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에서 무덤까지 "장수산책로를 걸어보세요!"

[제주의 오름기행③] 지상의 낙원 별도봉

등록 2005.09.07 01:03수정 2005.09.07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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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계절은 '가을의 기운이 완연히 나타난다'는 백로 앞에 서 있다. 성큼 다가온 가을. 그 가을 속으로 떠난 곳은 제주의 오름이다.

별도봉 해안에는 화강암과 응회암이 절경을 이룬다.
별도봉 해안에는 화강암과 응회암이 절경을 이룬다.김강임
제주공항에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제주의 오름 별도봉. 별도봉은 웬만한 제주시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올랐을 법한 오름이다. 높지도 않은 것이, 낮지도 않은 것이, 쉬엄쉬엄 걸어가며 자연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연의 요람.


만약에 제주에 여행을 왔을 경우 자투리 시간이 있다면 별도봉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라. 그리고 별도봉의 장수산책로를 걸어보라. 그 길을 걸으면 아마 장수하는 비결이 무엇인가를 알게 될 것이다.

별도봉 정상에서 본 장수산책로
별도봉 정상에서 본 장수산책로김강임
별도봉은 제주의 오름으로보다는 산책로로 더 유명하다. 특히 제주의 오름 중 봉우리로 표현된 오름은 예전에 봉수대가 있었던 곳으로, 정상에 서면 사방이 확 트인다.

별도봉에 오르기 위해서는 장수산책로를 걸어야 된다. 별도봉 장수산책로는 바다와 기암절벽, 가을꽃들과 새들이 한데 어우러져 지상의 낙원을 이룬다. 특히 삼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산책로를 걷노라면 저절로 발걸음이 빨라진다. 때문에 별도봉은 아침저녁으로 사람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별도봉은 화산 쇄설성 퇴적암과 용암으로 구성돼 있으며 오름의 정성은 북측 사면의 등성이가 바다 쪽으로 뻗어 벼랑을 이루고 있다. 특히 벼랑 끝의 해안에는 고래굴과 애기 업은 돌이 있어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기암의 아름다움에 취해볼 수 있다.

유유자적이라는 말이 생각나는...야생화와 어우러진 바다 풍경이 아름답다.
유유자적이라는 말이 생각나는...야생화와 어우러진 바다 풍경이 아름답다.김강임
가을의 초입에 접어 든 별도봉은 요즘 오름 전체가 가을 야생화로 꽃밭을 일궜다. 어디 그것뿐이랴! 강아지풀들이 바닷바람에 한들거리고 억새꽃이 희끗희끗 기지개를 펴니 지나가던 바람도 별도봉의 봉우리에 앉아서 휴식을 취한다.


별도봉 오르는 길은 급경사는 아니지만 완만하지도 않다.
별도봉 오르는 길은 급경사는 아니지만 완만하지도 않다.김강임
별도봉의 봉우리에 오르다 보면 어느 통기타 가수의 '봉우리'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내가 전에 올라가 봤던 작은 봉우리 얘기해 줄까
봉우리 - 지금은 그냥 아주 작은 동산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때 난 그보다 더 큰 다른 산이 있다곤 생각질 않았어
나한텐 그게 전부였거든 혼자였지
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 거야
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
얼마 남진 않았는데, 잊어버려 일단 무조건 올라보는 거야
봉우리에 올라서서 손을 흔드는 거야
고함도 치면서
지금 힘든 것은 아무 것도 아니야
저 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 늘어지게 한숨 잘텐데 뭐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거기 부러진 나무 등걸에 걸터앉아서 봤지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작은 배들이 연기 뿜으며 가고
이 봐! 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 뒤돌아서서 고함치거나
손을 흔들어댈 필요는 없어
난 바람에 나부끼는 자네 옷자락을
이 아래에서도 똑똑히 알아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 하면서 주저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지 마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주겠지 뭐
가끔 어쩌다가 혹시라도 아픔 같은 것이 저며 올 땐,
그럴 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
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고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가는 여기 숲속에 좁게 난 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 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


별도봉 정상에서 본 제주시 부두
별도봉 정상에서 본 제주시 부두김강임
노랫말의 가사처럼 별도봉은 그 봉우리조차도 둥글둥글하다. 별도봉의 봉우리에 올라서면 정말이지 너무 멀리 왔다는 낯선 느낌도, 너무 높이 올라왔다는 희열감도 느끼지 않는다. 그저 일상을 살아가는 도심의 한가운데 자신이 서 있다는 느낌뿐이다. 정상의 벤치에 앉아서 사방을 보면 삼라만상이 살아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오름의 정상은 늘 싱겁다. 운동기구 몇 개와 벤치가 그 간을 맞춘다.
오름의 정상은 늘 싱겁다. 운동기구 몇 개와 벤치가 그 간을 맞춘다.김강임
별도봉의 정상은 싱겁다. 봉수대의 자리는 전망터가 되어버렸고, 화려할 것만 같은 정상의 봉우리엔 운동시설 몇 개와 벤치가 그 싱거움에 간을 맞춘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장수산책로가 요람이라면 자살바위는 무덤일 뿐.
요람에서 무덤까지. 장수산책로가 요람이라면 자살바위는 무덤일 뿐.김강임
그러나 별도봉에 가면 한번쯤 긴장을 하게 된다. 장수산책로 중간 지점에 깎아 세운 듯 놓여 있는 바위 때문이다. 이 바위는 자살바위로, 자살바위 옆은 지나칠 때면 깎아 세운 절벽 위에 서 있는 바위를 흘끗 쳐다보게 된다. 그러나 그 자살바위 아래 펼쳐진 해안에 노출된 응회암과 기저 화강암의 절경이 또 하나의 풍경을 낳는다.

별도봉 올라가는 길목에 서면 멀리 화북 포구가 보인다.
별도봉 올라가는 길목에 서면 멀리 화북 포구가 보인다.김강임
다시 한번 생각하라! 자살바위에 쓰여진 흔적이 힘든 삶의 모퉁이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장수산책로가 요람이라면 자살바위는 무덤이라고나 할까? 요람의 무덤 앞에 쓰여진 '다시 한번 생각하라'라는 말은 분명 장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적당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켜 준다.

표고 136m의 야트막한 제주의 오름 별도봉. 삼나무 숲 우거진 좁은 길에는 땀방울을 흘리며 달리는 사람들이 보랏빛 야생화에 손을 흔들어댄다.

덧붙이는 글 | 별도봉 가는 길 : 제주공항- 제주시 우당도서관- 별도봉 산책로 
별도봉 주변에는 1.8km 장수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으며, 소요시간은 40분 정도
주변 관광지 : 사라봉공원, 국립제주박물관, 삼양해수욕장

덧붙이는 글 별도봉 가는 길 : 제주공항- 제주시 우당도서관- 별도봉 산책로 
별도봉 주변에는 1.8km 장수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으며, 소요시간은 40분 정도
주변 관광지 : 사라봉공원, 국립제주박물관, 삼양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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