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없어? '모모'의 손을 잡아봐

시간에 대해 잊고 있던 지혜를 깨우쳐주는 미하엘 엔데의 <모모>

등록 2005.09.18 07:50수정 2005.09.1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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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사람들이 시간이 없다고 불평하고 있다. 노동에 빼앗겼던 여가 시간을 되돌려 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첨단기술이 계속해서 발달해도 소용없다. 아니, 오히려 기술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더 초조해지는 것처럼 보인다. 핸드폰이 등장해서 공중전화기 찾을 시간을 절약해주었고, 인터넷이 등장하여 가게에 갈 시간을 절약해주어도 불평의 목소리는 높아만 간다. 도대체 무슨 까닭일까?

미하엘 엔데의 <모모>라는 작품이 있다. 최근에 모 드라마에 등장한 이후 부동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사실 이 작품은 일각의 오해와 달리 그전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그 사랑의 비결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에게 복음과도 같은 지혜를 알려주기에 그러한데, 특히 시간 없다고 불평하는 이들에게 그것은 더욱 값진 것일 게다.


모모, 그녀는 시간이 없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이 찾아와서 무슨 이야기를 해도 다 들어주며 아이들과 재밌게 놀기도 한다. 모모는 자신의 시간을 여유롭고 만족스럽게 채워나간다. 나아가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것을 알려준다.

그런데 모모가 살고 있는 세상에 회색신사들이 나타난다. 이들은 똑떨어지는 엉터리 계산법을 내세워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삶을 허비하고 있다고 믿게 만든다. 그리곤 시간을 저축하라고 온갖 감언이설을 늘어놓는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소름끼치는 일을 계획한다. 바로 사람들에게 시간을 저축하라고 속인 뒤에 그들의 시간을 뺏는 것이다.

시간을 금같이 여기는 사람들이 쉽게 시간을 뺏길 리 만무하다. 그러나 <모모>에서 사람들은 시간을 쉽게 내준다. 이유는 단 하나, 나중을 위해서다. 그래서 '저축'이라는 명목으로 시간을 내준 것이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앵무새 같은 애완동물을 가게에 팔아버리고, 자신의 오늘을 위해서 어머니를 양로원에 맡긴 채 고작 한 달에 한 번 얼굴을 내밀기도 하며 어린이들을 보살피지 않고 보육원에 맡겨버린다. 단지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말이다.

이제 사람들은 시간에 집착한다. 시간이 가장 소중한 소유물이 되고 유일한 목표가 된다. 그래서 그들이 행복했을까? 당연히 그랬을 리 없다. 시간에 아무리 무모하게 달려들어 본들 그것의 끝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회색신사의 음모에 빠진 사람들은 모모처럼 여유롭게 놀 수도 없고 주위 사람들과 대화 하는 즐거움을 느끼지도 못한다. 내일을 위해서 웃을 시간도, 주위 사람들과 대화하는 시간도 저축해야 하니 당연히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모모는 외톨이가 된다. 친구들은 모두 시간에 집착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회색신사는 모모도 모모의 친구들처럼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모모는 당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시간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채워가야 한다는 것이며 시간을 저축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내일보다 오늘의 이 순간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모모는 회색신사들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된다.


사람들은 곧잘 시간이 없다고 불평하는데 <모모>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근심거리를 만드는 대부분의 이유는 내일에 대한 준비 때문이다. 즉, 현재에 충실한 것보다 회색신사에게 시간을 빼앗긴 듯 내일을 위해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바쁜 것이다. 오늘의 시간을 오늘을 위해 만족스럽게 보냈다면 모든 것이 다 좋을 텐데 실체도 없는 내일을 생각해야 하니 바쁜 건 당연하다. 또한 그것이 사람들을 구속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 그래서 시간이 없다고 투덜거리며 인상을 찡그린다.

<모모>는 아주 평범한 사실을 일깨워준다. 바로 회색신사에게 시간을 빼앗긴 사람들처럼 현실에서도 정신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그것은 결코 어려운 철학적인 메시지가 아니다. 누구나 쉽게 깨달을 수 있는 평범한 지혜이다. 그러나 다들 잊고 있는 것인데 <모모>는 마치 동화처럼 아주 쉽고 유쾌하게 그것을 깨우쳐 주고 있다.


시간이 없다고 여기는가? 그렇다면 혹시 자신도 모르게 회색신사의 음모에 빠진 것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물론 홀로 그 음모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모모의 도움을 받는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모모>는 그 계기가 될 수 있다. 똑같은 24시간을 두고 이전에는 시간이 없다고 불평했다면 이제는 즐거운 시간이 많다고 흡족해할 수 있게 만드는 '소중한 변화'의 계기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도서정보 사이트 '리더스가이드(http://www.readersguid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도서정보 사이트 '리더스가이드(http://www.readersguide.co.kr)'에도 실렸습니다.

모모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비룡소,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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