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학경기장에서 열리는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9월1일~4일)를 일주일 앞둔 어느 날, 제가 사는 동네의 길 위에 한 트럭분의 모래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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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팔트 위에 심은 나무 ⓒ 남궁경상
"어! 웬 모래를 길바닥에 트럭으로 부리지?"
호기심에 관찰을 하니 다음날에는 모래에 약간의 흙을 섞어서 화단 모양의 테두리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흙을 섞었다지만 아주 약간 섞은 것이라 조금 걸쭉한 모래 이상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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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을 흠뻑 뿌린 모습 ⓒ 남궁경상
그리고 다음날에는 아스팔트 모래화단 옆에 여러 그루의 나무들이 트럭에서 내려지고 있었습니다. 모래가 실려 올 때부터 여러 사람들이 이리저리 삽을 들고 애를 쓰더니 결국 모래 위에 나무를 살짝 심어놓았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행여나 나무가 죽을까 매일 물을 가득 실은 차가 와서 열심히 물을 뿌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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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라죽은 나무 ⓒ 남궁경상
"참 지극정성이다!"
내 입에서는 감탄사가 튀어나옵니다. 아스팔트 위에 모래를 덮어놓고 나무를 심어 놓고 그 나무를 향해 며칠만 버텨 달라고 물을 뿌리는 저 정성을 어디에 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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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히 모래가 주성분인 화단 ⓒ 남궁경상
4일 동안 열리는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를 위해 꼭 도로변 세이프 존에 화단을 만들어 가릴 이유가 있을까? 그동안 일한 사람들 인건비며 화단을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 결국 며칠 있다가 철거할 것에 저리 세금을 사용할 이유가 있을까? 가슴 답답함이 화단을 볼 때마다 치밀어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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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팔트 위에 만들어진 화단 ⓒ 남궁경상
그런데 저런 공을 들이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화단 한구석에는 죽어가는 나무가 있으니 저것을 만든 공무원들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그것을 바라보는 동네사람들의 마음은 더 아픕니다. 먹고 살기도 힘들어서 자식들에게 들이던 비용도 눈물을 머금고 줄이는 상황에 공무원들은 저리도 기발한 생각으로 돈을 펑펑 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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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봇대에 만든 화단 ⓒ 남궁경상
과연 아스팔트 위에 모래를 쌓아놓고 심은 나무가 얼마 동안 살 수 있을까요? 아니 오래 산다고 해도 대회 끝나면 곧 철거하지 않을까요? 언제 철거하나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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