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물난리... 시장·의원 다녀가면 뭘 해!"

[현장] 태풍 '나비' 피해 입은 포항시 창포동 '상습침수지역'

등록 2005.09.07 16:42수정 2005.09.0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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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안팎 흙탕물은 침수 흔적
가게 안팎 흙탕물은 침수 흔적추연만
피해 복구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피해 복구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추연만

"이곳은 해마다 물난리가 나도 포항시는 무대책입니다. 상습 침수지라 보험 가입도 못합니다. 반복되는 피해에 눈앞이 캄캄합니다."

"방금 포항시장과 국회의원이 다녀갔는데, 오면 뭐해요. 피해가 예상돼도 지금까지 뒷짐만 지고 있지 않았나? 무성의한 행정에 우리는 소송을 할 것입니다."


태풍 '나비'에 따른 폭우로 침수피해를 본 포항시 창포동 주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물난리는 포항시의 무대책으로 더 큰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25일 새벽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데 이어 또 물난리가 나자, 주민들 표정은 더 침울했다.

낮은 지대인 창포동은 오래 전부터 비피해가 컸으나 포항시는 아직도 배수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한다. 지난 8월 몇 시간 동안 내린 비에도 창포4거리 일대가 침수된 것도 포항시가 호우에 늦게 대처한 탓이라고 주민들은 주장했다. 저지대 펌프시설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또 포항시가 5천만원 예산으로 지난 5~6월에 하수공사를 했으나 이번 태풍에도 펌프고장으로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아가 배수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는 것을 포항시가 알면서도 예산부족을 이유로 지금까지 팔짱만 끼고 있다고 주민들은 질타했다.

물 막을 모래주머니와 물 젖은 시계에서 침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물 막을 모래주머니와 물 젖은 시계에서 침수 흔적을 엿볼 수 있다.추연만

태풍 '나비' 폭우로 지난 6일 포항시 창포동 저지대는 '물바다'
태풍 '나비' 폭우로 지난 6일 포항시 창포동 저지대는 '물바다'추연만
어느 서점 대표는 "바깥으로 빗물을 뽑아내도 또다시 역류하는 현상이 생겨 더 큰 피해가 발생한다. 10년 전부터 포항시에 배수대책을 건의했으나 작년에 겨우 펌프장 예산이 잡혔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라며 포항시의 무성의를 성토했다.

그는 몇 해 전 태풍으로 1억 3천만 원 상당의 책이 물에 잠겼으나 보상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물에 젖은 책을 트럭 2대에 싣고 폐지 수집상에 처리한 결과 23만원을 받았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또 그는 동네사람 몇몇이 모여 포항시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한다고 덧붙였다.

물 빠진 가게 안팎에는 아직도 흙탕물이 가득해 침수 당시 상황이 연상됐다. 보석가게 앞에는 물젖은 시계와 가구가 나와 있다. 어느 제과점에는 빵과 케이크가 놓일 진열대 아래에도 흙탕물이 고여 있다. '사진찍자'는 부탁을 하는 순간 미안한 마음마저 들 정도다. 마침 소방차가 물청소를 도와줘 조금은 위안이 되는 듯하다.


어느 과일가게 주인은 "해결도 되지 않는데, 언론에 나오면 뭐 합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가까이 있던 한 분은 "태풍이 오면 물난리가 날 것 뻔히 알면서 이제 와서 시장과 국회의원이 오면 뭐합니까?"라며 불만을 터트린다. 여기저기서 호응하는 분위기다. 조금 전, 정장식 포항시장과 이병석 국회의원이 침수지역을 방문한 모양이다.

흙탕물을 쓸어내는 여러 손길
흙탕물을 쓸어내는 여러 손길추연만

물호스로 청소를 돕는다.
물호스로 청소를 돕는다.추연만

현장에 있던 포항환경연합 박창호 운영위원장은 "상습 침수지역을 이렇게 방치한 것은 무사안일 행정의 본보기다"라고 의견을 밝히며 침수대책을 세우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창포동에 사는 그는 "예전에 묻은 배수관로가 눌리고 막혀 제 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안다"며 펌프시설 설치는 임시방편일 뿐이다"라며 새로운 배수관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포항시도 이런 문제와 개선책을 알고 있으나 100억원에 육박하는 예산확보를 이유로 배수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 한 주민은 "우리 동네는 상습 침수지로 알려져 보험가입도 못합니다. 언제까지 매년 이런 물난리를 겪어야 합니까?"며 빠른 대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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