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워 하는 새색시처럼 숨어버린, 아쉽기만 한 낙조의 순간유영수
아쉬운 마음을 애써 참아가며 짐을 정리해 서둘러 다시 석포리 선착장으로 향한다. 그런데 고난은 다시금 이어진다. 해수욕장을 벗어나서 조금 시원하게 달리나 싶더니 배를 타고 강화도로 나가기 위한 행렬이 또다시 끝없이 이어져 있는 것이었다.
그나마 외포리 선착장에는 아쉬우나마 주차장이 마련돼 있어 도로에 이어진 차량행렬의 꼬리가 좀 덜했지만, 석포리 선착장에는 그마저 없었기에 꼬리에 꼬리를 문 차량의 행렬은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길게 이어져 있었던 것이다.
편도 1차선의 꼬불꼬불한 도로에 차량들이 길게 서 있으니, 선착장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하는 차들은 불가피하게 역주행을 하며 곡예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기다리며 조금씩 아주 조금씩 진행하다 도로 한복판에 세워진 안내표지판의 문귀가 얄궂게 느껴진다.
'도로가 협소하여, 사정이 좋지 않을 때는 진입을 금하오니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삼산파출소장' 참 편리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또 다시 배를 타기 위해 기다린 지옥 같은 두 시간. 선착장에 힘겹게 도착해 차량을 인도하는 사람에게 차창을 열고 물어본다.
'여기는 주말엔 항상 이런가요?'
'겨울을 제외하곤 연휴 때는 늘 이 정도입니다.'
강화도로 나온 후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피로에 지쳐 잠든 집사람을 보니 미안함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 북한산 아래 일영의 계곡으로 물놀이 가자는 사람을 설득해서 멋있는 곳으로 데려가겠다고 했겄만, 결국 열악한 도로사정과 선착장의 여건 때문에 무려 10시간을 차 안에서 보내게 하고 만 것이다.
집에 도착한 시각이 밤 11시 30분. 앞으로 누가 강화도나 석모도에 대해 나에게 물어본다면 웬만하면 다른 곳으로 가라고 권할 것 같다. 그래도 정 가고 싶다면 연휴는 꼭 피하되, 새벽 같이 출발해서 다음 날 아침 첫 배로 석모도를 빠져 나오라고 할 것이다.
인천시는 석모도와 인근 황산도 일대를 어촌체험 관광단지로 조성하고, 석모도에 100만 평 규모의 온천을 개발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도로와 선착장에 대한 시급하고도 충분한 보완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듯하다. 그렇지 않으면 석모도는,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들에게 '주위 사람에게 극구 만류하고 싶은 여행지 1위'로 뽑히는 불상사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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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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