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주소 한글 사용은 당연"

[전통문화를 상품으로 빛내는 기업인 만나기 ②] 한추회 최기호 회장

등록 2005.09.21 20:06수정 2005.09.2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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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조
559돌 한글날이 머지 않았다. 우리 한글이 세계 최고의 글자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아직 한글날 국경일 승격은 되지 않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한글과컴퓨터와 넷피아 등 한글을 활용한 기업들의 활발한 움직임은 고무적이다. 한컴은 세계 최강의 아이티기업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엄청난 공세를 물리치고, 한글워드프로세서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그런가 하면 넷피아는 영문자로만 사용할 수 있던 누리그물(인터넷) 주소를 한글화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들 성공한 기업들도 스스로 힘만으로는 헤쳐나가지 못한다. 그건 상대하는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의 힘이 워낙 막강한 데다 경쟁기업을 공격하는 데는 야비할 정도로 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이 ‘엠에스(MS)워드’와 싸울 때도 온 국민의 지원사격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글인터넷주소를 개발한 넷피아도 몇 년 전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자회사인 ‘디지털네임즈’와의 힘겨운 싸움에 맞닥뜨려 있기에 이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한글인터넷주소는 영문이 아닌 한글로 주소를 씀으로써 영어를 모르더라도 쉽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기 위한 것이기에 민족주체성만이 아닌 실용성을 보더라도 절대 필요한 일이라 하겠다. 하지만, 현재 국내 인터넷주소의 약 5% 정도의 단체와 개인만이 한글로 된 주소를 지니고 있을 뿐이다.

한글인터넷주소 추진 총연합회 누리집 화면
한글인터넷주소 추진 총연합회 누리집 화면한글인터넷주소 추진 총연합회
이에 2002년 한글운동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한글인터넷주소 추진 총연합회(아래 ‘한추회’)”를 띄운다. 이에 일부 사람들은 이 단체가 넷피아가 설립한 것이라거나 넷피아의 조종을 받는 것에 불과하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에 한추회를 대표하는 최기호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추회는 기업이 아니지만 전통문화를 상업화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단체이기 때문이다.

- 한추회의 구체적인 설립목표는 무엇인가?
“한글이 세계 최고의 글자임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현대 세계를 지배하는 인터넷주소에는 영문자 위주로 되어 있어서 영어를 모르는 자국인들에겐 크게 불편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글인터넷주소는 당위성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글인터넷주소를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보급하는 넷피아가 미국의 회사에 맞닥뜨려 힘겨운 싸움을 하는 것을 보고, 한글운동을 하는 단체들이 한글인터넷주소 추진을 위한 연합회를 발족하게 된 것이다. 특히, 한글운동의 원로이신 전택부 선생께서 넷피아가 한글을 위한 큰 일을 하는데 도와야 하겠다고 나선 것이 계기가 되었으며, 이에 한글학회, 외솔회, 국어정보학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방송학회 등 53개 단체가 적극 참여했다.”

인터뷰하는 한글인터넷주소 추진 총연합회 최기호 회장
인터뷰하는 한글인터넷주소 추진 총연합회 최기호 회장김영조
- 한추회와 넷피아와의 관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한추회는 넷피아가 마이크로소프트 자회사의 공격에 어려워하는 것을 보고 돕기 위해 닻을 올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넷피아가 설립한 것도 넷피아가 조종하는 단체도 분명 아니다. 넷피아 뿐만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한글 인터넷주소를 추진하는 국내기업이 있다면 어디든지 도울 생각이다. 53개 단체의 많은 회원이 그럼 모두 넷피아의 하수인이란 말인가? 넷피아로부터 한추회가 약간의 지원을 받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때문에 넷피아가 한추회를 조종할 수는 절대 없다.”

- 넷피아가 현재 일부 사용자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넷피아도 사기업이기 때문에 이윤 추구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다만, 이윤추구가 지나쳐 사용자들을 불편하게 한다면 이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그것이 자회사가 저지른 것이라도 안된다. 기업이 도덕성을 해쳐가면서 무리하게 운영한다면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이에 대해서도 꾸준히 지적하고 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한추회의 이름이 스스로 활동을 제약하고 있다는 비판에는 어떤 생각인가?
“한추회는 한글인터넷주소 추진만을 위한 단체는 아니다. 따라서 한추회의 이름에 제약이 있다는 것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름 때문에 무엇을 못한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이름에 상관없이 한글을 위한 일이면 뭐든 할 것이다. 이름 문제는 차차 연구해보겠다.”

- 한추회는 앞으로 어떤 일들을 계획하고 있나?
“한추회는 한글문화를 펼치는 사업이면 어떤 것이든 한다. 한추회는 ‘한글정보화’, ‘한글세계화’, ‘한글산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한글정보화’는 소속단체인 ‘한글정보학회’를 중심으로 펼칠 것이며, ‘한글세계화’는 ‘한글세계화운동본부’를 중심으로 펼치고, ‘한글산업화’는 ‘한글사랑운동본부’를 중심으로 해나갈 것이다. 또 한추회가 단순한 일반단체가 아닌 사단법인체로 등록하여 신뢰감을 주는 단체로 거듭날 것이다.”


토박이말 살려 쓰는 글쓰기 대회 안내문
토박이말 살려 쓰는 글쓰기 대회 안내문한글인터넷주소 추진 총연합회
최근 한추회는 559돌 한글날을 맞아 의욕적으로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그것은 ‘제1회 토박이말 살려 쓰는 글쓰기 대회’와 ‘제2회 한글문화 정보화 포럼’이다. 한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기획된 ‘토박이말 살려 쓰는 글쓰기 대회’는 우리 문화와 관련된 것은 어떤 것이든 토박이말 위주로 수필을 써서 제출하면 다양한 상을 줄 계획이라고 한다.

한글은 분명 우리 겨레의 위대한 문화유산이다. 이런 한글을 발전시키기 위한 어떤 일이든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한추회의 활동은 당위성이 있는지도 모른다. 559돌 한글날을 맞아 앞으로 한추회가 한글의 발전을 위해 어떤 활동을 펼칠 것인지 한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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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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