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서 풀을 다시 덮어줬다. 어미가 다시 돌아와 새끼를 물고 간다.김규환
어미가 한번 다녀오는 짧은 시간, 풀 더미를 다시 살짝 덮어줬다. 어미는 달라진 환경에서도 용케도 제 새끼를 한 마리씩 입으로 물고 바삐 뛰어 다른 굴 속으로 들어갔다 나오기를 여섯 번이나 반복했다.
"휴-."
한참을 비가 오는데도 넋 놓고 지켜보았다. 더 이상 나오질 않는 걸 보니 여섯 마리가 다였던 모양이다.
당분간 애들이 커갈 때까지는 그곳에 가지 않으리라. 괜한 발걸음 했다간 어떤 누(累)가 될지 모르잖은가.
새앙쥐는 발간 벌거숭이다. 사람 아이가 태어날 때 헐벗고 태어난 모습과 다르지 않다. 털 하나 없이 세상 빛을 보러오니 무에 다를 건가.
앙증맞기는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 눈도 뜨지 않은 고 귀여운 놈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키우고 싶기까지 하다. 이목구비 절묘하다.
발가락도 나를 닮았다. 토닥토닥 다독여 어서 자라 제 구실하길 빌고 싶다. 이 놈이 가냘프게 "속속" "쏙쏙" 속삭이면 갓난아기 손에 받듯 조심히 어루만져 사랑을 듬뿍 전하고 싶다. 내 아이나 다름없이 귀여우니 이를 어쩌나. 선명하게 붉은 내 손톱마냥 붉게 비치니 뭔가를 속삭이고 싶다.
'그래, 너도 세상 한 일원이구나, 잘 지내보자꾸나. 참 귀엽기도 하지. 난 널 보면 하나도 징그럽기가 않아. 근데 네 어미를 보면 다른 생각이 들곤 하지. 하지만 어떡하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