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론조사, 무리한 해석

등록 2005.09.09 17:28

수정 2005.09.09 17:53

내년 선거를 앞두고 출마자들의 발빠른 움직임이 진행되는 가운데, 각 언론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를 예측하는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들이 공식적으로 출마의사를 밝힌 것도 아닌 상황에서 여론조사는 진행되고, 응답자의 50-60%가 ‘잘모르겠다’로 대답했다. 조사결과가 의미없는 데이터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언론사는 이를 과도하게 해석, 기사화시키고 있다.

지난 5일(월) <매일신문>은 1면과 13면에 ‘광역단체장 평가 및 예상후보자 조사’결과를 보도했다. 대구경북지역민 약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는 ▲방폐장 유치 의견 ▲대구시장 후보 지지도 ▲ 경상북도지사 후보 지지도 ▲정당 지지도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잘 모르겠다’ 50% 이상, 경쟁력 있는 후보?

<매일신문>1면에는 <‘이재용 장관 - 이한구 의원’ 대구시장에 최고 경쟁력>이라고 제목을 뽑아놓고, 13면에는 <‘이재용 장관 - 이한구 의원 대구시장 가상대결’ 오차범위 내 승부>로 편집해두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결과를 꼼꼼하게 살펴보면, 이런 해석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 대구시장 후보 지지도
- 열린우리당 : 이재용(25.3%), 권기홍 (9.8%), 김태일(8.1%), 윤덕홍(7.1%), 잘모름 (49.8%)
- 한나라당 : 이한구(17.2%), 김범일 (12.3%), 서상기(5.6%), 이원형(4%), 잘모름(60.8%)

응답자 50% 이상이 ‘잘모르겠다’고 응답했지만, <매일신문>에서는 각 정당에서 지지도 1위로 선정된 후보들까지 가상대결을 시켜두고 있다.

■ 대구시장 후보 가상대결
- 이한구 의원 (33.1%), 이재용 환경부 장관 (29.9%), 잘모름 (37.1%)

대구시장 후보와 관련된 내용은 꼼꼼하게 기사화 하고 있지만, 경북도지사는 그래픽으로만 정리하고 있다.

여론조사 보도, 결과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해석해줘야

선거법 108조에 의하면, 선거관련 여론조사에는 조사의뢰자, 조사기관, 응답률, 질문내용 등을 함께 기록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매일신문>은 응답율과 질문내용을 제공하고 있지 않다.

선거법 규정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조사결과에 대한 해석이다. 여론조사 관계자들에 의하면 응답자의 30%이상이 ‘잘 모르겠다’고 의사를 표현했다면, 그 조사결과는 별다른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한다.

2006년 5월에 진행될 선거를 앞두고 이해집단간의 발빠른 행보가 진행중이다. 지난 6월 30일 여야가 합의한 선거제도 즉 ▲ 중선거구제 ▲ 의원 유급제 ▲ 정당공천제와 관련된 세부조항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기초자치단체 의원들은 ‘원점으로’를 외치며 선거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5월 선거에서 유권자는 6장의 투표용지를 받게 된다. 여섯 숫자로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로또 복권처럼, 6장의 투표용지에 향후 4년간 지방자치제의 운명을 맡겨야 하는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언론이다. 지역 유권자들이 지방자치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올바른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선거법과 관련된 이해당사자간의 논쟁을 제대로 해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줘야 한다. 이를 통해서 ‘유권자 중심의 선거문화’를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벌써부터 의미 없는 정보에 과도하게 해석, 자칫 ‘사전 선거운동’의 의혹을 불러일으킨다면, 지역언론에 대한 불신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 허미옥님은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입니다.
자세한 문의 : 053-423-4315/http://www.chammal.org

덧붙이는 글 허미옥님은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입니다.
자세한 문의 : 053-423-4315/http://www.chamma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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