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사이로 사뿐히 누운 추월

[내고향 명소] 가을엔 가을엔 떠나세요, 추월산으로

등록 2005.09.27 11:54수정 2005.09.3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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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꽃보다 아름다운 추월의 단아.

꽃보다 아름다운 추월의 단아. ⓒ 한석종

a 이보다 더 고운 빛깔을 보았는가!

이보다 더 고운 빛깔을 보았는가! ⓒ 한석종

a 풍요로운 담양벌안을 베개 삼은 추월.

풍요로운 담양벌안을 베개 삼은 추월. ⓒ 한석종

옛부터 담양을 일컬어 가을의 고향(秋城)이라 했다. 그래서일까? 가을이 조금씩 물들어가는 이맘 때 담양 고을에 들어서면 가히 볼 것도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다.

흔히 담양을 일컬어 죽향, 선비의 고향, 가사문학의 산실, 심지어 우리 나라 메타세쿼이아 고향이라는 애칭으로 불리우고 있지만, 담양을 더욱 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은 가을이 물들 때면 사람들 가슴 속 깊이 추월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리라.


추월은 가을산이다. 깊어가는 가을밤 추월 봉우리에 휘엉청 보름달이 걸려 좀처럼 기울어지지 않는다 하여 붙여진 이름, 추월산. 깊어가는 가을밤 담양 땅을 딛고 가만히 고개 들어 추월을 올려다 보라!

어느 여인이 저렇게 곱고 단아할 수 있을까? 이런 탄식이 저절로 흘러나올 법하다. 또한 이러한 추월의 모습이 발 아래 담양호에 잠겨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며 전해 오는 전율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해마다 가을이 오면 추월의 모습이 눈가에 아른거려 다시 찾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추월은 사계절 중에서도 추경이 백미로 꼽힌다. 정상에 올라 산 허리를 끼고 구비구비 흐르는 담양호를 내려보노라면 산 아래 끝없이 펼쳐진 푸른 송림과 만산홍엽의 산 그림자가 호수에 빠져 물 빛이 온통 원색 물감을 뿌려 놓은 듯하다. 그 비경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단지 벅찬 가슴으로 느끼고 또 느껴볼 뿐!

a 추월산 아랫 마을에 걸려 있는 진홍빛 가을.

추월산 아랫 마을에 걸려 있는 진홍빛 가을. ⓒ 한석종

추월산의 주변은 크고 작은 산들이 골골이 개켜져 있다. 노령산맥의 동분지맥인 밀재와 백암산 사이에서 주변 불갑산, 방장산, 금성산 등이 그들이다. 남쪽으로는 늘 풍요로운 담양벌안이 한눈에 들어오고, 북쪽은 완만한 능선을 이루고 산하부는 끝없이 펼쳐진 푸른 송림과 단풍나무가 빽빽히 들어차 있다.

비록 높이는 그다지 높지 않지만(해발 729m) 산 전체가 거대한 기암이 성벽을 쌓아 둘러친 듯한 형상과 산에 얽힌 신비스러운 전설은 이곳 사람들이 추월을 왜 영산으로 여기며 늘 우러러보며 사는지를 짐작케 한다.


추월산 입구는 산과 호수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산허리를 끼고 구비구비 돌아가는 담양호는 어느곳에서는 우뚝 산이 되었다가 어느곳에서는 쉬이 허물어져 호수가 된다. 산과 호수를 경계지어 놓은 것이 국도 15호선이다.

추월산은 다른 산보다 좀처럼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다채로운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한다. 또한 춘하추동 어느 계절에나 아름다운 꽃들이 그 슬기를 다하여 사람의 마음을 일순 사로잡는다.


추월산 입구 주차장에서 왼편으로 길을 접어들면 바로 소나무와 단풍나무 숲이 나오고 그대로 보리암까지 연결된다. 산의 하부는 비교적 완만하고 호수와 단풍이 어우러진 비경에 손쉽게 차를 멈추고 잠시 쉬었다 가는 명소가 되었다.

