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산원 바닥에 깔린 보석이 165톤?

'2005남북여성통일대회' 평양산원 방문기

등록 2005.09.23 05:29수정 2005.09.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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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평양산원 입구바닥의 화려한 보석그림

평양산원 입구바닥의 화려한 보석그림 ⓒ 이창기

평양산원 입구 중앙홀에 아주 많은 양의 보석이 깔려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많은 의문이 들었다.

'정말 천연보석이 깔려 있을까?'
'그 보석은 어떤 모양일까?'
'사람들은 그 보석을 쪼아서 몰래 빼가려고 하지는 않을까?'

그 귀한 것을 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발로 밟고 다니는 중앙홀 바닥에 깔았을까? 등등, 평양산원에 대한 온갖 의문이 머릿속에 떠올랐던 기억이 있다. 그 의문을 이제야 속시원하게 풀었다.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열린 2005남북여성통일대회 취재단으로 평양산원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평양산원 안내를 맡은 고려의학을 전공했다는 북측 여의사는 평양산원 중앙 홀 입구 바닥의 꽃그림을 가리키며 남측 일행에게 "이 그림 속에 165톤의 천연 옥과 천연 보석이 깔려 있다"고 말해주었다. 관람객들은 165톤의 보석이라는 말에 입을 벌리고 탄성을 질렀지만 바라보던 나는 그만 실망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에에 이건 돌조각을 시멘트에 섞어 바닥에 깔고 연삭기로 갈아서 만든 일명 도끼다시(인조석물갈기)와 별 차이가 없잖아, 차이가 있다면 하얀 돌조각 대신 옥석을 많이 섞었다는 것뿐이네.'

a 평양산원 의사들과 남측 참관단, 왼쪽 두번째 의사가 보석을 알려준 의사

평양산원 의사들과 남측 참관단, 왼쪽 두번째 의사가 보석을 알려준 의사 ⓒ 이창기

그래서 산원 참관이 다 끝나고 난 뒤, 배웅 나온 북측 의사 한 명을 붙잡고 "정말 이 바닥에 보석이 깔려 있는가" 물었다. 그 여의사는 그렇다면서 '정확히 165톤하고도 몇 백 그램'이 더 들어갔다는 말까지 해주었다.

그러면서 그 여의사는 몇몇 곳을 손으로 가리키더니 직각으로 보지 말고 각도를 비스듬하게 해서 보라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고개를 수그려 보았더니 정말 영롱히 빛나는 보석들이 박혀 있었다. 25년도 넘게 수많은 신발에 밟혔으면서도 빛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을 보니 보석임이 분명했다.

a 붉은 보석과 맑은 보석을 박아 넣은 평양산원바닥그림

붉은 보석과 맑은 보석을 박아 넣은 평양산원바닥그림 ⓒ 이창기

그 의사에게 저 보석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녀는 뭐라고 대답을 하려다가 내 얼굴을 보더니 그만두고 말끝을 얼버무렸다.


'쳇! 내 얼굴이 산적처럼 생긴 것이야? 나도 알고 우리 딸도 알고 온 산천이 다 아는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째 좀 서운하다.'

아마 하도 내가 꼼꼼하게 바닥에 코를 대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보석이 어디에 박혀 있느냐고 자세히 묻자, 북측 여의사는 '혹시 이 산적이 흑심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a 평양산원입구바닥의 천연옥돌

평양산원입구바닥의 천연옥돌 ⓒ 이창기

코를 바닥에 붙이고 자세히 보니 가장 많은 양이 깔려 있는 있는 옥돌도 흔한 옥돌이 아니라 갖가지 색깔을 지니고 있는 진귀한 옥돌들이었다. 그 진귀한 옥돌로 예로부터 우리 나라 여성들이 좋아하는 복숭아, 도라지꽃, 동백꽃, 해바라기, 은행잎 등을 보석의 색깔을 이용하여 정교하게 형상화해놓은 것을 보니 감탄이 절로 일었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보석을 바닥에 깔 생각을 했는가라고 묻자, 평양산원의 여의사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평양산원을 지을 때 입구의 중앙 홀 바닥을 진귀한 보석으로 깔도록 했다'고 대답했다.

소중한 아이들을 낳은 여성이 산원에서 나오는 길에 보석을 깔아주고 싶다는 뜻과 함께 세상에 태어나 아이들이 처음으로 나서는 문에 보석을 깔아주고 싶다는 뜻이 어우러져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a 평양산원의 보석으로 그린 은행잎

평양산원의 보석으로 그린 은행잎 ⓒ 이창기


a 평양산원바닥에 보석으로 그린 복숭아

평양산원바닥에 보석으로 그린 복숭아 ⓒ 이창기

덧붙이는 글 | 자주민보와 함께 올립니다.

덧붙이는 글 자주민보와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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