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가 만든 '화전' 한번 보시겠어요?

요리강습에서는 어쩔 수 없는 '초보'입니다

등록 2005.09.06 22:19수정 2005.09.0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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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손놀림이 빠르고 재주가 있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그 생각이 여지없이 무너진 하루였습니다. 오늘의 요리는 화전 만들기였는데 책에서 본 그림이 어찌나 예쁜지 얼른 만들어 보고 싶어졌습니다. 비교적 재료도 간단하고 만들기도 어렵지 않아 보여서 구미가 당겼습니다.


발걸음도 가볍게 콧노래까지 부르며 요리학원을 들어섰습니다. 제 기분이 좋은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만 그 중에서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쓴 글을 보고 알찜과 콩나물밥을 만들어 보니 잘 된다며 칭찬을 해 주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자랑거리도 생겼고 다른 분들께 행복을 나누어 드릴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제 느낌을 그대로 이야기한다면 고수와 초보의 차이를 뼈저리게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오늘의 '화전' 만들기는 이러했습니다.

a 요리선생님의 시범. '저렇게만 만들면 되는 것이겠죠?'

요리선생님의 시범. '저렇게만 만들면 되는 것이겠죠?' ⓒ 허선행

선생님은 찹쌀가루를 뜨거운 물로 익반죽하여 치대며, 반죽이 갈라지면 안 되니 '적당하게(!)' 말랑말랑하게 하면 된다고 보여 주십니다. 반죽을 마치 떡가래모양 길게 만들어 여러 동강을 내서 동글동글 빚으니 새알심처럼 하얀 모양이 보기 좋았습니다.

반죽할 때 생찹쌀가루 반 컵에 물 3큰술을 넣으면 된다고 해서 계량컵과 계량스푼까지 꺼내 정성껏 양을 재느라고 했건만 제가 만든 반죽은 척척 늘어집니다. 손으로 주무르면 주무를수록 더욱 질게 되니 이거 야단났습니다. 저는 남은 가루를 보태도 안 되어 옆의 분에게 찹쌀가루를 얻어 더 넣고 주물렀습니다.

자꾸만 더 질어지는 반죽 때문에 몸이 달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많이 만질수록 그렇게 된다고 합니다. 아마도 찹쌀가루나 물의 양을 잴 때 착오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찌되었건 그 반죽으로 지름 5센티미터 정도의 동글납작한 모양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자꾸만 커지는 모양이 아무래도 7센티미터는 될 듯합니다.


여러분! 아시나요? 약지 손가락 길이를 자로 재보면 보통 7센티미터랍니다. 손가락이 유난히 길거나 짧지 않다면 말입니다. 그러니까 약지 둘째마디까지 정도의 지름이 되어야 하는데 약지 전체 길이만큼의 크기가 되었으니 많이 크게 되었지요. 두께도 0.4센티미터라야 하는데 제 건 두툼해서 배가 부르도록 실컷 먹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가 되어버렸습니다.

a 초보자의 '화전' 요리솜씨

초보자의 '화전' 요리솜씨 ⓒ 허선행

여러 개를 만들어 보았지만 잘 안 되니 하는 수 없지요. 만들어 놓은 동그란 반죽에 쑥갓과 대추로 예쁘게 장식을 해서 화전을 만들어야 합니다. 대추는 씨를 빼서 돌돌 말아 최대한 얇게 썰어 꽃모양을 만들고, 쑥갓 잎으로 나뭇잎 모양을 장식했습니다. 대추가 도톰하긴 했지만 장식은 비교적 잘 된 듯싶습니다.


화전을 여섯 개 만들어 놓고 나니, 그 위에 뿌릴 달콤한 시럽을 만들어야 합니다. 사실은 시럽을 먼저 만들어 놓았어야 했는데 시럽이 없어졌습니다. 정신없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주변을 치우느라 아마도 냄비에 있던 시럽을 저도 모르게 버린 듯싶습니다.

시럽은 설탕과 물을 3:5 비율로 넣어 중불에 서서히 끓여 반 정도 될 때까지 조려서 만드는데 끓이는 도중에 저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설탕으로 되돌아간다고 하네요.

성격 급한 제가 느긋하게 시럽이 되는 모양을 지켜보자니 음식 만들기가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는 듯합니다. 젖은 면 보자기 위에 가지런히 놓아두었던 화전을 팬에 기름을 조금만 넣어 부쳐야 한다는데 탈까봐 어찌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릅니다.

불을 약하게 해 놓고 하는데도 뒤집어 보고 또 뒤집어 보았습니다. 다행히 태우지는 않았습니다. 크기가 커지기는 했지만 모양은 그런 대로 갖추어졌습니다. 시럽을 끼얹어 놓고 선생님이 한 것과 비교해 보았습니다.

아! 이래서 고수와 초보의 차이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동글동글 예쁜 모양에 깔끔하게 담긴 선생님의 작품과 어린아이 손바닥크기만한 크기에 시럽을 이곳저곳에 묻혀 지저분해 보이는 제 작품은 비교하지 않으려 해도 안 할 수가 없으니까요. 이번 추석에 예쁜 화전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만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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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현직 유치원 원장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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