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분석] 삼성, 전자-생명으로 분리 가능할까

금융-산업자본의 분리는 대세... 삼성생명 분리가 핵심

등록 2005.09.08 21:03수정 2005.09.09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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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9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그룹 본관건물앞에 내걸린 삼성그룹 깃발.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그룹 본관건물앞에 내걸린 삼성그룹 깃발.오마이뉴스 권우성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대안으로 '지주회사체제'를 공식적으로 언급함에 따라, 향후 삼성의 지배구조 방향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논란의 핵심은 과연 삼성그룹이 지주회사체제로 갈수 있느냐다. 현행법상 지주회사 체제로 가기 위해선 우선, 금융과 산업자본이 얽혀 있는 순환출자 구조부터 벗어나야 한다.

삼성은 현재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를 정점으로,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자본 유형으로 보면, 산업자본(에버랜드)→금융자본(생명)→산업(전자)→금융(카드)→산업(에버랜드)으로 돼 있다. 한마디로 산업과 금융자본이 그대로 얽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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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지배구조의 핵심은 삼성생명

이 고리에서 핵심은 삼성생명이라는 금융계열사다. 삼성이 공정거래법의 금융계열사 의결권제한 규정(11조)에 대해 헌법소원까지 제기하면서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금융계열사를 통해 적은 지분으로도 이건희 총수 일가가 그룹의 지배력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주회사 체제로 가기 위해서는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지주회사를 만들고, 금융계열사를 그룹에서 분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나머지는 전자를 지주회사로 하는 전자계열로 자연스럽게 묶여질 수 있다.

강철규 공정위원장도 "분야별로 지주회사를 한다든가 등 여러 아이디어가 있을 것"이라며 "금융이나 전자 소그룹 등으로 (분리해서)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와 금융계열사 중심의 지주회사 체제를 지목한 것이다.


문제는 이미 이재용 상무를 정점으로 완성된 삼성지배구조의 고리를 이씨일가 스스로 끊으려는 의지가 있느냐다. 또 의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과연 현실적으로 이 같은 지주회사체제로의 분리가 가능하느냐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룹 구조본 관계자는 "설령 전자와 금융으로 나눈다고 하더라도, 현재 삼성전자 주가를 보면 어떻게 지주회사로 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50만원을 훌쩍 넘어선 삼성전자 주가를 생각했을때, 안정적인 지분 확보를 위해서 적어도 17조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배구조에 절대선이 어딨나?... 전자와 생명 둘 중 하나 포기 어려울 것"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그룹 본관과 삼성생명 등 삼성계열사의 빌딩이 밀집한 지역.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그룹 본관과 삼성생명 등 삼성계열사의 빌딩이 밀집한 지역.오마이뉴스 권우성
또 다른 관계자는 "지배구조라는 것이 기업의 문화나 역사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며, 세계적으로 지배구조에서는 정답이 없다"면서 "마치 지주회사는 선이고, 나머지는 악인양 여론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며 불쾌해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에게) 지주회사 체제로 가라는 것은, 전자나 생명 둘 중 하나를 포기하라는 것인데…"라며 "이미 이재용 상무를 정점으로 지배구조의 틀을 만들어 놓은 상황에서 어떤 것을 포기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삼성과 재계 쪽에서는 삼성의 지주회사체제론에 대해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고, 삼성의 대내외적인 여건이 그리 유리한 것만도 아니다.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공정거래법상의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규정이나 이번 정기 국회때 논란이 예상되는 금융산업구조개편에관한법률(금산법) 개정안의 칼끝은 모두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으로 향해 있다.

깊어지는 삼성의 고민...

재경부가 내놓은 금산법 개정안이 '삼성 봐주기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조차도 정부안보다 강화된 개정안을 제출해 놓고 있는 상황이다. 헌재의 판단도 삼성에게 유리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미 지난해 공정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이미 위헌 여부에 대한 심사를 거쳐 통과된 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삼성 'X파일' 사건이 터지면서, 97년과 2002년 불법정치자금 제공을 두고 그룹 수뇌부들이 검찰에 소환됐거나, 소환을 앞두고 있다. 검찰 일부에선 이건희 회장에 대한 소환 가능성까지 흘러나올 정도다. '삼성공화국'이라는 여론도 부담이다.

삼성도 물론 그동안 지배구조에 대해서 자체적으로 연구를 해왔다. 지난 2002년말에는 외국계 컨설팅업체인 매킨지에 지배구조 개선방안에 관한 용역을 의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매킨지 관계자는 "삼성으로부터 이같은 컨설팅 의뢰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또 유럽의 최대 가족기업인 스웨덴의 발렌베리 그룹을 연구하기 위해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원이 1년여 동안 스웨덴에 파견돼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배구조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여전히 이건희 총수 일가 중심의 1인 지배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다. 강력한 오너쉽이 삼성의 경쟁력이라는 설명도 덧붙여진다. 그럼에도, 검찰과 국회, 국민들로부터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따가운 시선은 여전하다. 삼성의 고민이 깊어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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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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