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과 함께 하는 세상

철새 도래지 을숙도를 찾아가다

등록 2005.08.06 01:01수정 2005.08.0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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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보따리 싸는 철새들

보따리 싸는 철새들 ⓒ 정수권

내가 사는 아파트의 창문을 열면 을숙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낙동강이 굽이굽이 칠백리 길을 달려와 머무는 곳.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다. 오늘도 바다, 강, 산, 그리고 뭉게구름에 둘러싸여 한여름의 푸르름을 한껏 머금고 고즈넉이 그 곳에 그대로 있다.


을숙도. 가본 사람에게는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고, 가보지 못한 사람은 언제나 새들의 낙원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 것이다.

a 철새도래지 표지석

철새도래지 표지석 ⓒ 정수권

그러나 겉으로 평화로운 그곳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몸살을 앓고 있다. 주변의 생활하수와 공장 지역의 오폐수가 흘러들고 쓰레기 매립장의 침출수 유출로 인해 날로 오염이 심해지고 있다.

a 을숙도 전경

을숙도 전경 ⓒ 정수권

그 옛날 강과 바다가 만나는 드넓은 습지에 엄청난 갈대 숲속을 나룻배를 타고 건너가 새들과 함께 지내던 곳이, 1987년 바다와 강을 가로막는 하구언둑이 완공되면서 갈대의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 바닷게와 새들의 천국인 섬이 육지와 연결되면서 을숙도는 급속히 훼손되었다. 그 후에도 부산시민들이 그렇게도 반대한 쓰레기 매립장을 조성하고 강 건너 공단지역에 쓰레기 소각장까지 지었다.

a 축구장

축구장 ⓒ 정수권

을숙도 쉼터 역시 몇 년 전만 해도 요즘처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저녁밥 일찍 먹고 온가족이 드넓은 잔디밭에 돗자리 깔고 누워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더위를 식혔던 곳이다. 낮에도 주말이면 도심과 인접한 곳이라 직장인들이 단체로 많이 찾았고 아이들은 연을 날렸다.

a 하구둑 기념탑

하구둑 기념탑 ⓒ 정수권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무슨 공사를 시작하면서 가보지 못하다가 그저께 취재차 들러본 쉼터는 많이 변해있었다. 마치 어느 도심 한가운데를 들어온 듯 해, 그렇지 않아도 더운 날씨에 더욱 갑갑했다. 지역 주민의 문화 공간을 제공한다며 지은 커다란 문화회관이 낯설고 그것도 모자라 지금도 소강당을 증축중이며, 인라인 스케이트장, 수자원 공사 건물과 낙동강 하구둑 전망대, 물 문화관이 탁 트인 사방을 둘러막았다.


a 하구언 다리

하구언 다리 ⓒ 정수권

가운데 삐죽히 솟은 하구둑 준공기념 탑은 그나마 애교(?)로 봐줄 수 있지만 명색이 자연생태보존지역, 습지보호지역, 문화재보호지역이자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된 이곳에 자동차전용극장은 너무했다.

a 을숙도 생태복원사업

을숙도 생태복원사업 ⓒ 정수권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습지와 새들의 친구'들이 1년간 조사한 보고서에 의하면 낙동강 하구에는 170여 종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고 그중 40% 이상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도 다양한 새들이 찾고 있음으로 해서 그나마 건강성을 유지하고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 그리고 부산시에서도 을숙도 생태복원을 위한 사업이 현재 한창 진행 중이다.


a 을숙도 석양

을숙도 석양 ⓒ 정수권

그러나 복병은 또 있다. 을숙도를 가로지르는 명지대교가 10년간 논란 끝에 '습지와 새들의 친구', '부산 녹색 연합' 등 환경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공사에 들어갔다. 왕복 6차선과 길이가 장장 5km가 넘는 거대한 교량이 완성되면 큰 새들은 지장을 받고, 차량 질주로 인한 소음과 진동, 그리고 불빛으로 더 이상 새들의 보금자리는 없다. 철새가 떠나면 사람도 살수가 없다. 머지않아 을숙도(乙淑島)는 더 이상 을숙도가 아닐지도 모른다.

a 을숙도 야경

을숙도 야경 ⓒ 정수권

을숙도에서 멀지않은 옛 부산시청자리에 동양최대 높이의 제2롯데월드를 짓고 있다.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인 을숙도는 자꾸만 훼손되어 철새를 내쫓고 있다.

@IM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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