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 하나만 있으면 밥은 할 수 있다!"

요리강습을 받고 왔습니다

등록 2005.09.02 17:08수정 2005.09.0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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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요리실습을 한다는 말만 듣고도 가슴이 두근두근 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직장생활 한답시고 살림은 대충해 왔으니, 그동안 밥은 전기밥솥에 꽂기만 하면 저절로 되었고 김치는 친정에서, 밑반찬은 지인들이 가져다주니 솜씨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제 가슴 아픈 고백입니다.


'맛있는 요리하는 곳을 아는 것만도 솜씨'라며 위로하는 분도 계셨습니다만 저는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a 열심히 설명하시는 선생님

열심히 설명하시는 선생님 ⓒ 허선행

오늘이 바로 요리를 배운 첫 날입니다. 스물 네 명의 수강생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조리대 앞에 앉았습니다. 선생님은 흰 가운을 입고 계량컵 계량스푼으로 어떻게 양을 재는지 어떤 기구는 어떻게 사용하는지 하물며 마늘 다지는 기본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습니다.

한꺼번에 많은 상식을 터득하려니 갑자기 머리가 아파 오는 듯했습니다. 음식을 만드는 활동이 이렇게 세밀하고 과학적인 줄 몰랐습니다. 그리고 대충 급하게 요리해 온 제 습관을 반성하는 기회도 되었습니다.

오늘은 알찜. 콩나물밥. 오이생채 등 세 가지 요리실습을 했습니다. 여러분들의 과학적인 요리를 위해 잠시 소개합니다. 먼저 알찜에 필요한 준비물은 계란 1개. 물 100cc. 소금 1/2작은술. 고명 약간이면 됩니다. 너무 간단하지요?

계란껍질을 아무 데나 대고 깨면 안 된다고 하네요. 계란을 쥐고 칼등으로 톡톡 쳐서 깨뜨린 후 알끈을 제거(콜레스트롤이 많다고 함)해서 소금을 넣고 저어 면포에 걸러야 부드럽게 된답니다. 작은 그릇에 담고 호일로 그릇뚜껑처럼 덮으면 끝입니다.


냄비에 물을 조금 넣고 끓이다가 불을 끄고 준비한 재료를 담은 그릇을 냄비 안에 넣고 뚜껑을 덮고 중불에서 2분, 약불에서 6분 은근히 찌다가 실고추, 실파, 석이버섯 등 고명을 얹으면 됩니다. 입 안에서 맴도는 부드러운 감촉이 환상적인 알찜이었습니다. 꼭 노오란 연두부 같이 보였습니다.

a 콩나물밥 검사를 받고 있는 우리 조. 젊은 새댁부터 나이드신 어르신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콩나물밥 검사를 받고 있는 우리 조. 젊은 새댁부터 나이드신 어르신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 허선행

조리시간만 지키면 누구나 잘 할 수 있기에 소개해 드립니다. 참! 식구들의 건강을 위해서 유정란으로 하시면 더욱 좋겠지요.


다음은 콩나물밥입니다.

언젠가 제가 "콩나물밥 만들어 보셨나요"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만 오늘 만들어 보고 깨달은 점이 많습니다. 밥도 과학의 원리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냄비에 밥해 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신기할 따름입니다.

먼저 쌀을 씻어서 30분정도 불려 놓습니다. 불려 놓은 쌀은 체에 걸러 물기를 빼고 콩나물은 꼬리만 깔끔하게 다듬고, 소고기를 가늘게 채 썰어 양념해 놓습니다.

냄비에 쌀을 넣고 그 위에 콩나물, 그 위에 고기 양념한 것 얹고 마지막에 물을 붓습니다. 불린 쌀 1컵에 물 1컵으로 똑같이 하고 물 1큰술만큼만 덜어 냅니다(콩나물 밥은 고슬고슬해야 맛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더 중요한건 불조절인데요. 불 위에서 밥물이 끓으면 불을 끕니다. 절대로 뚜껑을 열면 안 된다고 하네요. 콩나물비린내가 난대요. 불을 끈 후 10분 있다 다시 불을 켜서 약불에서 7-8분 뜸들이고 불을 끄면 끝입니다. 밥은 10분후에 먹어야 합니다.

양념장은 취향대로 맛있게 만들어 드세요. 제가 배운 대로 양념장을 하시려면 간장 1큰술, 다진 파, 다진 마늘, 고춧가루, 깨소금, 참기름약간 넣으면 됩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마늘 다지는 거였는데 칼로 눌러서 으깬 다음 곱게 다지는 방법을 선생님이 시범을 보였습니다.

믹서에 갈거나 칼 손잡이로 다지던 보통의 어머니들 모습과 사뭇 달라 보였습니다. 이렇게 하면 오래두어도 마늘이 변색되지 않게 보관할 수 있다고 합니다.

a '오늘의 요리' 세 가지

'오늘의 요리' 세 가지 ⓒ 허선행

세 번째 반찬 오이생채는 비교적 쉽지요. 오이 반개는 0.2센티 두께로 둥글둥글 썰어 소금을 살짝 뿌려 두었다가 헝겊으로 살짝 물기를 없애 고춧가루 반 큰술, 마늘 설탕 1큰술. 식초 1큰술를 넣어 무칩니다.

다 아시다시피 생채는 상에 내기 직전에 무쳐야 빛깔도 곱고 맛도 있다고 합니다. 고춧가루를 체에 내려 무치는 정성이 새삼스럽게 보였습니다. 음식의 맛은 정성을 들여야 맛이 살아난다는 진리를 이제야 깨달은 '요리치'(?)의 땀 뻘뻘 흘리며 세 시간 배운 이야기를 들려 드렸습니다.

선생님의 검사시간에 맛을 보지 않고 음식을 했는데 간이 잘 맞았다고 칭찬해 주시니 과연 요리활동이 왜 과학영역에 포함되어야 하는지 다시금 느꼈습니다. 냄비 하나만 있으면 밥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저도 배운 솜씨 자랑할 겸 위의 세 가지 음식을 자주 상에 올려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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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현직 유치원 원장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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