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은 '태풍', 선거구제는 '허리케인'

[분석] 9월 정기국회 기상도... 곳곳에 '저기압'

등록 2005.09.12 18:39수정 2005.09.13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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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제256회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새로 설치된 컴퓨터를 통해 안건을 살펴보고 있다.
1일 오후 제256회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새로 설치된 컴퓨터를 통해 안건을 살펴보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기상예보로 치자면, 9월 정기국회 기상도는 때아닌 '저기압'이 곳곳에 형성될 조짐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몇 달에 걸친 '연정론'으로 잔뜩 흐려있던 정치권이 정기국회가 시작하면서 뒤늦은 '장마'가 시작될 전망. 국지성 호우와 저기압이 '허리케인'으로 발달할 가능성도 무시 못한다.

국회의 '기상캐스터' 격인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들조차 "곳곳에 긴장과 논란의 소지가 있다"(오영식 열린우리당 원내부대표), "굉장히 시끄러울 것 같다. 지난 정기국회보다 더 심한 대치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나경원 한나라당 원내부대표)라고 '예보'할 정도다.

[국감 증인채택] 정기국회 초반 가장 큰 '저기압'... 박근혜·이건희, 논란의 중심

정기국회 초반 정국에 드리운 가장 큰 '저기압'은 22일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각 상임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증인신청 논란이다.

그 중심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자리해 있다. 이 회장은 벌써 국회 재경위·법사위·정보위 등에서 달갑지 않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

재경위에선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97~98년 '기아자동차 사태'시 삼성개입 여부 규명 ▲98년 삼성생명주식 매입과정에서 증여세 탈루 여부 규명 ▲2002년 대선 불법정치자금 소유주 규명 ▲2005년 금융산업구조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 마련 과정에서 개입여부 규명 등을 이유로 이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러나 재경위에선 이에 대해 판단을 유보한다며 소신을 밝히길 꺼리는 위원들이 다수다. 재경위는 오는 12일께 여야 간사간 협의로 이 문제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법사위에서도 이 회장을 부르고 있다. 재경위보다는 좀더 적극적이다. 법사위 소속 선병렬 열린우리당 의원과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12일 불법대선자금 전달 의혹이 담긴 옛 안기부의 불법도청('X파일') 사건과 관련해 이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이라고 별렀다. 이들은 이 회장 뿐 아니라 홍석현 전 <중앙일보> 사장·홍석조 광주고검장도 부르겠다며 '전의'를 다졌다.


두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법사위원들을 '맨투맨식'으로 설득해서라도 이들을 증인으로 채택하겠다며 '공조'를 선포하기도 했다. 법사위 내에서 찬반 양론이 팽팽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근혜 대표, 동생 서영씨와 함께 나란히 증인 신청돼

현 야당 대표인 박근혜 대표도 이례적으로 증인으로 신청됐다. 국회 문광위 소속 민병두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 9일 정수장학회의 <경향신문> 강탈 사건과 관련해 박 대표를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다. 또 민 의원은 고 손기정 옹의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 보관 의혹 규명을 위해 육영재단 이사장인 박근령(본명 근영, 서영에서 최근 개명)씨도 증인으로 신청했다. 박씨는 박 대표의 친 동생이다.

국회 과기정위도 갈등 중이다. 과기정위는 12일 전체회의에서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과기정위는 이날 권영해 전 안기부장, 이종찬·천용택 전 국정원장, 안병엽·남궁석 전 정통부 장관의 증인채택 여부를 두고 논란을 벌이다 여야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여야 간사간 협의에 결정을 미뤘다.

국감 증인신청 논란을 두고 한나라당은 '정치공세'라며 열린우리당을 몰아 붙이고 있다. 특히 박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한 것에 대단히 불쾌해하고 있다.

나경원 한나라당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국감과 관련해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증인을 신청해야 함에도 여당은 정치 공세나 정치적 도의에 어긋나는 증인을 신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오영식 열린우리당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만나 "한나라당 쪽에서는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 있겠으나 관련 현안과 관련해 반드시 필요한 증인이므로 신청한 것"이라고 맞받아 쳤다.

[사학법] 태풍 '사학법호' 서서히 영향 미쳐... '폭풍 전야'

북상하고 있는 태풍 '사학법호'와 '국가보안법호'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사학법호'와 '국보법호'는 지난해에도 여의도에 막대한 피해를 안겼다.

이중 서서히 상륙 조짐을 보이고 있는 '사학법호'는 벌써 여의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회 교육위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사학법 개정안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개정안은 사학운영의 투명성을 위해 개방형 이사제(학교운영위원회 이사회의 3분의 1 이상을 외부 인사로 임명) 도입과 이사를 7인에서 9인으로 늘리고 이사의 친인척 제한 비율을 3분의 1에서 4분의 1로 낮춰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의 안은 개방형 이사제에 맞서 비리사학에 대해서만 공영이사제를 도입하자는 쪽이다. 공영이사의 3분의1 이상은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하는 인사로 구성하도록 했다.

민주노동당의 개정안도 국회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된 상태이지만 두 정당의 '힘겨루기'에 밀려 논의 진척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동당의 안과 여당안의 가장 큰 차이는 현재 재단 이사장에게 주어진 교원임면권을 학교장에게 넘기고 학내에 교원인사위를 설치해 교원인사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것. 이밖에 계고기간의 삭제, 이사의 친인척 제한 비율을 5분의 1로 더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이날 오전 국회 교육위는 법안심사소위를 열었으나 논란만 벌이다 오는 13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한나라당의 법안을 상정한 뒤 법안심사소위에 넘기기로 했다. 그러나 이 방안도 아직 여야 간사간 일정 협의가 안돼 불투명한 상태다.

이 가운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서로 상대방이 논의를 미루고 있다며 '네 탓'만 하고 있다.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원장인 지병문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한나라당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전체회의에 법안 상정을 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며 "표결시 불리하니 아예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태도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반면 교육위 간사인 이군현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당이 우리 안을 받아들일 마음이 없어 전체회의에 상정해봤자다"라며 "여당은 머리 수가 많아 표결에 유리할테지만 우리는 거기에 들러리를 서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쪽은 김원기 국회의장이 제시한 '데드라인'인 16일까지 교육위에서 합의가 안될 경우 의장 직권 상정을 요구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오영식 원내부대표는 "합의를 위해 최대한 노력해보겠지만 안될 경우 의장 직권 상정도 요구할 수 있다"며 "이를 포함한 해결방안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만약 사학법 개정안이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한나라당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선거구제 개편] '우리+민노+민주' 연합전선 구축 가능성... '허리케인' 될수도

이날 여당이 당 회의를 통해 내비친 선거구제 개편 추진도 무시못할 변수다. 자칫 '허리케인'으로 돌변할 가능성도 있다.

이날 열린우리당은 선거구제 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의사를 밝혔으나 한나라당은 강한 저지 의사를 밝혔다. 이 와중에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 여당과 협상 의사를 밝히고 있어 '우리+민노+민주' 연합전선 대 '한나라' 구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여당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나경원 한나라당 원내부대표는 "정기국회는 '예산국회'로 선거구제 개편을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라며 "합의정신을 어기고 선거구제 개편 문제를 논의의 중심으로 삼는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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