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에 가면 담력 테스트를 해라!

<서울 색다르게 즐기기①>태릉 가보기

등록 2005.08.12 23:48수정 2005.08.1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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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월 12일) 태릉에 갔다가 오싹한 체험을 하고 돌아왔다. 주말도 아니고 꼭 가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태릉에 가기로 한 건 좀 엉뚱한 이유에서였다. 휴가철만 되면,

"뭐 이번에는 프랑스나 한 번 갔다오든지, 아니면 색다르게 남미같은 데를 가보든지 하지, 뭐."


이런 식으로 내 속을 긁어놓는 인간들이 전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면 꼭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분류의 인간들에게 "한국이나 다 제대로 돌아봤느냐"고 큰 소리로 외치고 싶어, 원래는 '전국을 도는 여행'을 생각했다. 그러나 지방 한 번 내려갔다 오는데도 적지 않은 목돈을 쓸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아는지라, 좀더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내야 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전철과 버스를 이용해 서울시를 좀 더 색다르게 즐겨보자는 것이었다.

사실 이 계획의 첫 답사지는 '남산골 한옥 마을'이었으나, 태릉에서 느낀 짜릿한, 아니 섬뜩한 체험에 밀려 '한옥마을'은 다음번에 소개하기로 했다. 태릉은 7호선 '태릉 입구역'이 떡하니 있을 만큼 서울에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태릉은 7호선 '태릉 입구'역에서 내리면 제대로 찾아가기가 힘들다. 태릉을 제대로 가려면 6호선 '화랑대'역에서 내려 2번출구 방향으로 나가, 아무 버스나 타면 된다. 태릉 관리사무소 아저씨 말로는 "20분이면 걸어서 올 수 있다"고 했지만 버스를 타고도 한참 걸리는 위치인데 이 말은 좀 신빙성이 떨어지는 듯싶다. 시간이 많다면 도전해 보았겠지만 이제 나도 몸 걱정해야 할(?) 20대 후반이다.

강릉도 함께 있으나, 이 곳은 비공개
강릉도 함께 있으나, 이 곳은 비공개양중모
어쨌든 버스를 타고 태릉역에 도착해 내려 앞을 보면서 막막한 심정이 들었다. 나무들만 즐비하고,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속으로 버스 기사 아저씨의 불친절을 탓했으나, 몸을 한 바퀴 회전해 돌려 보자 바로 태릉 매표소가 보여, 쉽게 남 탓 하는 내게 핀잔 한 번 주고 걸음도 당당히 매표소로 향했다. 이 곳은 태릉 뿐 아니라 강릉도 같이 있어 '태릉 강릉'이라고 안내되어 있지만, 내가 갔을 당시 강릉은 비공개 상태였다.

거금 1000원을 내고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든 생각은 왕후들의 능이어서 그런지 '참 예쁘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도 잠시 태릉을 보러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기분이 이상해졌다.


가는 길이 예쁘다고 생각했거늘
가는 길이 예쁘다고 생각했거늘양중모
'한옥마을'처럼 외국인들이 즐겨찾는 관광 코스도 아니고, 게다가 평일이다 보니 관람객들을 아무리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처음에야 '야, 경치 좋네'하고 유유자적하게 걸어 들어갔지만, 그 곳이 어찌되었든 무덤이라는 생각을 하자, 태릉으로 다가갈수록 몸이 오싹오싹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능에 가까워질수록 몸이 오싹해졌다.
능에 가까워질수록 몸이 오싹해졌다.양중모
드디어 태릉이 저 멀리서 보이기 시작하자, 두 손 안으로 이상한 기운들이 들어와 잡히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그 곳까지 와서 사진 하나 제대로 못 찍고 그 앞까지도 안 가보고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니던가.


간신히 출입 제한 구역까지 가기는 했다.
간신히 출입 제한 구역까지 가기는 했다.양중모
온 힘을 다해 앞으로 전진하고 전진했건만, 어쩐지 무언가가 옆에서 나를 지켜보고, 능 아래 있는 정자각 등 건물에서 무엇인가 튀어나올 듯싶어 제대로 쳐다보기 힘들었다. 어찌되었든 능 출입 제한 구역까지 앞에 가서 뒤돌아서려는 순간, 무언가를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무심결에 불교식으로 능을 향해 인사를 했다.

그리고 재빨리 뒤돌아 다시 출입구로 향하기 시작했다. 사진도 몇 장 찍었고, 혼자서 더 오래 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출입구로 가는 동안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쳐다보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뒤를 돌아보았지만, 누가 있을리는 역시 만무했다.

바로 그 순간, 내 얼굴 옆으로 검은 무엇인가가 마치 공포영화에서 그렇듯 쑥하고 다가왔다. 나는 화들짝 놀라 "뭐, 뭐야?"하고 외치고 옆을 돌아보았다. 바로 옆에 있던 것은 날파리 세 마리였다. 이것들이 뭉쳐서 까맣게 보였나 보다 하고 애써 무시하고 출입구를 향했지만, 윗부분 뿐 아니라 곁눈질으로 아랫 부분까지 봤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몸이 오싹해지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아 정말 무서웠다'라는 생각이 출입구에 도착할 때까지 지배하다가, 막상 태릉에서 나오고 나니 '내가 왜 그토록 겁에 질려 떨렸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귀신은 무서워하면 할 수록 힘이 세지고, 나쁜 짓 많이 한 사람일수록 무서워한다'는데 난 아마도 이 둘 다에 해당된 듯싶다. 그러니, 그토록 무서워하지 않았겠는가.

이런 공포를 이겨낼 자신이 있다면, 태릉을 좀더 색다르게 이렇게 즐겨보기를 권해보고 싶다. 비오고 천둥 치는 날에는 분명 관람객들이 없을 것이고, 그런 날 혼자 태릉에 다녀온다면, 그보다 더 짜릿한 여행 경험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죄의식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니 이 얼마나 멋진가. 사실 무엇보다도 거짓말을 밥먹듯 하는 사회 고위층 인사들에게 가장 추천해주고 싶은 여행법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서울시에 있는 곳들을 전철과 버스로만 다니며 저만의 시각으로 즐기는 것을 풀어내볼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서울시에 있는 곳들을 전철과 버스로만 다니며 저만의 시각으로 즐기는 것을 풀어내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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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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