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줘!

[서평]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읽고

등록 2006.03.29 10:41수정 2006.03.2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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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드라마에 나오면서 다시 인기몰이를 했던 책 <모모>. 이 책은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시간을 찾아주려고 노력하는 모모의 모험담이다. 나는 중학교 입학 후,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 책을 꽤나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완벽하게 읽었다고 생각하는 책도 시간이 지나고 다시 읽으면 새로운 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다시 <모모>를 읽기로 마음먹었다. 원래 알고 있던 내용인데다가 내용이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두께에 비해 빠른 속도로 읽어 내려갔다.

책 속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충실하며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언제나 비슷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일상에 지루해 있을 때 나타난 회색신사. 그들은 사람들의 삶을 조목조목 계산하여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시간을 저축하게 한다. 그리고는 회생신사들은 사람들에게서 빼앗은 그 시간으로 살아간다. 시간을 빼앗긴 사람들은 삶의 어떠한 여유도 느끼지 못하고 오로지 빨리빨리 일을 해치워서 시간을 절약하는 것 외에는 관심을 가지지 못한다. 그런 회색 신사들에게 걸림돌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모모이다.


모모는 원형극장의 옛터에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그렇게 친구들과 어울려 사는 어찌 보면 좀 괴상한 소녀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는 많은 친구들과 도로 청소부 베포, 관광안내원 기기와 돈독한 우정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었다. 회색 신사들은 가서 모모를 잡기위해 쫓지만, 모모는 등에 글씨가 나타나는 이상한 거북이의 안내로 시간의 근원지에 가서 호라 박사를 만나게 된다. 그와의 만남을 끝내고 돌아온 현실, 하지만 순식간에 1년이란 시간이 흘러버리고, 모모를 찾던 친구들은 모두 시간에 쫒기며 살아가고 있다. 모모는 친구들에게 시간을 되찾아 주기위해 다시금 호라 박사에게 가게 되고, 호라 박사의 말에 따라 결국 사람들에게 시간을 되찾아 준다.

요즈음 우리는 점점 삶의 여유를 잃어가며 일에만 매달리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내 또래 학생들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심지어 일요일까지도 학원, 과외, 학교만을 오간다. 하지만 그렇게 정신없이 시간에 쫓겨서 살아가는 동안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나의 경우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학원, 과외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다른 아이들보다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잃어야만 했다. 나에게는 약간의 여가시간도 주어지지 못했다. 학원, 과외로 인한 스트레스는 내가 언제나 손톱을 물어뜯고 다리를 떠는 ‘틱’현상을 불러 일으켰다. 또, 부모님의 기대에 못 미치는 학업성적은 가정의 불화를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은 나를 게임중독으로 이끌었고 나는 내가 얻을 수 있었던 좋은 성적조차 잃어버렸다.

급할수록 돌아가자는 말이 있다. 무엇이든 조급하게 생각하면서 ‘빨리빨리’를 외치지만 말고 여유롭게 해보자. 방학 때 한 TV프로그램에 노부부가 나와 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설날 연휴가 되면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고 이리저리 차선을 바꾸고 별짓을 다하는 차들이 있는데, 잠시 후에 보면 우리 옆에서 계속 깜빡이 키고 난리를 피더라. 아무리 과속운전을 해봤자 150km/h이상으로는 가기 힘든데 그래봤자 고속도로 규정 속도인 120km/h 보다 10분 이상 더 일찍 못 가더라. 괜히 과속운전하면 몇 십 년 먼저 가는 수 있다.”

시간에 쫓겨 사는 사람이 아닌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모모가 내 소중한 시간을 한결 여유롭게 만들어준 것 같다.

모모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비룡소,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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