의 전격 회동으로 향후 공정위의 '재벌개혁'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각종 재벌 정책 추진 과정에서 재계의 강한 반발에 부닥쳤던 공정위의 입지가 이번 기회를 통해 좀더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른바 'X 파일' 문건으로, 삼성의 불법정치자금 제공 의혹이 불거지고 있고, 두산 형제 오너사이에 비자금 의혹 투서 등이 이어지는 등 재벌에 대한 국민적 감정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러한 분석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 등 공정위의 재벌 정책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공정위가 현재 입법을 추진중인 기업에 대한 '강제조사권'도 도입될 가능성도 커졌다.

강제조사권은 일부 재벌 계열사가 공정위의 현장조사에서 서류를 빼돌리거나, 조사를 방해하는 일이 잦아지자, 공정위가 이들 기업에 대해 강제로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것이다. 정부 여당에서도 공정위의 이같은 입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X 파일과 두산 등의 문제로 경제계 전체가 어수선하다"면서 "(노 대통령과 강 위원장의 면담) 내용을 확인해 봐야겠지만, 회동 자체만으로도 최근 높아지고 있는 공정위의 입지에 힘이 실리는 것이 아닌가"라고 전했다.

최한수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팀장은 "최근 'X파일'로 드러난 재벌-정치권과의 불법거래 의혹과 두산 박씨 일가의 비자금 투서 등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을 다시 보여주는 사례"라며 "그동안 후퇴 양상을 보여온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를 다시 보여줄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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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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