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차 결혼생활이 제 만화 바탕이죠"

[인터뷰] <우리 부부야 ?웬수야?> 일러스트레이터 강인춘 기자

등록 2005.09.16 11:09수정 2006.08.0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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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부부갈등, 고부갈등을 그린 <우리 부부야? 웬수야?>를 연재하고 있는 강인춘 기자.

부부갈등, 고부갈등을 그린 <우리 부부야? 웬수야?>를 연재하고 있는 강인춘 기자. ⓒ 조경국

'이거 리얼(?)한데 정말 경험해본 것일까' 강인춘 기자의 그림 에세이 <우리 부부야? 웬수야?>(이하 <우리부부>)를 보며 이런 의문을 가졌다. 깔끔한 선과 산뜻한 색으로 그려진 그림만 가지고 짐작하기엔 젊은 작가가 직접 경험 해보지 못한 부부, 고부갈등을 주변의 이야기만 듣고 담아내고 있는 것 같았다.


마포의 작은 작업실에서 강인춘 기자를 만난 순간, 그동안 머릿속으로만 그렸던 작가에 대한 '선입견'은 모두 버려야 했다.

"결혼 생활 35년... <우리 부부야? 웬수야?>는 경험이 바탕"

a 종이드레스를 만들어 입어 장안의 화제가 됐던 35년전 결혼식 사진. 35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잃어버린 적은 없었단다.

종이드레스를 만들어 입어 장안의 화제가 됐던 35년전 결혼식 사진. 35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잃어버린 적은 없었단다. ⓒ 강인춘

하얀 꽁지머리를 질끈 묶고 부드러운 얼굴로 기자와 얼굴을 마주한 그는 42년생 올해 예순넷, 아버지뻘이었고 누구보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치열하게 인생을 살았던 우리나라 1세대 '일러스트레이터'(삽화가)였다.

그리고 2005년 6월부터 <오마이뉴스>에 연재하고 있는 <우리부부>는 작년 3개월 시한부 선고까지 받았던 구강암을 극복하고부터 그리기 시작한 작품이었다.

"결혼한 지 꼭 35년 되었습니다. 이혼 위기까지 간 적도 있었습니다. 고부간의 갈등도 있었습니다. 결혼 초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을 때는 처가살이도 했었구요. 결혼은 부부 두 사람만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부부>는 대부분 경험했던 것을 바탕으로 그린 것입니다."


시어머니나 시누이의 존재를 너무 밉게 그리고 있지 않느냐는 독자의 항의에 대해 그는 "만화가 만화답기 위해선 풍자와 어느 정도까지의 '오버'가 필요"한 것이라고 노작가는 잘라 말했다.

만화를 두고 사실이 아니다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수도 있다.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그리지만 단 한 컷으로 모든 것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선 '풍자'와 '오버'는 필수 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TV, 무대, 만화영화, 북 디자인... 이젠 그림 에세이

a 강인춘 기자는 70년대 초 방영된 드라마 <여로>의 타이틀 미술을 맡기도 했다. 당시 방영됐던 방송 프로그램은 일일이 손으로 그려 타이틀을 만들었다. 현재 남아있는 자료가 얼마없다며 아쉬워 했다.

강인춘 기자는 70년대 초 방영된 드라마 <여로>의 타이틀 미술을 맡기도 했다. 당시 방영됐던 방송 프로그램은 일일이 손으로 그려 타이틀을 만들었다. 현재 남아있는 자료가 얼마없다며 아쉬워 했다. ⓒ 강인춘

KBS 미술국에서 일러스터레이터로 첫발을 내디딘 그는 국립극장 무대 디자인을 맡기도 했고, 동아일보 미술국에 재직할 때는 신문 삽화를 그렸다. 60년대 일본의 시나리오를 들여와 우리나라에서 제작해 큰 인기를 끌었던 만화영화 <황금박쥐>의 키 애니메이터로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단다. 그리고 교과서와 동화 삽화도 틈틈이 그렸고 북 디자이너로도 이름을 얻었다.

