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 정동초등학교에서 열리는 정동진 영화제양중모
"사진은 왜 찍는 거야?"
"아, 예 제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어서요."
지난 8월 5일부터 7일까지 강원도 강릉시 정동초등학교에서 정동진독립영화제가 열렸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6일 밤이 되어서야 내려가기는 했지만 본래 목적은 취재였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취재하려 한다는 사실을 다음 날인 오후 5시가 되어서야 말한 셈이다. 만약 영화제 스태프로 일하고 있는 여자친구와 영화제 사무국장이 개인적인 친분이 없어, 사무국장이 내게 저런 질문을 편하게 던질 사이도 아니었다면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씨네21> 기자에서 선수를 뺏겼네
애당초 내 계획은 벌써 7회째를 맞이하고 있는 정동진독립영화제를 준비하는 박광수 프로그래머와 김동현 사무국장을 인터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계획은 정동진으로 내려가는 버스에서 여자친구가 보낸 문자를 보게 되면서 고비를 맞이하였다.
'씨네21 기자가 와서 벌써 광수 오빠랑 동현 언니 다 인터뷰해 갔는데.'
내려가는 내내 기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올린 기사와 어떻게 차별화할까만을 고민했거늘, 난데없이 보다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난 셈이다!
영화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잡지사 기자. 그 기자가 영화제와 관련해 질문한 것들은 어떤 것이었을까? 어설프게 질문했다가 망신당하는 게 아닐까, 이런 여러 생각들이 결국 정동진에 도착한 첫 날, 스스로의 신분을 밝히지 못하고, 그저 스태프의 친구이자 그 때문에 자원활동가로 일하러 왔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었다.
사실, 6일 두번째 날 상영이 끝나고, 영화감독들, 독립영화계 인사들, 일부 관객들이 모인 술자리에서 술의 힘을 빌려 인터뷰를 해볼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단편영화나 독립영화에 대한 이해가 워낙 부족했고, 영화제 프로그래머와 사무국장을 제외하고는 누가 누구인지 몰랐기에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독립영화계에서 꽤 유명한 인사들도 있었다. 그것도 바로 옆 자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