하지만 산 중부와 산 정상은 하부와는 사뭇 달라 울창한 숲과 기암이 절벽을 이루며 암벽을 오를 때마다 맛보는 짜릿함과 순간 순간 호수에 비친 추월의 모습에 취해 단풍처럼 묽게 물들어 버린다.

입구에서 약 1km 정도 오르면 산길은 구불구불 갈지자를 그리며 조금씩 가팔라진다. 이후 암릉 구간이 나타나며 군데군데 철사다리에 몸을 의탁해야만 한다.

추월산 정상 가까이에 다다르면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에 사찰 보리암이 고즈넉하게 자리잡고 있다. 밑에서 올려다보면 마치 암벽에 아슬 아슬하게 걸려 있는 제비집처럼 보이지만 암자에 들어서면 포근하기 그지없다.

또한 발 아래 수면처럼 펼쳐진 송림과 만산홍엽의 단풍 그리고 명경 같이 맑은 담양호가 산 그림자를 안고 붉게 물든 비경을 보노라면 그야말로 정신이 혼미해진다.

a 담양 대숲에 와서 올려다 보라! 왜 대나무가 기개와 충절을 상징하는지...

담양 대숲에 와서 올려다 보라! 왜 대나무가 기개와 충절을 상징하는지... ⓒ 한석종

a 산허리를 끼고 구비구비 돌아가는 담양호는 어느 곳에서는 우뚝 산이 되었다가 어느 곳에서는 쉬이 허물어져 호수가 된다.

산허리를 끼고 구비구비 돌아가는 담양호는 어느 곳에서는 우뚝 산이 되었다가 어느 곳에서는 쉬이 허물어져 호수가 된다. ⓒ 한석종

a 추월산을 마주보며 위엄을 갖춘 금성산성 .

추월산을 마주보며 위엄을 갖춘 금성산성 . ⓒ 한석종

보리암을 지나 가운데로 트인 길을 따라 약 300m 정도 더 오르면 추월봉에 이른다. 추월봉에서 마주보면 임진왜란 때 김덕령 장군이 무술도장으로 썼다던 금성산이, 동쪽으로는 순창 쌍치산이 마주보고 있으며 그 사이에 추월봉은 마치 엄마의 품에 안긴 아기처럼 담양호의 품안에 포근히 안겼다.

추월산에는 절승한 곳이 많다. 이 산의 오른편에는 20평 정도의 평평한 바위인 신선대가 있다. 고승들이 밤을 지새우며 시회를 열고 바둑 등 신선놀음을 즐겼다는데 그 바위 아래에 사시사철 마르지 안는 옹달샘이 있고 그 위에 표주박이 떠 있다. 또 성인굴, 나한굴, 관음봉, 감로정, 음상굴 등 보기드문 기이한 곳이 많다.

휘엉청 어느 달 밝은 밤, 산 봉우리에 걸려 좀처럼 기울어지지 않는 보름달에 비친 추월 비경을 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그렇다면 이 가을이 온전히 가기전에 담양 추월산으로 길을 잡으세요!

a 추월산 입구 푸른 송림과 어우러진 단풍.

추월산 입구 푸른 송림과 어우러진 단풍. ⓒ 한석종


a 깊어가는 가을 사이로 사뿐히 누워 있는 추월.

깊어가는 가을 사이로 사뿐히 누워 있는 추월. ⓒ 한석종


a 암벽에 걸려 있는 제비집처럼 아스라한 보리암자.

암벽에 걸려 있는 제비집처럼 아스라한 보리암자. ⓒ 한석종

덧붙이는 글 | <산행안내>
관리사무소 → 보리암 중수비앞 동굴 30분 소요 → 보리암 30분 소요 → 추월산 정상 20분 소요→ (2.5km, 1시간 20분) 

<교통정보>
광주 → 국도 15호선 → 담양읍 향교교 → 담양댐  → 추월산 주차장

덧붙이는 글 <산행안내>
관리사무소 → 보리암 중수비앞 동굴 30분 소요 → 보리암 30분 소요 → 추월산 정상 20분 소요→ (2.5km, 1시간 20분) 

<교통정보>
광주 → 국도 15호선 → 담양읍 향교교 → 담양댐  → 추월산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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