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삼성차 분식 158억→18억 '무혐의'

[재경위-예보] 삼성 소명 이어지면서 분식규모 축소...'삼성 봐주기' 논란

등록 2005.09.24 16:47수정 2005.09.2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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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3일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최장봉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3일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최장봉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예금보험공사가 삼성상용차에 대한 경영부실 조사에서 158억여원의 분식회계 혐의를 잡았으나 1년 만에 이를 18억원으로 축소한 뒤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삼성의 제시한 1차 소명과 2차 소명의 내용이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2차례의 소명과정을 거치면서 분식 규모가 대폭 축소돼 삼성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예보는 지난 2003년 말 삼성상용차에 대한 경영부실 책임을 가리기 위한 조사에서 1997회계연도 중에 총 157억8000만원의 분식회계를 저질렀음을 보여주는 내부문서(97년 공고손익확정안)를 확보했다.

예보가 이를 통해 밝혀낸 분식 혐의는 ▲일반 관리비를 건설 중인 자산이나 연구개발비로 계상(121억2200만원) ▲부실채권에 대한 대손상각비 과소계상(19억2500만원) ▲감가상각비 과소계상(17억3300만원) 등 총 157억80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 액수는 삼성의 소명 과정을 통해 급격히 축소된다. 24일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 2004년 4월 1차 소명을 통해 "내부서류가 분식회계를 보고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회기 중에 처리한 회계내용을 회기 말에 회계기준이 인정하는 범위 안에서 수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예보는 삼성의 소명 내용 중 일부만 인정하고 대손상각비와 감가상각비 과소계상에 대해서는 소명 내용을 기각하고 분식혐의를 재확인했다. 다만 분식규모만 다소 줄었을 뿐이다. 23일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공개한 예보의 '삼성그룹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분식 규모는 ▲일반 관리비를 건설 중인 자산이나 연구개발비로 계상 부분만 76억5800만원으로 줄고 나머지는 그대로 인정돼 전체 규모는 113억1600만원이 됐다.

그럼에도 예보는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검찰 고발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법적인 조치를 8개월이나 미뤘다. 그러다가 작년 12월 삼성이 2차 소명을 통해 추가자료를 제출하자 분식 액수는 갑자기 100억여원이 줄어 18억원으로 급격하게 축소됐다.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법적조치 미루다 18억원으로 분식 규모 축소


이후 예보는 "일부 오류는 있으나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아니라 실무담당자의 과실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위반 금액도 회사규모에 비해 중요한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문제는 삼성의 1차 소명과 2차 소명의 내용이 큰 차이가 없는데도 예보가 당초 입장에서 급선회해 분식회계 규모를 크게 축소했다는 점이다. <한겨레>는 "예보도 '삼성상용차 부실책임 조사보고서'에서 삼성의 2차 소명에 대해 '일반적으로 건설현장에 총무, 인사 등의 지원부서가 존재한다는 것은 과장됐으며… 일반 지원부서가 주로 건설 지원업무를 수행했고 본사기능이 미미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삼성상용차의 분식규모는 당초 158억여원에서 결국 18억원으로 140억여원나 줄었다.

또 예보의 조사 결과대로 18억원의 분식만 있었다하더라도 97년에 2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던 삼성상용차로서는 분식회계가 없었다면 적자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예보가 이를 무혐의 처리한 것은 봐주기 혐의가 짙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분식회계 덕택에 흑자로 전환됐고 98년도 대출도 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분식회계 사례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심상정 의원은 23일 국회 재정경제위 예금보험공사 국정감사에서 "고의적 분식회계에 대한 판단에서는 금액 등 양적 지표뿐만 아니라 질적 내용도 중요하다"며 "예보의 보고서를 보면 삼성상용차의 부실을 조사한 것이 아니라 면죄부를 주기위한 보고서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상용차는 지난 1996년 8월 삼성중공업에서 분리돼 설립된 회사로 이후 경영난을 겪다가 2000년 12월 파산선고를 받았다. 특히 지난 97년에서 98년 상반기까지 11차례에 걸쳐 31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조작된 재무제표로 인해 생긴 금융부실은 고스란히 예보에 전가됐다. 결국 국민의 혈세로 이를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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