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어가 이렇게 아름답게 변신했어요

북어 보푸라기 만드는 법

등록 2005.09.08 16:47수정 2005.09.0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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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북어포가 쓸모 없다구요? 요리 재료로 안성맞춤입니다.

북어포가 쓸모 없다구요? 요리 재료로 안성맞춤입니다. ⓒ 허선행

다른 집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명절이 지나면 포가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합니다. 냉동실에서 지내다 북어 해장국 끓이는 재료로 쓰는 게 고작입니다. 이렇게 세월이 가도 바뀔 줄 모르는 북어를 변신시켜 보려 합니다.


북어는 통북어도 좋고 포로 되어 있는 것도 좋습니다. 만약 통북어라면 두들겨서 대가리를 떼어내고 껍질을 벗겨 뼈와 가시를 발라내야겠지요. 포로 된 상태로 준비하셨다면 그대로 강판에 힘껏 갈아 보세요.

연약한 여자의 힘으로는 부족하시다구요? 명절 때 아무래도 남자 일이 여자보다 상대적으로 적다고 생각이 드신다면 맡겨 보세요. 힘센 이들 다 모여 힘 자랑도 할 겸 북어를 박박 강판에 갈아 보게 하세요.

a 북어를 강판에 가는 일은 남자들의 도움이 필요해요.

북어를 강판에 가는 일은 남자들의 도움이 필요해요. ⓒ 허선행

바닥에 수북이 쌓이는 북어 보푸라기와 함께 남자분들 자랑도 늘어날 테니까요. "이거 봐라. 내가 얼마나 많이 도와주나. 당신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한다"하면서 말이지요. 남자들의 남는 힘자랑은 이제 그만.

이제는 여자 분들의 섬세한 손끝으로 보푸라기를 무칠 차례입니다. 마음껏 솜씨를 뽐내 보세요.

솜씨 자랑을 하려면 세 가지 고운 빛깔의 보푸라기를 하셔야 합니다. 먼저 작은 수저로 설탕 반 술에 참기름 한 술과 깨소금 약간을 넣어 살살 보슬보슬하게 버무려 둡니다.


a 북어 보푸라기. 이것이 북어라면 못 믿으시겠죠?

북어 보푸라기. 이것이 북어라면 못 믿으시겠죠? ⓒ 허선행

버무린 보푸라기를 삼등분해서 그중에서 하나는 소금 간(북어 본래의 노르스름한 색), 또 하나는 간장 간(검은 빛깔), 나머지는 고운 고춧가루 소금 간(발그스름한 색)을 해 보세요. 각각 무쳐 보시면 제 각기 뽐내는 빛깔이 다르고 맛도 다르답니다.

보들보들한 감촉이 여태껏 맛보던 다른 음식과 다름을 느끼시게 될 겁니다. 세 가지 색깔의 북어무침을 예쁜 접시에 한 곳에 보기 좋게 담아 보세요.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자녀들의 성향이 다르듯 제각기 조금씩 맛이 달라서 골라 먹는 재미도 있습니다. 이만하면 북어의 변신이 성공한 셈인가요? 강판에 갈고 남은 북어는 국물 낼 때 알뜰히 쓰면 국물 맛도 좋고 음식물 쓰레기도 줄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되겠네요.

여고 시절 얼핏 책에서만 본 기억이 나는 보푸라기는 만드는 과정이 까다로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시간과 정성을 많이 들여야 할 것 같고 서민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고급스러운 궁중 음식이라고 여겨왔습니다.

막상 만들어 보니 강판에 가는 일 빼고는 별로 힘들지 않고도 예술적인 작품이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모양만큼이나 맛도 있었습니다. 특히 성장기의 어린이나 어르신들 건강식으로 영양 면에서 뛰어나다고 합니다.

또한 죽과 잘 어울리는 반찬이 된다고 하니 평소에 밥맛이 없을 때 죽과 함께 만들어 보시지요. 명절에 식구들이 모여 함께 강판에 갈아 보시면 힘이 덜 들겠지요. 그렇게만 한다면 북어의 변신은 물론 식구들의 명절맞이 풍속도 바뀌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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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현직 유치원 원장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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