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중가수 지향하는 민중가수"

미리 가 본 가수 손병휘 첫 콘서트

등록 2005.09.04 07:32수정 2005.09.04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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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손병휘 가수 첫 콘서트 리플렛

손병휘 가수 첫 콘서트 리플렛 ⓒ 이창기

집회장 누볐던 386 가수. 20년 한 길만

민중가요계에서 소리소문 없이 한길을 걸어온 가수 손병휘가 드디어 첫 콘서트를 연다. 그의 콘서트는 9월 9일부터 11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대학로 '나들목 정림마당'서 열린다.


86학번인 그는 대학 시절 집회장에서 독재정권을 풍자한 '킬리만자로의 표범' 개사곡을 불러 활기를 불어 넣은 386 전대협 가수 출신 중의 한 사람이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오늘까지 그는 변함없는 민중가수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콘서트를 앞둔 그를 만나보았다.

"졸업을 한 대학 선후배들이 자신의 관심분야에 따라 교육운동으로 가기도 하고, 합법정당운동을 하기도 하고, 귀농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조직사건이 터져 변절한 사람도 있고, 갈 길을 몰라 헤매는 사람도 있었다. 그때 나의 머리를 붙잡았던 생각은 '초지일관'이었다. 운동하는 것도 사람답게 살자는 건데 나는 노래를 가지고 해보자는 것이었다."

손병휘는 그렇게 해서 '조국과 청춘', '노래마을'과 같은 노래단에서 활동을 하다가 솔로로 데뷔, 지금까지 한길을 걸어오고 있다.

때론 위기도 있었다.


"'노래마을'과 '조국과 청춘'에서 활동할 때는 집에 들어와 자리에 누울 때마다 회의가 생겼다. '내가 과연 음악으로 될까, 아직 늦지 않았는데', 그때는 100% 취직이 되던 때였다. 그때도 '초지일관'만을 생각하며 가다보니 어느새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고 어느때부터인가는 더 이상 입사원서 낼 나이가 지나버렸다.

곡을 쓰기 시작하면서 작곡에도 자심감이 붙었다. 그러자 더 신심이 생기고 솔로로 독립해가지고 여기저기 공연을 다니면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렇게 첫 음반 냈을 때 좋았고, 둘째 음반도 흐뭇했고, 셋째 음반을 내게 되자, 이제는 내가 정말 '음악하는 사람'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가는 거지 뭐!"


손병휘는 이렇게 음악인으로서의 자신감이 곧 삶의 자신감이었고 방향이었다.

"나는 포크송을 주로 하기 때문에 물론 민중가수다. 그러나 나는 대중가수를 지향한다. 특히 누구에게나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는 예술성에 대한 고민이 많다. 어쩐지 나이가 들수록 예술성을 중시하게 된다."

손병휘는 노래패 '우리나라'처럼 대학가에서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안치환처럼 방송계에서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는 '예술적 깊이'가 있는 노래라는 화두를 가지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오고 있는 것이다.

가사 역시 인생의 깊이를 담아 사람들이 두고두고 불러도 지겹지 않을 수 있는 내용을 잡아내기 위해 애쓴다.

'전쟁과 평화'노래하며 '촛불의 바다'로

a 손병휘 3집 음반 <촛불의 바다>

손병휘 3집 음반 <촛불의 바다> ⓒ 이창기

그런 그가 이번 <촛불의 바다>라는 3집 앨범에서 꺼내 든 화두는 만만치 않다. 바로 '전쟁과 평화'다. 자칫 가사들이 격하게 구호처럼 흘러갈 수도 있지만 앨범에 수록된 곡 하나하나는 지극히 절제되어 있고 함축적이며 비유적이고 섬세하다.

자신이 작사 작곡한 ‘모든 것, 그리고....’란 노래만 봐도 손병휘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그리고 이번 앨범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를 여실히 알 수 있다.

이 노래의 제목은 정부군과 싸우다가 전사한 볼리비아 민족해방군 전사였던 '네스또 파즈'에게, 애인이자 동지였던 한 여성이 손수건에 수를 놓아 아로새겨 선물했던 글귀 '모든것, 그리고 언제나...'에서 따온 것이라도 한다. 손병휘는 이 노래를 통해 학창시절의 사랑, 고뇌, 다짐을 잊지 말자는 의지를 상큼한 선율의 노래에 담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전쟁과 평화'라는 주제 자체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오히려 사실에 기초한 가사를 통해 자칫 빠질 수 있는 당위나 애매모호함의 함정을 피하고 곡 역시, 선율이 아름다운 것을 우선으로 뽑았다. 음악은 포크를 기반으로 맑은 어쿠스틱 기타를 전면으로 내세우면서, ROCK BAND '프리다 칼로'의 도움을 받아 때로는 격렬한 락의 기분도 느낄 수 있으며 '오카리나', '크리스탈 플루트', '하모니카', '아이리쉬 휘슬' 등의 악기를 직접 연주하여 되도록 인공적인 소리를 배제하려 노력했다."

그는 노래의 선율에 있어서도 이렇게 높은 자연스러움과 예술성을 보장하기 위해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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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기

이번 콘서트는 손병휘의 대학 친구들이 3집 앨범 발표를 축하해주기 위해 후원금을 마련하고 광고를 따 오고 장소를 알아보고 포스터를 찍어 마련해준 것이라고 한다.

손병휘는 이번 콘서트에서 앨범에 들어있지 않은 고구려의 기상을 담은 노래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최근 이 노래에 대한 영감을 얻기 위해 직접 중국에 가서 고구려의 유물과 백두산 천지를 보고 왔으며 특히 천지에서는 가슴이 확 트이는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이번 콘서트는 손님(게스트)들이 대거 참여한다고 해 또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대협 시절의 인기가수인 '진혼곡'의 김영남, 안치환, 노정렬, 이지상 등 인기 가수들이 출연하고 촛불집회의 얼굴이었던 권해효, 최광기와 같은 인기 사회자들도 등장한다.

손병휘는 이 많은 손님가수들과 공연 막판에 '만주출정가'로 한판 벌려볼 생각이라고 귀뜸해주었다. 최루탄과 땀내 풍겨나는 80년대 추억의 노래도 들을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이번 콘서트는 전쟁과 평화, 그리고 고구려의 웅혼한 기상이 한 예술가의 예민하고도 깊이있는 선율과 만나 어떻게 예술적으로 승화되는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문학, 미술, 영화계에 386이 가세하면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노래영역에서도 갈수록 민중가요의 지평이 확대되고 있으며 더불어 대중들의 예술적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손병휘처럼 한 길 가는 가수가 더욱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 <자주민보>에도 올립니다.

덧붙이는 글 <자주민보>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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