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임
전설 같은 샘물의 흐름은 여름을 즐기는 어린이들이 천진난만한 풍경 속에 잠겨있다. 이들이 가난한 농부의 지혜를 알기나 할까? 웃통을 벗은 어린이 아랫도리를 벗은 어린이, 인형을 목욕시키는 어린이, 그러나 지장샘물은 이 어린이들의 웃음소리를 듣고 있는지 끊임없이 물이 솟아오른다.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은 적당한 양의 물이 유유히 흐르는 지장샘은 하류로 소리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지장샘을 두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장샘물만큼만 살라’는 속담을 전한다고 한다. 콸콸 흐르는 것도 아니고 아주 조금 흐르는 것도 아니고, 항상 일정량이 유유히 흐르고 있으니, 횡재를 원하지도 아주 가난을 해지는 것을 원하는 것도 아닌, 그저 평범한 삶을 원한다는 뜻. 전설 속 속담은 현대인들에게 또 하나의 교훈이 아닐 수 없다.
농부의 지혜로 탐라의 물혈을 살려 냈다는 지장샘. '진시황도 탐을 냈다'는 지장샘에 서 있으니 산 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샘물의 한기가 서로 조화를 이루어 여느 피서지에 온 것 보다 더 시원함을 느낀다.
한국 명수의 한 곳
특히 이곳은 지난 1987년 한국자연보호협회가 선정한 한국의 명수 100선 가운데 한곳으로 지정된 용천수이다. 하루에 용출되는 수량은 300-1000㎥. 지장샘은 아무리 가물어도 샘물이 솟아나 서홍동 마을 사람들의 유일한 식수역할을 하는 물자원이다.
선조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지장샘 옆에는 서홍동 마을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과수원들이 밀집되어 있다. 비록 전설 속에 묻힌 지장샘은 마을 어린이들의 놀이터로, 길을 가는 나그네들의 쉼터로 손색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