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내가 파헤친 게 아니고 터져나온 것"

노 대통령 '음모설' 정면 반박... "도청이 정·경·언 유착보다 더 본질"

등록 2005.08.08 11:49수정 2005.08.0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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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정원 불법도청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노무현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정원 불법도청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연합뉴스 김동진
노무현 대통령은 "도청테이프는 내가 파헤친 것이 아니고 터져나온 것"이라며 "나는 터져나온 진실에 직면했을 뿐이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8일 오전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이른바 안기부 불법도청 X- 파일 사건과 관련 "아무런 의도도, 아무런 음모도, 전혀 아무런 정치적 의도가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대통령으로서 내가 모르는 진실을 파헤칠 수 있지만 터져나온 진실을 덮을 수는 없다"면서 "최선을 다해서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정·경·언 유착도 중요한 문제지만 도청 문제 자체가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문제다"고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도청이 정경언 유착보다 결코 가볍지 않으며 개인적으론 더 무겁게 본다"면서 "정경유착도 무거운 문제지만 5공 청문회부터 진상이 계속 밝혀져 왔고 전모가 역사적으로 상당히 밝혀지고 정리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도청은 의혹만 있었지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일이 없었다"면서 "이번에도 (불법도청의) 원뿌리를 만든 사람들이 이파리를 보고 흥분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고 "(이처럼) 현재의 문제이고 역사의 문제이기에 도청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테이프 내용은 범죄도 있고 아닌 것, 시효 지난 것, 범죄 아니지만 국가적으로 역사적으로 확인하고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것도 있고 보호될 사생활도 뒤엉켜 있어 어려운 문제이며 어디까지 공개하냐 아니냐는 수사의 문제와 다르며 이는 법에 따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지금 (국정원) 자체조사를 하고 있고, 동시에 검찰이 조사를 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를 통해 참여정부 도청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확인하면 될 것"이라며 특검 도입 주장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처음부터 검찰 못믿겠다거나 덮어버리자거나 바로 가자거나 하는 것은 사실조사에서 적절한 방법인지는 별로 동의하기 어렵다"며 "국가 제도를 구체적이고 명백한 사유없이 무력화시키는 발상이며, 당장은 국민들 기분에 영합될지 모르나 장래에 국가를 위해 좋은 일 아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우리 검찰이 믿기 어려운 일도 과거에 많이 한 것을 사실이지만, 지금 도청 수사 하나 믿고 맡길 수 없을 만큼 믿기 어려운 조직 아니다"며 "(특검, 국정조사 등은 검찰 수사 뒤에) 구체적인 의혹이 있을 때 국회에서 합의해서 하면 될 문제"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를 마친 뒤에 청와대 기자실에서 긴급 간담회를 갖고 "내가 사실을 덮으면 나를 위해 일한 참모들이 다음 정권에서 또 불려다녀야 하지 않냐"면서 "그런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김승규 국정원장이 다시는 검찰에 불려다니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왜 여기다 정치적 음모가 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나는 정치적 공작에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정치권과 언론에 대해서도 "왜 음모설을 말하고 받아 쓰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게 포풀리즘 아니냐, 선동정치 아니냐"고 말해 음모설에 강한 불쾌감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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