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
"비 많이 와서 물 못 건넌다."
장모님의 만류로 약수터 가는 건 포기하고 섬강 줄기를 따라 산책을 나갔습니다. 올해엔 추석이 너무 일러 알밤도 제대로 줍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섬강을 따라 걷다보니 가을의 정취가 물씬 느껴졌습니다.
"언니야, 힘든데 여기 앉아 쉬자."
"벌써 힘드나?"
"시댁에서 일하느라 앉아보지도 못했다."
"시동생 하나밖에 없다했잖아."
"시아버지 형제가 많아 손님이 많아."
처형과 아내는 강변 갈대 숲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그리고 알콩달콩 사는 얘기에 빠져들었습니다.
"국희 군대 언제 가?"
"아직 멀었다."
"그럼, 요샌 뭘 해?"
"만날 방구석에 처박혀 놀고 있다."
"그 녀석 어디가 자격증이라도 따라고 해."
"말도 못 붙인다. 지가 다 알아서 하겠다고 소리 질러서."
"집에 무서운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걔 땜에 속시끄러워 죽겠다."
"언니, 또 그 얘기 한다."
처형네 첫째 아들이 전문대 다니다가 군대 간다고 덜컥 휴학을 해서 1년이 다 되는데 군대도 못가고 빈둥대고 있습니다. 혼자 몸으로 돈벌이에 바빠 허둥대다 집에서 빈둥대는 아들을 보면 속이 터진다고 합니다. 이따금 야단도 쳐보지만 머리가 컸다고 엄마 말은 듣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그럴 때면 먼저 간 남편이 원망스럽다고 합니다. 무서운 아버지라도 있어 흠씬 두들겨주면 정신이라도 차릴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언니야, 국희도 생각이 있겠지."
"생각은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