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넓디넓은 덕진공원의 연꽃 핀 연못을 다 돌면서 여러 모양의 연꽃을 찍었다.전희식
이 분과 나는 날카로운 시대정신을 갖춘 지성을 우선으로 꼽았다. 그 다음이 영성 수련이었다. 물질세계와 제도를 넘어서는 명상수련이 두 번째로 꼽혔던 것이고 세 번째가 건강하고 튼튼한 몸이었다. 내 선배는 높은 도덕성을 곁들였다. 또 하나 덧붙여진 것이 흙에 손과 발을 담고 사는 생태적인 생활이었다. 스스로 몸이 최소한의 자급을 이루며 생태적으로 살지 않으면 사상누각이라는 데에 뜻을 같이 했다.
하나만 더 더하자고 하여 추가된 것은 '웹 마인드와 기초적인 웹 기술'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이 분을 내 고물트럭에 모시고 전주역까지 모셔다 주게 되었다. 중간쯤에서 내 고물 트럭은 갑자기 비명을 지르더니 뿌연 김을 내 뿜으면서 서 버렸다. 냉각수가 말라버린 것이다. 트럭을 길가에 세우고 라디에이터를 열고 페트병으로 네 번이나 물을 퍼다 넣으면서 이 분이 보여 준 모습은 감탄스러웠다.
침착하고 순서 있는 그분의 처신은 차분하다 못해 거룩했다. 불볕더위 속에서 차가운 이성이 빛나는 이런 모습은 내 생애에 꼭 한번 밖에 본적이 없다. 8년여 전 어느 후배가 그랬었다. 예기치 않은 위기 속에서 무섭도록 침착한 그 후배의 모습을 나는 늘 서늘하게 기억하곤 했다. 그 분이 보여준 모습은 '그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항상 어느 때건 주변을 돕는 자세'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 주시었다.
준비 없이 맞이한 생일날에 무턱대고 밀었던 머리 덕에 받은 커다란 생일선물 같은 분이셨다. 우리는 다음에 만날 약속을 아주 구체적으로 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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