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
박카스 마시며 잠시 쉬다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아내와 장모님 뒤를 고구마들이 줄을 지어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고구마 덩굴 걷어내는 일이 막바지에 접어드니 힘은 더 들었습니다. 그래도 끝이 보이면 힘에 솟는 법입니다. 안간힘을 쓰며 덩굴을 걷어내어 밭두렁으로 끌고 갔습니다. 밭두렁에 마지막 고구마 덩굴을 던져놓고 돌아보니 고구마 밭이 훤하게 드러났습니다.
"장모님, 호미 더 없어요?"
"둘만 가져왔는데."
"그럼, 전 뭘 하죠?"
"그늘에 가서 좀 쉬어."
"고구마 박스에다 담을까요?"
"놔둬. 좀 말려야 해."
그늘에 가서 물마시고 잠시 쉬는데 아내가 배고프다며 밥 먹자고 졸랐습니다. 알았다며 장모님이 그늘로 와서 돗자리를 펴고 밥이며 반찬을 꺼내놓았습니다. 추석 때 먹던 송편도 있었습니다.
"난 떡부터 먹어야지."
아내는 젓가락으로 떡을 집어 먹었습니다. 장모님은 목구멍이 깔깔하다며 밥을 물에 말아 후루룩 넘기셨습니다. 나도 밥을 한술 떠서 입에 넣었습니다. 밥 먹으며 올려다본 푸른 하늘에 흰 구름 몇 조각이 둥실대며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 http://www.giweon.com 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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