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군이 지방자치대상을 수상한 후 홍보비 명분으로 1700여만원의 막대한 군예산을 지불, 논란이 일고 있다.
칠곡군은 지난달 30일 한국언론인포럼이 주최하고 (주)한국신문방송연구원이 주관한 '2005년 지방자치대상' 시상식에서 교육 부문과 살기좋은 도시 부문에서 대상을 각각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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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곡군청 청사 정면에 걸려있는 자치대상 수상 자축 현수막. 군은 자치대상 수상과 관련, 말썽이 일자 22일 군청사 현수막을 제외하고 왜관역 등에 걸려있는 현수막을 모두 철거했다. ⓒ 이성원
전국 234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칠곡군을 비롯해 10개 지자체가 '살기좋은 도시'에 선정됐고, 칠곡군은 이례적으로 교육부문 대상까지 함께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칠곡군청은 수상 후 지난 9일 홍보비 명분으로 모두 1760만원의 군예산을 A은행 계좌로 입금시켰다. B신문 등에 자치대상을 홍보하기 위한 광고비로 지불했다고 군청 관계공무원은 말했다.
(주)한국신문방송연구원이 발표한 자치대상 참가안내문에는 자치대상을 수상한 지방자치단체 등은 연합광고 및 홍보비 등 명목으로 900만원을 지난달 27일까지 입금해 달라고 명시돼 있었다.
칠곡군은 2개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 1800만원의 군예산을 지출해야 했다. 시상식을 가진 지난달 30일 이전, 그것도 서류심사가 끝나는 지난달 25일 홍보비를 청구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자치대상을 받으면 1개 부문당 900만원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이 미리 공지된 셈이다. 칠곡군 관계공무원도 이를 인정했다.
군청 관계공무원은 "군의 수용비로 이 비용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수용비(需用費)는 군청에서 사용하는 소모품 따위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에 지출되는 예산으로 경상경비에 포함된다고 군청 관계자는 밝혔다.
그러나 군의 이번 자치대상 홍보비 집행으로 군이 지난해 11월 열린 제131회 칠곡군의회 제2차정례회 '2005년 세입-세출예산안' 제안설명에서 "경상예산(수용비 포함)은 최소 경비로 편성, 투자사업에 최대한 확대 편성하겠다"라고 밝힌 예산편성 방침을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을 면하기 힘들어졌다. 최소 경비로 편성한 수용비에서 어떻게 1700여만원의 홍보비를 집행할 수 있느냐는 모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자치대상 수상과 관련, 1700여만원이라는 막대한 시민혈세가 들어간 것은 수상의 가치와 순수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이다.
"전 칠곡군만 받은 상인 줄 알았습니다만..."
또 이번 수상은 공신력 있는 공공기관이 주민들의 여론조사와 현지조사 등을 통한 면밀한 심사를 실시해 입상자를 결정하기보다는 거의 서류심사에 의존한 것으로 밝혀졌다.
군청은 이같은 과정을 거친 자치대상의 수상소식을 알리는 현수막을 군청사는 물론 각 읍ㆍ면사무소 등 곳곳에 게시하는 등 대상수상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번 자치대상의 수상목적이 딴 데 있지 않느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자치대상 수상이 내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치단체장의 치적 홍보로 이어져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한국신문방송연구원의 자치대상 참가안내문에 나오는 자치대상 '기대효과' 내용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주)한국신문방송연구원은 안내문에서 자치대상 기대효과가 '지자체, 유관기관 신뢰도 향상 및 단체장 이미지 홍보 극대화' 등으로 꼽았다. 결국 자치대상을 수상한 지자체는 단체장의 이미지를 최대한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C모(41·회사원) 주민 등은 "시민혈세를 지불한 이번 칠곡군의 자치대상 수상은 상을 받고 돈을 주었든 어떻든 돈을 주고 상을 받은 인상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D모 주민은 칠곡군청 홈페이지를 통해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상인가 궁금하여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상받은 자치단체가 많더군요. 전 칠곡군만 받은 상인 줄 알았습니다만. 그 상은 받으려면 돈을 내야 한다고 말하는 분도 있고요. 혈세를 생색내는 데 쓰지말고 차라리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쓰면 존경받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군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칠곡군의 자치대상 수상을 전국에 알리기 위해 군예산을 홍보비로 지불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칠곡군은 또 "군이 모든 주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지속적인 평생교육 기반을 구축한 점을 인정받아 교육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바탕으로 지역의 개발 잠재력과 자치단체장의 군정방향이 조화를 이룬 것이 높은 점수를 받아 '살기좋은 도시' 10개시ㆍ군 중 하나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군은 자치대상 수상과 관련, 말썽이 되자 22일 군청사를 제외하고 왜관역 등에 즐비하게 걸려 있는 현수막을 모두 철거했다.
덧붙이는 글 | 이성원 기자는 경북일보 사회부 기자 출신으로 현재 칠곡신문 편집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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