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군 자치대상 수상 후 1700여만원 지출 논란

주민들, '단체장 이미지 홍보 극대화 위해 혈세낭비' 지적

등록 2005.09.23 10:24수정 2005.09.2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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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칠곡군이 지방자치대상을 수상한 후 홍보비 명분으로 1700여만원의 막대한 군예산을 지불, 논란이 일고 있다.

칠곡군은 지난달 30일 한국언론인포럼이 주최하고 (주)한국신문방송연구원이 주관한 '2005년 지방자치대상' 시상식에서 교육 부문과 살기좋은 도시 부문에서 대상을 각각 수상했다.

a 칠곡군청 청사 정면에 걸려있는 자치대상 수상 자축 현수막. 군은 자치대상 수상과 관련, 말썽이 일자 22일 군청사 현수막을 제외하고 왜관역 등에 걸려있는 현수막을 모두 철거했다.

칠곡군청 청사 정면에 걸려있는 자치대상 수상 자축 현수막. 군은 자치대상 수상과 관련, 말썽이 일자 22일 군청사 현수막을 제외하고 왜관역 등에 걸려있는 현수막을 모두 철거했다. ⓒ 이성원

전국 234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칠곡군을 비롯해 10개 지자체가 '살기좋은 도시'에 선정됐고, 칠곡군은 이례적으로 교육부문 대상까지 함께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칠곡군청은 수상 후 지난 9일 홍보비 명분으로 모두 1760만원의 군예산을 A은행 계좌로 입금시켰다. B신문 등에 자치대상을 홍보하기 위한 광고비로 지불했다고 군청 관계공무원은 말했다.

(주)한국신문방송연구원이 발표한 자치대상 참가안내문에는 자치대상을 수상한 지방자치단체 등은 연합광고 및 홍보비 등 명목으로 900만원을 지난달 27일까지 입금해 달라고 명시돼 있었다.

칠곡군은 2개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 1800만원의 군예산을 지출해야 했다. 시상식을 가진 지난달 30일 이전, 그것도 서류심사가 끝나는 지난달 25일 홍보비를 청구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자치대상을 받으면 1개 부문당 900만원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이 미리 공지된 셈이다. 칠곡군 관계공무원도 이를 인정했다.

군청 관계공무원은 "군의 수용비로 이 비용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수용비(需用費)는 군청에서 사용하는 소모품 따위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에 지출되는 예산으로 경상경비에 포함된다고 군청 관계자는 밝혔다.

그러나 군의 이번 자치대상 홍보비 집행으로 군이 지난해 11월 열린 제131회 칠곡군의회 제2차정례회 '2005년 세입-세출예산안' 제안설명에서 "경상예산(수용비 포함)은 최소 경비로 편성, 투자사업에 최대한 확대 편성하겠다"라고 밝힌 예산편성 방침을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을 면하기 힘들어졌다. 최소 경비로 편성한 수용비에서 어떻게 1700여만원의 홍보비를 집행할 수 있느냐는 모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자치대상 수상과 관련, 1700여만원이라는 막대한 시민혈세가 들어간 것은 수상의 가치와 순수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이다.

"전 칠곡군만 받은 상인 줄 알았습니다만..."


또 이번 수상은 공신력 있는 공공기관이 주민들의 여론조사와 현지조사 등을 통한 면밀한 심사를 실시해 입상자를 결정하기보다는 거의 서류심사에 의존한 것으로 밝혀졌다.

군청은 이같은 과정을 거친 자치대상의 수상소식을 알리는 현수막을 군청사는 물론 각 읍ㆍ면사무소 등 곳곳에 게시하는 등 대상수상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번 자치대상의 수상목적이 딴 데 있지 않느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자치대상 수상이 내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치단체장의 치적 홍보로 이어져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한국신문방송연구원의 자치대상 참가안내문에 나오는 자치대상 '기대효과' 내용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주)한국신문방송연구원은 안내문에서 자치대상 기대효과가 '지자체, 유관기관 신뢰도 향상 및 단체장 이미지 홍보 극대화' 등으로 꼽았다. 결국 자치대상을 수상한 지자체는 단체장의 이미지를 최대한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C모(41·회사원) 주민 등은 "시민혈세를 지불한 이번 칠곡군의 자치대상 수상은 상을 받고 돈을 주었든 어떻든 돈을 주고 상을 받은 인상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D모 주민은 칠곡군청 홈페이지를 통해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상인가 궁금하여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상받은 자치단체가 많더군요. 전 칠곡군만 받은 상인 줄 알았습니다만. 그 상은 받으려면 돈을 내야 한다고 말하는 분도 있고요. 혈세를 생색내는 데 쓰지말고 차라리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쓰면 존경받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군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칠곡군의 자치대상 수상을 전국에 알리기 위해 군예산을 홍보비로 지불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칠곡군은 또 "군이 모든 주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지속적인 평생교육 기반을 구축한 점을 인정받아 교육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바탕으로 지역의 개발 잠재력과 자치단체장의 군정방향이 조화를 이룬 것이 높은 점수를 받아 '살기좋은 도시' 10개시ㆍ군 중 하나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군은 자치대상 수상과 관련, 말썽이 되자 22일 군청사를 제외하고 왜관역 등에 즐비하게 걸려 있는 현수막을 모두 철거했다.

덧붙이는 글 | 이성원 기자는 경북일보 사회부 기자 출신으로 현재 칠곡신문 편집국장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성원 기자는 경북일보 사회부 기자 출신으로 현재 칠곡신문 편집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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