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4일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이 작성한 '대통령과 당의 정책갈등 사례 검토' 보고서(위)와 6월 30일 청와대 국정상황실에서 작성한 '대통령과 국회, 갈등 해소방안 모색' 보고서.오마이뉴스
노 대통령의 연정 시나리오는 지난 5월말∼6월초에 작성되어 노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진 '정치지형 변화와 국정운영' 보고서와도 일맥상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치권에서 이른바 '안희정 리포트'라고 알려진 82쪽짜리 이 문건은 청와대 실무그룹에서 작성했으나 노 대통령의 핵심참모인 안씨도 문건 작성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서는 특히 국정상황실이 작성한 '대통령과 국회, 갈등 해소방안 모색' 문건과 주요 내용이 유사하다.
'안희정 리포트'는 참여정부 집권 후기를 ▲집권 3기(2005.6∼2006.6)와 ▲집권 4기(2006.7∼2007.12)로 구분해 각각의 시기에 해야 할 국정운영의 방향과 기조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 보고서에 의하면 노 대통령의 최종 목표는 '소연정'이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7월 6일 대국민 편지에서 느닷없이 "국회가 지역구도 문제 해결에 동의한다면 대통령이 가진 권한의 절반 이상을 내놓을 수 있다"고 밝히더니, 7월 7일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는 "내각제 수준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이양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 총리 및 각료 지명권을 야당에 줄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리고 마침내 노 대통령은 7월 28일 '당원 동지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는 비로소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대연정을 구성하고, 그 연정에 대통령의 권력을 이양할 것"이라고 밝혀 자신이 구상하는 연정이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임을 분명히 했다.
즉, 노 대통령의 '연정을 향한 마음의 행로'를 되짚으면 6월 24일 여권 11인회의와 7월 4일 수석·보좌관회의까지도 '소연정'을 정국해법으로 제시했는데, 그로부터 한 달도 채 안되어 7월 28일에는 정국해법이 '대연정'으로 바뀐 셈이다.
왜 '소연정' → '대연정'으로 바뀌었을까
왜 이런 전환이 이뤄진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몇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하나는 노 대통령의 구상 자체가 시간이 지나면서 '소연정'에서 '대연정'으로 실제로 바뀌었을 가능성이다. 이는 소연정을 해도 남은 재보궐선거 등을 감안하면 '아슬아슬한 과반수'를 유지할 수밖에 없고 지역구도를 해체하려면 대연정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전제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연정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이미 간파하고 있고 자신도 '소연정'에 뜻을 두고 있지만, 안받아들일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대연정 제안을 함으로써 이를 거부하는 한나라당을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반개혁세력'으로 묶어놓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연정 시나리오는 '소연정'으로 가는 것이지만, 중간에 노 대통령이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해 '대연정'을 들고 나온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나라당이 제안을 안받을 것임을 알기 때문에 노 대통령의 승부사 근성이 더해져 '대연정'으로 확장되었다는 것이다.
또다른 한편으로는 노 대통령의 연정 시나리오가 예정에 없이 언론에 노출됨에 따라 '시간표'가 흐트러지면서 연정 구상 자체도 흐트러졌다는 지적이 있다. 7월 4일자 <서울신문> 1면에는 「노 대통령 "연정이라도 해야"」라는 제목의 머릿기사가 실렸다. 이와 관련해서는 최근 유인태 의원의 발언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 의원은 최근 "지난 7월 골프장에서 노 대통령을 우연히 만나 '연정론과 같은 것은 당과 상의를 하시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건의를 했더니 노 대통령이 '연정론을 제안하기 전에 먼저 11인 모임에서 비공개로 논의를 가졌는데 당에서 보안을 지키지 못했다'면서 화를 냈다"고 밝힌 바 있다.
유 의원은 이어 "당이 보안을 지키지 못해 연정론 구상을 외부로 알리는 바람에 계획하고 있던 '수순'이 헝클어졌다"면서 "노 대통령께서 갑작스럽게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제안한 후에 지역구도 해소를 언급한 것은 뭔가 순서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의 연정을 향한 마음의 행로는 '정치는 살아움직이는 생물이자 가능성의 예술'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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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최근 구상, 처음엔 '소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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