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4주년... 뉴욕은 고층건물 르네상스 시대

정상급 건축가들 뉴욕으로... 541m 높이 '프리덤 타워' 2008년 완공

등록 2005.09.12 17:33수정 2005.09.1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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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덤 타워> 완공 후 뉴욕 맨하탄의 스카이라인
<프리덤 타워> 완공 후 뉴욕 맨하탄의 스카이라인dbox
"쌍둥이빌딩이 테러 공격 따위로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되기 1주일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는 '고층빌딩의 최신동향'이라는 주제로 포럼이 열리고 있었다. 세계무역센터 건축에도 직접 참여한 레슬리 로벗슨은 쌍둥이빌딩이 폭격에 견딜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청중 속에서 나오자 이렇게 답했다.

하지만 로벗슨의 호언장담을 비웃기라도 하듯 쌍둥이빌딩은 여객기를 이용한 가공할 테러에 한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허망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9.11 직후만 해도 테러공격에 극히 취약한 고층빌딩 열기는 한 풀 꺾인 것으로 보였다. 애초 쌍둥이빌딩 같은 고층빌딩을 지어 수 만 명을 한 곳에 모아 놓지 않았다면 테러를 당할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공격목표가 될 게 뻔한 랜드마크를 감히 새로 짓겠다고 나서는 건축주가 없었던 것.

쌍둥이빌딩이 무너진 지 이제 4년. 빌딩 붕괴로 무너진 자존심을 세우는 유일한 길은 그보다 더 높고 휘황찬란한 빌딩을 세우는 것이라는 합의라도 뉴요커들 사이에 이루어진 것일까? 요즘 뉴욕은 고층빌딩 신축 열기로 도시 전체가 흥분에 빠져들고 있다.

뉴욕 교통환승센터. 산티아고 칼라트라바 작품
뉴욕 교통환승센터. 산티아고 칼라트라바 작품S. Calatrava
대표적인 작품은 무너진 쌍둥이 빌딩을 대체하는 '프리덤 타워'. 프리덤 타워는 층수로는 70층이지만 빌딩 중층부의 40층 높이에 달하는 비워진 공간을 합할 경우 높이가 1776피트(541m)에 달한다. '1776'은 미국이 독립한 해를 기념하기 위해 선택된 숫자.

'프리덤 타워'는 정상에 풍력발전기를 달아 건물이 필요로 하는 전력의 약 20%를 공급할 계획이며 첨탑을 포함할 경우 높이가 2000피트(609m)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고층빌딩이다. 총건축비 15억달러(1조5천억원)를 예상하는 이 건물은 2008년 완공될 예정이다.


'프리덤 타워' 신축 결정으로 봇물이 터진 뉴욕의 빌딩가는 지금 세계 정상급의 건축가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건축의 르네상스를 구가하고 있다.

스페인 출신의 스타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는 쌍둥이빌딩 부지에 재건될 교통환승센터의 설계를 맡아 마치 거대한 새가 하늘로 비상하는 듯한 모습의 경쾌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칼라트라바는 여세를 몰아 허드슨 강을 내려다보는 부지에 254m에 달하는 고급고층 아파트를 설계했다. 분양가만 최저 2900만 달러에 달하는 고급아파트 10채를 격자 형으로 엇갈려 쌓아 올린 혁신적 디자인의 이 빌딩은 발표 이후 지금 뉴요커들 사이에 최고의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뉴욕시립예술협회의 켄트 바르위크 회장은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건축 붐이 합리적인지 아닌지는 그리 중요하지가 않다. 사람들은 환호하고 축하할 뭔가가 필요했던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무역센터 붕괴 이후 뉴요커들이 침울해졌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최근의 건축 열기를 설명했다.

쌍둥이빌딩 붕괴는 역설적으로 뉴욕의 건축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다시 촉발시켰고 특히 '프리덤 타워' 설계 안을 둘러 싼 치열한 갑론을박 과정에서 화려하고 기념비적인 건축 디자인에 대한 사람들의 구미를 자극했다는 것.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설계한 뉴욕의 고층 아파트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설계한 뉴욕의 고층 아파트S. Calatrava
결과적으로 심미적 디자인보다는 최대한 경제적이고 신속하게 지을 수 있는 무미건조한 박스형 건물 일색이던 뉴욕이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드는 예술적 건물로 가득한 도시로 탈바꿈 하고 있는 중이다.

렌초 피아노가 설계를 맡은 <뉴욕타임스> 사옥, 영국의 특급 건축가 노만 포스터 경이 설계한 <허스트 타워>가 그렇고 세자르 펠리스가 디자인한 경제통신사 <블룸버그>의 사옥 역시 마찬가지. 여기에 과열상태라는 경고가 나올 정도로 활황을 보이고 있는 미국의 주택경기 역시 이런 경향에 힘을 더하고 있다.

솟아오르는 이들 건물의 높이만큼이나 뉴요커들이 테러의 충격을 딛고 다시 한 번 세계 최고의 도시라는 자부심을 되찾을 수 있을까?

스타 급 건축가들 영입으로 건물주들이 집 값을 올려 받기 시작한다면 이미 살인적인 물가를 자랑하는 뉴욕은 백만장자클럽 회원들이나 감히 살아 볼 엄두를 낼 수 있을 텅 빈 도시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 현지인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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