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빛 그리움을 머금은 사위질빵 꽃노태영
하얗게 하얗게 피어오르는
당신의 소망을 가슴에 담았습니다.
남몰래 훔쳐보던 그리움이
살며시 당신의 미소 속에 숨어듭니다.
지천으로 널려있는
당신의 우유빛 애절함
여름의 끄트머리에서
매미소리는 너무도 처량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있기에 이 여름은 더욱 맑아집니다. 당신이 있기에 이 세상은 더욱 살맛납니다. 그렇게 외롭게 넝쿨 속을 헤매더니 이제야 하얀 꿈들을 함박눈처럼 소복하게 세상에 쌓아 놓았습니다.
이렇게 순수한 울림을 들어 보셨습니까? 이렇게 거짓 없는 수채화를 보셨습니까? 아마 불가능할 것입니다. 사위질빵 꽃을 보고 있으면 때가 묻은 마음도 금세 깨끗해질 것입니다. 우윳빛이 나는 꽃을 보면 마음이 느긋해지고 편해집니다. 이유미 산림청 국립수목원 임업사의 사위질빵에 대한 설명입니다.
요즈음 산에 가면 덤불을, 또는 다른 나무를 타고 올라가며 피어나는 흰 꽃송이들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사위질빵의 꽃이다. 멀리서 봐도 우윳빛 꽃송이들이 가득 모여 풍성하게 느껴질 뿐더러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여간 예쁜 것이 아니어서 누구나 이름이 궁금해지기 마련인 그런 꽃이다.
덩굴성이지만 물론 나무이다. 본래 덩굴이 지는 나무 예를 들면 칡이나 댕댕이덩굴 등 대부분의 것들은 줄기가 아주 질겨 각종 기구를 만드는 데 유용하게 쓰였다. 하지만 사위질빵의 줄기는 약해서 별 필요가 없었다. 이 때문에 사위질빵이라는 조금은 특별한 이름이 붙은 사연이 생겼다.
옛날 남쪽의 일부 지방에선 추수 때 사위가 처가에 가서 가을걷이를 돕는 풍속이 있었다고 한다. 귀한 사위가 와서 힘든 일을 하는 것이 마음에 걸린 장모는 다른 사람들보다 유난히 조금씩 짐을 실어 지게질을 하게 했다.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약한 이 나무의 줄기로 지게 질빵을 만들어도 끊어지지 않겠다며 놀렸다.
그 후로 이 덩굴 나무의 이름이 사위질빵이 되었다는 것이다. 사위사랑과 이를 보는 이웃들의 따뜻한 유머가 느껴지는 이야기이다. 북한에서 쓰는 이름은 질빵풀이고 서양에서는 버진즈 보우어(Virgin's Bower), 즉 처녀의 은신처란 뜻인데 순결한 꽃색이며 풍성한 덤불이 이름에 꼭 들어맞다.
참 아름다운 이름입니다. 우리나라 꽃들은 저마다 아름다운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산길을 거닐다 보면 이런 꽃보다 아름다운 꽃에 대한 사연들을 엿듣기도 하고 이들과 대화도 나눌 수가 있습니다. 이런 앎이나 대화는 돈을 벌거나 삶을 살아가는 지혜는 분명 아닙니다.
그러나 마음에 진짜 필요한 양식입니다. 영혼의 양식은 하느님 말씀이나 부처님 말씀으로 채울 수 있지만, 마음의 양식은 자연 속에서만 얻을 수 있습니다. 땅 냄새를 맡으면서, 거친 가시넝쿨에 찔려 피 흘려가면서 얻은 자연의 양식이 진짜 마음의 양식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말이면 등산을 합니다. 무작정 산에 오르고 또 오르고 그리고 올라갈 곳이 없으면 내려옵니다. 건강을 위해서라고 합니다. 단지 몸의 건강을 위해서 산에 오를 뿐입니다. 마음의 양식에는 관심도 없는가 봅니다. 그러나 산길이나 들길을 걷다 보면 지천으로 널려 있는 것이 바로 마음의 양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