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느끼는 생명의 속삭임

원경고 아이들의 희망나무 공동체 체험학습

등록 2005.08.14 11:01수정 2005.08.1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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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게, 더 빠르게, 더 크게'를 외치는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에 '낮고, 느리고, 작게' 사는 생태적 가치를 나누려 합니다.

위의 글은 원경고등학교 1학년 정겨울 학생의 학부모이며, 생태주의 유기농을 실천하고 있는 희망나무 공동체 대표인 정요섭씨가 방학 중 희망나무 공동체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개설하면서 원경고등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낮고 느리고 작은' 외침입니다.

a 원경고 아이들의 무공해 감자 고르기

원경고 아이들의 무공해 감자 고르기 ⓒ 정일관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방축리에서 희망나무 공동체를 운영하면서 완전 유기농 두유를 생산하고 있는 정요섭 대표는 아들을 원경고에 입학시켜 학부모된 인연으로 방학을 맞이하면서, 1학년 담임인 심영보 교사와 함께 그 동안 쌓아온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생태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개설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에 1학년 남학생 5명, 여학생 2명 등 총 7명이 참가 신청을 하여, 심 교사의 인솔로 7월 25일부터 30일까지 5박 6일간 합숙에 들어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a 조립식 수영장을 만들고 즐거운 시간을

조립식 수영장을 만들고 즐거운 시간을 ⓒ 정일관

첫째 날은 '마음 내려놓는 날'로 5박 6일간의 일정 안내와 프로그램의 올바른 수행을 위한 마음가짐, 생명과 자연에 대하여 새롭게 배우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둘째 날은 '나는 무엇인가' 라는 주제로 존재와 관계에 대한 토론을 가졌으며, 약을 전혀 치지 않고 완전 무공해로 키워 수확한 감자를 선별하는 체험을 하였습니다.

셋째 날은 '숲길에서 만난 사람'이란 주제로 5명의 여성 장애인들을 돌보고 있는 프란체스카 수녀를 초빙하여 아이들과 함께 대담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프란체스카 수녀는 여성 장애인들을 돌보면서 겪은 바를 아이들에게 전해주면서 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삶의 소중함을 건네었고, 아이들과 함께 '내가 원하는 대안학교 그려보기'를 하여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게 하였습니다.

a 원경고 개구쟁이들

원경고 개구쟁이들 ⓒ 정일관

넷째 날에는 유기농 두유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아이들을 두유 생산에 직접 참여하게 함으로써 유기농 두유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체험하게 하고, 그로 인하여 생명과 생태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또한 조립식 수영장 만들기, 물고랑 만들기, 평상 만들기를 하면서 일과 놀이 체험도 함께 하였습니다.

a 오침

오침 ⓒ 정일관

다섯째 날에는 '몸으로 느끼는 생명의 속삭임'이라는 주제로 아이들은 늦은 밤, 미리 준비한 청진기로 큰 나무의 물관부로 물이 흐르는 생명의 소리를 듣게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청진기를 하나씩 들고 다니며, 자신의 심장에 대어보기도 하고, 다른 친구의 배에 대면서 장난을 치기도 하였지만, 물푸레나무나 느티나무에게 가만히 다가가 청진기로 '꾸룩 꾸루룩' 하면서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을 때는 사뭇 진지한 가운데 무척 신기해하면서 생명의 경이로움을 체험하였습니다.


a 희망나무 공동체의 '희망'이

희망나무 공동체의 '희망'이 ⓒ 정일관

아이들은 이러한 체험을 통하여 그 동안 반성 없이 살아온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면서 개학이 되면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을 중심으로 환경과 생명을 생각하는 동아리로 가칭 <초록빛 인생>을 구성하여, 매주 금요일은 샴푸를 쓰지 않는 날로 정하고, 환경 관련 도서를 나눠가며 읽은 후 매달 정기 모임 때 토론회를 가지며, 화학제 비누를 쓰지 않는 대신 친환경 비누를 직접 만들어서 쓰는 등의 3가지를 실천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이 결의는 아이들이 스스로 정한 것이라 더욱 값진 것이었습니다.

a 부모님께 편지 쓰기

부모님께 편지 쓰기 ⓒ 정일관

정요섭 희망나무 공동체 대표는 아이와 함께 지내는 동안 참 행복하였다고 하면서, 이번 체험학습이 비록 소박하였으나 대안학교 학생들과 함께 생명과 자연을 배울 수 있어 더욱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아이들과 일을 해보니 아이들의 멋진 장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런 장점은 학교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것이라며, 아이들은 참으로 다양한 면모를 함께 가지고 있으니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이 아이들을 살펴보아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습니다.


a 담임 선생님과 함께. 오른쪽 끝이 심영보 교사

담임 선생님과 함께. 오른쪽 끝이 심영보 교사 ⓒ 정일관

인솔했던 심영보 교사도 학교에서 다할 수 없는 교육을 학부모님이 이런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메워줌으로써 열린 학교와 깨어있는 학부모가 교육의 주체가 되어 또 다른 교육 주체인 학생들과 건강하게 만날 수 있다면 아이들의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대안학교야말로 이런 상호 작용이 가능한 학교라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은 마지막날 부모님께 편지 쓰기로 일정을 마무리하였는데, 비록 아이들이 또 다시 문명의 격랑에 휩쓸려 '낮게 느리게 작게' 살지 못한다 하더라도 아이들의 마음에 소중한 생명의 촛불 하나를 밝혀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a 희망나무 정요섭 대표님(뒷줄 왼쪽 끝)과 함께

희망나무 정요섭 대표님(뒷줄 왼쪽 끝)과 함께 ⓒ 정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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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의 작은 대안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시집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내일을 여는 책), <너를 놓치다>(푸른사상사)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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