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장비진입을 막기위해 세웠던 담이 헐리면서 23일 오후부터 공사가 시작됐다.박미경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중단됐던 전남 화순군 한천면 종합폐기물처리장 공사가 23일 오후부터 다시 시작됐다.
이날 화순군은 5시간여에 걸친 실랑이 끝에 장비를 투입, 공사를 시작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하면서 주민들의 반발만 키워 앞으로 공사 진행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3일 오전 9시 45분경, 화순군은 100여 명의 직원들과 포크레인 등 장비를 가지고 한천면 가암리 마을에서 공사 현장 진입을 시도했다.
화순군은 공사장 진입을 막으려고 모여 있던 주민들을 향해 "공사현장으로 가는 길을 막는 것은 불법이며 오전 10시까지 마을길을 가로막고 있는 철구조물과 콤바인 등 장비를 자진철거하지 않으면 공사를 강행하겠다"고 통고하고 "그러나 지금이라도 주민들이 대화를 원한다면 대화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주민들은 대화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공무원들과 주민들이 대치해 있는 중간지점에서 주민측 양준승 반대대책위원장 등 3명과 화순군측 이영남 군수 등 3명이 대화를 시도했다.
이날 양 위원장 등은 "지난번 군에서 진입을 시도할 당시 다친 주민들은 아무 보상도 못 받고 자비를 들여 입원 등의 치료를 받았는데 군에서는 주민들을 구속시켰다"며 "군에서 일을 할 때는 투명하고 적법한 절차를 밟아 주민들이 호응할 수 있게 공정하게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항의했다.
주민대표들은 "지난 8일 구속된 구속자들의 석방이 이뤄지기 전에는 화순군과 대화할 수 없으며 현재 진행 중인 행정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사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하고, "군에서 '주민들이 선출한 대표'라고 인정하고 협상을 벌인 양J씨 등 한천면 대책위원들은 주민들이 선출한 대표가 아니"라며 "군에서 이 점을 인정하고 다시 주민들과 협상에 응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화순군은 "모든 주민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주민대표를 통해 동의를 얻은 것이며 일부도 아닌 주민들이 다 몰랐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공사의 진척이 없는 상태에서 구속자들을 석방해 달라는 것은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말"이라며 주민들의 요구를 거절했다.
이날 이영남 군수는 "주민들이 폐기물처리장 건설에 대해 반대한다면 처음부터 반대했어야지 사업이 확정된 후에야 반대하고 나서냐? 주민들이 반대하는데 행정을 할 수는 없는 것이며 폐기물처리장 건설이 잘 진행돼 왔는데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화합하며 잘 살던 마을에 불화가 생겼다"고 말해 "그동안 주민들이 했던 이야기도 안 들었냐? 직원들이 주민들이 왜 반대하고 나섰는지 그 과정에 대해 보고도 안했냐?"는 주민들의 항의를 들어야 했다.
이날 주민들과 군수 등과의 대화는 "화순군이 구속자를 석방하고 마을 주민들의 동의를 받지 않은 대책위원회와의 협상은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한 후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자"는 주민측과 "공사는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행돼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화순군의 입장이 맞물리면서 대화를 통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