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시절만 해도 괜찮았는데..양중모
스스로의 계획에 만족하고, 성큼 성큼 일어나 콜라캔을 주워들었다. 그리고 내리기 직전 살며시 웃어주며 아이에게 한 수 가르침을 주려는 순간 예상외의 반격이 날아들었다. 그 아줌마가 얼굴을 찡그린 채 "으이그"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다소 기분이 상했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난 참을 수 있었다.
'그래, 내가 바로 내려서 내 눈웃음을 보지 못했겠지.'
무언가 착한 일을 했다고 스스로에게 위로하고 계단으로 올라가려 하는 순간이었다. 무거운 짐을 지고 계단 위를 올라가는 한 할머니 뒷모습이 내 눈에 확 꽂혔다. 여태껏, '나도 바뻐'라고 쉽게 휙, 휙 지나치기 일쑤였건만, 오늘 따라 착하디 착하게 행동하고만 싶어졌다.
"할머니 제가 도와드릴까요?"
난 다시 한 번 내 눈웃음을 믿고 살짝 미소를 보여주며 가방을 확 들어올렸다. 그리고 성큼 성큼 걸어 올라가려는 순간 알 수 없는 힘이 나를 잡아 당겼다.
'뭐지, 귀신인가?' 아래를 내려다 본 순간 나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가 할머니 짐을 꼭 붙잡고 있는 것이었다. '설마 내가 도둑놈으로, 소매치기로 보였던 것일까.' 끓어오르는 의혹을 억누르면 간신히 계단 위까지 올라왔다.
"총각 고마워. 됐으니까 여기서부터는 내가 할께."
그 '설마 날 도둑놈으로'라는 의심이 확정적으로 굳히기에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아직도 올라갈 계단이 더 있는데, 나보고 빨리 가라고 휙휙 손짓을 해보인 것은 그만큼 나에 대한 신뢰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할머니의 눈웃음이야 말로 사람을 매료시키는 힘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