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돌잔치' 주인공이 되다

배드민턴 입문한 지 어느 새 1년이 되었습니다

등록 2005.09.05 16:26수정 2005.09.0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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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배드민턴 입문 1년을 넘긴 '돌장이'들

배드민턴 입문 1년을 넘긴 '돌장이'들 ⓒ 허선행

2004년 9월부터 배드민턴 운동을 시작했으니 꼭 일 년이 되었습니다. 지인의 권유로 '구경이나 한 번 가 볼까?' 했는데 때맞춰 새로 들어 온 신입회원이 8명이나 되어 용기가 났습니다. 그 때부터 시작하여 그동안 함께 새벽마다 만나던 배드민턴 새내기들의 '돌잔치'를 하자는 말이 나왔습니다.


아기만 돌잔치를 하는 게 아니랍니다. 돌잔치는 옛날에 어린 아기의 사망률이 높고 질병이 많았기 때문에 돌을 맞이하는 것은 고비를 무사히 넘긴 축하의 의미로 했다고 합니다.

성장의 초기과정에서 완전히 한 고비를 넘긴 축하의 의미가 돌잔치라고 한다면 마땅히 우리도 자격이 있을 듯합니다. 우리도 수많은 고비를 넘기며 성장을 했기에 돌장이가 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릅니다.

돌장이(배드민턴 새내기)들이 들어 올 때는 라켓을 처음 잡아 보는 분들이 대다수이니 콕을 받아 넘기지도 못해서 다른 회원 분들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오늘 이 자리에 서지도 못 했을 겁니다.

어떤 날은 잘 안돼서 '그만둘까' '아니지, 잘 해봐야지' 수도 없이 반복되는 갈등이 큰 고비였습니다. 게다가 쓰지 않던 근육을 쓰니 몸 구석구석이 안 아픈 곳이 없어서 병원을 내 집처럼 드나들던 때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새내기가 여러 명이 아니었더라면 견디기 어려웠을 고비를 잘 참고 해 왔으니 돌장이 자격이 될 만하지요.

어른들의 돌잔치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돌잡이는 무엇으로 할까?' 라켓, 신발, 공책, 돈 등 다양한 품목이 나왔지만 저는 연필을 잡겠다고 했습니다. 글을 써 보고 싶은 욕심에 돈 안 되는 연필을 택한다며 놀리는 분도 있었습니다만 여덟 명의 돌잔치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어제 돌잔치를 하였습니다. 떡과 과일, 밥과 국이 전부인 조촐한 상차림이었지만 어른이 되어 처음해보는 돌잔치의 의미가 더 컸습니다.

a '돌잔치'이니 선물이 빠질 수 없겠죠?

'돌잔치'이니 선물이 빠질 수 없겠죠? ⓒ 허선행

회원들 얼굴을 보니 상기된 듯합니다. 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하러 멀리 가는 몇몇 분을 제외하고 모두 모인 우리 클럽의 회원들 앞에 일 년 된 신입회원을 불러 앞으로 나오라고 했습니다. 늘 보던 얼굴인데도 앞에 서자니 쑥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어디에나 괴짜는 있는 법. 춤도 출 수 있다며 몸을 흔드는 회원도 있었답니다. 비록 춤을 끝까지 추지는 않았지만 말 나온 것만으로도 유쾌하고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거기에다 지난 시합 때 받은 메달을 가방에 넣고 다닌다며 즉석 시상식을 재연해서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의자를 단상으로 만들어 올라서라는 회원 때문이었습니다.

a 메달 수여식이 '재연'되었습니다.

메달 수여식이 '재연'되었습니다. ⓒ 허선행

평소에도 클럽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시는 여자 부회장님이 우리에게 돌 선물을 주셨습니다. 예쁘게 포장한 책선물이라 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생각지도 않던 선물까지 받은 우리들은 감사의 인사를 깊이 드렸습니다.

돌장이들 보고 돌잡이 대신 소감 한마디씩 하라고 하는데 이야기들을 참 잘 합니다. 각자가 느낌과 직장이야기와 자랑 등을 빠짐없이 해 주셨습니다. 제 소개는 총무님이 덧붙여 해 주셨는데 영광스럽게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고 불러 주셔서 얼굴이 발개졌습니다. 오늘 일도 쓸 거냐며 사진 찍을 때 신경을 쓰시는 모습들에서 저에 대한 관심을 느꼈습니다.

회원 90명 중에는 재주꾼들이 많습니다. 사진을 찍어 전시회를 여는 분도 있고 다양한 직업과 소질을 갖은 분들과 함께 한 일 년을 되짚어 보니 하루라도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극성맞게도 일 년 동안 빠지지 않고 운동을 하러 왔으니 웬만큼 회원의 성향을 파악한 셈입니다. 개인취향은 물론 회원가족까지 꿰뚫을 수 있답니다.

그러다보니 일 년의 세월은 눈 깜짝 할 사이에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운동을 하느라 아침시간을 번 셈이지요. 새벽이면 조금이라도 더 자려고 "5분만. 5분만" 했는데 새벽 5시면 어김없이 벌떡 일어나게 되니 좋은 습관이 길들어진 셈입니다.

모쪼록 우리회원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신입회원들이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서로를 격려하고 사랑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랑스러운 8명 돌장이가 앞으로도 꾸준히 운동하길 바랍니다. 아기돌잔치가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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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현직 유치원 원장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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