"방송국에서 일할 때 타이틀 미술을 담당했었죠. 1970년대 초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 <여로>의 타이틀을 그리기도 했었고, 일본에서 시나리오와 기획을 했던 만화영화 <황금박쥐>를 제작했습니다. 비록 일본에서 기술을 들여왔지만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최초의 만화영화라 할 수 있죠. 국립극장에서 일할 때는 육영수 여사의 저격 현장을 눈 앞에서 목격하기도 하고. 젊었을 때 이곳저곳 옮겨다니며 일하다가 결국 동아일보 미술국에 입사해서 23년동안 일했습니다."

퇴직 후에도 계속 북디자이너와 삽화가로 일하던 그에게 작년 10월 구강암 3개월 시한부 선고가 내려졌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입 안 조그만 상처 안쪽으로 암 세포가 자리잡고 있는 줄 생각지도 못했다. 며칠 연고를 바르면 낫겠거니 했는데 결국 턱뼈를 깎아내고 팔에서 조직을 떼내 이식해야할 정도로 큰 수술을 받았다.

수술받기 하루 전 담담하게 인생을 정리했지만 기적처럼 다시 건강을 회복했고, 다시 붓을 잡고 <우리 부부>를 그리기 시작했다. 평생을 그림과 함께 살아온 그에게 그림은 인생의 전부였고, 삶의 이정표였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a 암을 이기고 인터넷을 통해 두번 째 인생을 살고 있다는 강인춘 기자. <우리부부> 연재가 마치면 인생의 깨달음을 주었던 인도 여행기를 그릴 계획이다.

암을 이기고 인터넷을 통해 두번 째 인생을 살고 있다는 강인춘 기자. <우리부부> 연재가 마치면 인생의 깨달음을 주었던 인도 여행기를 그릴 계획이다. ⓒ 조경국

"오마이뉴스에 <우리 부부야>를 연재하면서 나이가 많다는 것이 가끔 안타깝기도 합니다. 좀더 젊었더라도 활발하게 활동을 할 수 있으텐데 미련이 남죠. 하지만 큰 병 치르고 다시 일어섰으니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이 조금 서툴기는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데 전혀 문제가 없으니까요. 컴퓨터와 인터넷이 두번째 인생을 준 것이죠."

창작을 하는데 나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나이 든 일러스트레이터가 일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어 있는데, 우리나라는 조금만 나이가 들면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그는 아쉬워했다. 나이가 들면 더 깊고 풍부한 그림이 나올 수 있는데 정작 출판계든 언론계든 받아 주는 곳은 없다. 그래서 그가 생각한 것이 바로 <오마이뉴스>란다.

"책으로 엮어 내는 것보다 인터넷으로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흥미진진합니다. 책은 독자가 출판부수만큼 한정될 수밖에 없지만, 인터넷은 훨씬 많은 독자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댓글을 통해 바로 독자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작품을 만드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인터넷을 통해 독자와 소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홈페이지도 만들 생각이다. 지금도 오마이블로그(http://blog.ohmynews.com/kangchoon)통해 <우리 부부>의 숨겨진 뒷이야기, 예쁜 삽화가 들어있는 유럽 여행기, 신세대의 사랑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그려낸 <사랑한다고 말했어!> 등 기사로 못다한 이야기를 팬들과 나누고 있다.

<우리 부부>와 <사랑한다고 말했어!> 연재가 끝나면 시한부 선고를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삶의 깨달음을 주었던 세 번의 인도 여행기를 그림으로 옮길 계획이다.

a 오마이블로그에 연재하고 있는 <사랑한다고 말했어!>의 일부. 신세대 사랑법을 솔직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다.

오마이블로그에 연재하고 있는 <사랑한다고 말했어!>의 일부. 신세대 사랑법을 솔직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다. ⓒ 조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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