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삼성 지배구조 '정조준'하나

구체적 언급은 이번이 처음... 향후 정부 차원의 대응 주목

등록 2005.09.27 17:31수정 2005.09.27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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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27일 오전 중앙언론사 경제부장 2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 간담회를 갖고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7일 오전 중앙언론사 경제부장 2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 간담회를 갖고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연합뉴스 김동진

[기사보강-27일 오후 7시]

노무현 대통령이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삼성 지배구조에 대한 명확한 선을 그었다. 27일 중앙언론사 경제부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밝힌 노 대통령의 재벌 지배구조에 대한 메시지는 그 어느때보다 강한 톤이다.

특히, 이날 노 대통령은 최근 지배구조 논란의 정점에 서 있는 삼성그룹에 대해 '사회적 공론'이라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사실상 이건희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라고 요구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특정그룹의 지배구조에 대한 대통령의 이례적인 개선 요구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관련 법률 개정에 어떤식으로든 영향을 미칠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감싸기' 지적을 받아온 정부의 금융산업구조개편에관한법률(금산법) 개정안의 수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따라서 계열사간 순환출자를 통해 이건희 회장-이재용 상무로 이어지는 삼성 지배구조는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노 대통령, 삼성지배구조개선 요구 첫 언급

노 대통령은 이날 경제부장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요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했다. 결론은 삼성 쪽이 어렵더라도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삼성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이번처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물론 정부도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하겠다는 생각도 내비쳤다.


특히 삼성 쪽에서 정부의 재벌 정책에 반응하는 방법에 대해 강한 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도저히 맞추려고 해도 맞출 수 없었던 사정이 있었는지 모르지만…"라고 하면서, "(삼성이) '나는 법 시행, 법 만들기 이전의 취득이니까'하면서 법리적 논쟁을 계속 해온 것은 적어도 우리 국민정서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뭔가 정부가 일을 하는데 국민들로부터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소지를 (삼성에서) 제공한 것으로서 우리 정부가 보기에도 상당히 많이 불편하게 만든, 어렵게 만든 그런 경우"라고 지적했다.


그의 지적은 정부가 지난해 말 재벌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단계적으로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에 따라 통과시켰음에도, 삼성 쪽에서 지난 7월 헌법소원 등으로 맞선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삼성의 공정거래법 위헌 소송 염두에 둔 듯... "국민정서에 안 맞아"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그룹 본관건물앞에 내걸린 삼성그릅 깃발.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그룹 본관건물앞에 내걸린 삼성그릅 깃발.오마이뉴스 권우성
특히 삼성 쪽에서 위헌이라고 제기한 정부의 공정거래법의 경우 시민사회단체 쪽으로부터 그동안 재벌개혁의 후퇴, '삼성 눈치보기'라는 비판을 받아온 법이었다.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규정의 경우, 이미 다른 재벌그룹은 해당되지 않는 사안이었으며 유독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에만 관련된 것이었다.

헌법소원 등 삼성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삼성이 재벌지배구조에 대한 규제 등에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사회적 공론이라면 규범을 수용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이에 맞춰 (삼성이) 경영과 지배구조를 최대한 맞춰 나가야 한다"고했다. 이는 결국 삼성 스스로 사회적 여론을 수렴해, 이건희 회장 중심의 삼성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 같은 노 대통령의 인식은 재벌개혁의 주무 책임자인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의 삼성 지배구조 개선 요구와 맞닿는다. 강 위원장도 지난 6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의 헌법소원 제기에 대해 "유감스럽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었다.

또 "삼성이 현재의 발전을 유지하기 위해선 이건희 회장 일가 중심의 소유지배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하면서, "삼성도 변할 것이고, 내부에서 변하고 있으며, 안 변할수 없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금산법 정부안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 미칠듯...5년 유예 방안 검토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은 현재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의 금융구조개선에관한법률(금산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법리 해석에 여러 고민이 있게 마련"이라면서도 "정부가 한 기업을 위해 규범의 예외를 만든 것처럼 보이는 것은 법의 신뢰나 정부의 신뢰를 위해 좋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재경부의 금산법 개정안 부칙내용이 '삼성 봐주기' 논란으로 비쳐지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물론 노 대통령의 해법은 신중하다. 노 대통령은 "정부의 원칙과 위신도 유지해 나가고 또 삼성은 적대적 인수합병(M&A) 문제를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시간적인 유예를 가지면서 경영 묘안을 찾도록 한발씩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라는 당초 금산법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되, 삼성에게 일정한 시간을 주면서 법 적용을 유예해주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 입장으로는 삼성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자칫 금산법으로 국내 최대의 재벌그룹 지배구조를 한번에 흔들 경우 미칠 파장을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재 국회에 올라와 있는 정부의 금산법 개정안은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 등이 내놓은 법안과 일정부분 절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열린우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금산법의 경우 재벌의 금융계열사 지분 5% 초과되는 부분에 대해 5년 정도의 유예 기간을 주면서, 처분하도록 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재용 상무 증여세 편법 증여도 국민정서상 문제...국세청 행보 관심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이밖에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상무의 상속증여세 편법 논란에 대해, 노 대통령이 '합법적이라도 국민 정서에 있어서 문제'라고 지적한 부분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특히 이번 국감에서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과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등은 이 상무 등 재벌 2, 3세의 편법 증여에 대해 국세청의 과세 의지가 부족하다며 이들의 증여·상속세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었다.

심 의원은 지난 22일 국세청 국감에서 "지난 2004년부터 적용된 현행 세법으로도 이들 재벌 3세들에 대한 과세가 가능하다"면서 "국세청의 의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주성 청장도 "과세여부에 대해 검토중"이라고 밝힌바 있다.

일부에서는 국세청이 올 들어 외국투기자본에 대한 전격적인 세무조사를 착수하게 된 배경에 청와대의 의지가 반영된 점을 들어, 노 대통령의 이번 상속세에 대한 언급을 국세청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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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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