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떨어진 LG "파워콤 너만 믿는다"

100만 명 확보하면 300억원 '한방'... '파워콤' 지렛대 삼아 통신사업 새판 짜기?

등록 2005.09.12 19:03수정 2005.09.1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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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글로벌 CEO전략회의에 참석한 LG그룹 구본무 회장. 이번 회의의 화두는 '고객 만족'이었다.

글로벌 CEO전략회의에 참석한 LG그룹 구본무 회장. 이번 회의의 화두는 '고객 만족'이었다. ⓒ LG그룹

LG그룹의 화두는 '고객만족'이다. 지난달 25일과 26일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글로벌 CEO전략회의에서 구본무 회장은 계열사 CEO들에게 고객만족을 강조했다.

글로벌 CEO전략회의 주제가 나오면 LG계열사 관련 부서들은 꼬박 두 달 가량 자료 준비에 힘을 쏟는다. LG그룹의 고객만족은 전자나 화학, LCD, 생활건강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지만 새롭게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 진입하는 파워콤을 비롯한 통신업종을 겨냥한 측면이 크다.

LG그룹이 파워콤에 신경을 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LG그룹은 허씨 일가의 분가로 현금 확보가 용이한 GS칼텍스, GS홈쇼핑이 그룹에서 떨어져나갔다. LG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현금 공급원이 그 어느때보다 아쉬운 처지다.

파워콤을 통해 초고속 인터넷 유료회원 100만 명을(한달 요금 3만원으로 계산)확보할 경우 한 달에 300억 원의 현금이 수혈된다.

여기다 LG그룹의 핵심인 전자와 화학이 올해 상반기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새로운 캐시카우(수익창출원)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 됐다. 파워콤을 비롯한 통신쪽이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LG는 일찌감치 데이콤과 파워콤을 인수하면서 통신업종에서 도약을 노렸지만 결과는 시원치 않았다. 한편으로는 LG텔레콤이라는 무선통신이 또 다른 한편에는 파워콤, 데이콤이라는 국내 최대규모의 유선통신회사가 있으면서도 뚜렷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지 못한 결과였다. 그야말로 통신사업은 그룹의 '문제아'였다.

그러나 최근 LG텔레콤이 1000억원이 넘는 경상이익을 기록하고, 가입자수도 상반기 기준으로 620만명으로 늘어났다.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LG그룹은 잠재력을 갖춘 '문제아' 통신사업 살리기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구본무 회장은 지난 7월에 SK 최태원 회장과 자리를 함께 했을 뿐 아니라 통신계열사 사장들과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을 만나기도 했다. 통신사업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논의됐음은 물론이다.

고객만족과 문제아 살리기


따라서 9월 1일부터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시장에 뛰어든 파워콤의 역할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파워콤의 성공여부에 따라서 LG그룹 통신사업의 '파이'가 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종응 파워콤 사장은 "앞으로 통신망에만 5000억원을 투자해해 빠른 속도와 질 높은 서비스로 승부를 걸겠다"며 "LG텔레콤, 데이콤, 파워콤의 역량을 결집하면 유선전화+이동전화+방송+초고속인터넷 결합서비스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유무선 통신사업을 통합해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인프라가 튼튼한 파워콤이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가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경쟁사의 견제와 장애물이 만만치 않다.

현재 우리나라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수는 1230만정도로 전체가구수 대비 78%의 가입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로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든지 오래다. 초고속인터넷 시장 성장률도 3%까지 떨어지는 등 대표적인 '레드오션' 시장 중 하나다. 자사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경쟁사 가입자를 빼앗아와야 하는 등의 싸움을 벌여야 하는 시장이다.

현재 초고속인터넷 점유율은 KT가 51.73%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으며, 하나로텔레콤(23.25%),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8.67%), 두루넷(7.89%)이 뒤를 잇고 있다.

속도와 가격이 무기

a 파워콤이 속도와 가격을 무기로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파워콤이 속도와 가격을 무기로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 파워콤

파워콤은 지난 1일 가입자 모집을 시작한지 열흘만에 가입자가 1만4311여명을 넘어서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파워콤은 속도와 함께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주력상품으로 내놓은 엑스피드광랜(100Mbps급)은 월 3만800원(3년 약정기준, 부가세 포함)으로 KT와 하나로텔레콤의 동일 상품에 비해 각각 8.5%와 5.7%씩 더 싸다. 그리고 엑스피드프라임(10Mbps)도 3만800원(3년 약정기준, 모뎀임대료·부가세 포함)으로 KT와 하나로텔레콤의 동일 상품에 비해 24.4%와 17%가량 저렴하다.

그러나 경쟁 업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경쟁사들은 데이콤이 온세통신 핵심 직원을 빼왔을 뿐 아니라 영업 대리점에 주는 가입자 유치 수수료를 10~20만원까지 크게 올려 이용료 면제, 타사 해지시 위약금 대납 등 출혈경쟁을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파워콤은 올 안에 50만 가입자를 모집하고 2006년까지 100만, 2007년 160만 가입자를 모아 손익분기점을 돌파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특히 군소업체 인수 등을 통한 가입자 확대가 아니라 속도와 요금을 무기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상태다.

하지만 업계에서의 전망은 엇갈린다. 파워콤이 내세우고 있는 속도와 가격이라는 강점이 과장된 측면이 있어 목표 달성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대표상품인 광랜 100Mbps급 서비스에서는 KT와 하나로텔레콤과 한판 승부를 벌여야하고 10Mbps급 서비스에서는 저가 전략을 펴는 SO들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파워콤이 초기 시장 진입임에도 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리지 못한 것은 과다한 마케팅 비용과 투자 부담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우려 때문"이라며 "가입자 유치가 쉽지 만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초 파워콤의 진출에 가장 크게 반발했던 하나로텔레콤도 실제로 가입자 유치가 시작되자 오히려 안도하는 모습이다. 파워콤이 첫날 3000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가입신청이 1만여명이 넘어서고 있지만 하나로텔레콤의 가입자는 변동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워콤이 언제든지 공격적인 영업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LG그룹 차원의 지원이 펼쳐질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파워콤, 통신업계 구조조정의 촉매?

통신업계 뿐 아니라 재계에서는 파워콤의 움직임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파워콤의 성공 여부에 따라 통신업계 구조조정의 방향이 결정됨은 물론 LG그룹의 향후 행보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워콤이 당초 목표대로 승승장구 할 경우 유선시장은 LG그룹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LG텔레콤, 데이콤, 파워콤의 역량을 결집, LG그룹이 KT와 SK텔레콤과 함께 통신 3강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LG그룹 통신사업 자체가 구조조정의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다. 경쟁사의 한 관계자는 "엄청난 마케팅 비용과 망투자 부담에도 파워콤이 초고속시장에서 일정한 지배력을 갖지 못한다면 이는 LG그룹 통신사업 구조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과연 파워콤은 LG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반기 통신업계의 경쟁이 그 어느때보다 뜨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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