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리에서 스너피까지... 흔들리는 유전의 법칙

잇따라 성공한 동물 복제, 사회적 찬반 논란도 후끈

등록 2005.08.04 01:34수정 2005.08.0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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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서울대 황우석·이병천 교수팀은 3일 오전 서울대 수의대학에서 세계 최초로 개 복제에 성공했다고 밝히고, 지난 4월 24일 서울대학교 동물병원에서 태어난 복제 개 '스너피(Snuppy)'를 언론에 공개했다.

서울대 황우석·이병천 교수팀은 3일 오전 서울대 수의대학에서 세계 최초로 개 복제에 성공했다고 밝히고, 지난 4월 24일 서울대학교 동물병원에서 태어난 복제 개 '스너피(Snuppy)'를 언론에 공개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인간은 부모 중 어느 한 쪽과 유전적으로 완벽하게 일치하는 후손을 생산할 수 없다. 아버지와 어머니 양쪽의 유전자를 골고루 받기 때문이다. 이 점은 동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절대적인 법칙으로 간주돼 온 이 명제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오늘날 이 명제는 '자연 상태에서는'이라는 수식어의 제한을 받고 있다.

이는 생식세포가 아닌 체세포를 이용한 동물복제가 성공한 데서 비롯된다. 체세포를 활용한 동물 복제의 경우 복제할 개체의 유전 정보를 그대로 이어받은 새 생명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96년 '돌리' 탄생 이후 소, 돼지, 고양이 이어 개까지... 원숭이만 남았다

동물복제는 1952년 미국의 존 브리그 박사팀이 개구리 수정란 세포를 떼내 난자에 이식하는 방식으로 개구리 복제에 성공하면서 시작됐다. 1962년에는 영국의 고든 박사팀이 개구리 체세포를 떼내 난자에 이식해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1980년대 들어 포유류로는 최초로 생쥐(1981년, 미국)가 복제된 데 이어 가축으로서는 최초로 면양(1986년, 영국)이 복제됐다. 그러나 이 생쥐와 면양의 복제는 생식세포 복제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후 동물복제 방식의 주류는 성체에서 떼어낸 체세포 전체 혹은 체세포 중 핵만을 추출해 난자에 주입·수정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체세포 복제 방식으로 바뀌었다.


체세포를 활용해 복제된 최초의 포유동물은 스코틀랜드의 로슬린연구소 소속 이언 윌멋 박사가 1996년 7월 5일 탄생시킨 복제양 돌리다. 윌멋 박사는 6살 된 암양의 젖샘세포에서 핵을 추출해 난자의 핵과 치환한 뒤 자궁에 착상시키는 방식으로 돌리를 탄생시켰다.

일단 돌리의 탄생으로 물꼬가 트이자 세계 각지에서 체세포를 활용한 동물 복제가 이어졌다. 1997년에 쥐(미국), 1998년에 소(미국), 2000년에 복제양 마틸다(호주), 2001년에 황소(미국), 2002년에 토끼(프랑스)와 고양이(미국)가 복제됐다.


국내에서도 1999년 황우석 서울대 교수팀이 복제소 영롱이를 탄생시키면서 동물복제의 닻이 올랐다. 이어서 광우병에 내성을 지닌 소, 장기이식용 돼지 및 고양이 복제도 성공했다.

이번에 황우석·이병천 교수팀이 스너피를 탄생시킴으로써 그동안 복제하기 어려운 동물로 꼽혀온 개 복제의 장벽도 무너졌다. 그러나 인간과 생리학적 유사성이 가장 높은 동물로 거론되는 원숭이는 아직 복제되지 않은 상태다.

복제동물 활용 찬성론 속에 윤리 문제 우려하는 반대론도

체세포를 활용한 동물 복제가 잇따라 성공하면서 사회적 찬반 논란도 뜨거워졌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이식을 통한 인간 장기 활용(특히 돼지) ▲난치병 치료법 개발 자료 활용 ▲멸종 위기종 보존 및 이미 멸종된 동물 재생 가능성 ▲제약·의약 산업 육성 및 생명산업의 국가경쟁력 강화 등을 동물 복제의 장점으로 거론하며 복제 부문의 무한한 가능성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과학기술부가 2007년까지 체세포 복제 고양이의 대량생산 기술개발을 위한 '특수 유용동물 복제사업'을 올해 초부터 시작하는 등 우리 정부도 동물 복제 기술 개발 및 활용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윤리적 문제 및 복제의 성공 가능성 등에 대한 차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반대론도 제기됐다.

비판론자들은 윤리 문제와 관련, 동물복제가 인간복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복제 기술을 축복으로만 여길 수는 없다고 문제제기했다.

아울러 동물 복제의 경제적인 효과나 멸종 동물 복원 가능성에 대해서도 섣불리 장밋빛 전망을 펼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1999년 영롱이가 탄생될 무렵엔 복제소가 농촌 경제를 일으키는 자산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으나 6년이 지난 지금도 그 전망은 실현되지 않고 있다. 복제소의 생존율이 50% 미만일 뿐더러 안전성 검사도 완결되지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복제동물 장기를 인체에 이식할 때 발생하는 면역거부 반응을 해소하는 문제 등 기술적인 문제도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점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체세포 복제로 탄생한 최초의 포유류 돌리는 채 7년을 살지 못했다. 양의 평균 수명이 12년임을 감안할 때 돌리의 삶은 결코 길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돌리는 탄생한 지 3년도 되기 전부터 각종 질병에 시달렸으며 특히 노화가 조기에 급속히 진행돼 '복제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많았다.

질병에 시달리던 돌리는 2003년 2월 15일 생을 마쳤고 돌리의 죽음은 체세포 복제 방식에 대한 안전성 논쟁을 가속화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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